♡ [시, 읽는 즐거움] 마음을 펴면 우주가 된다~~
- 김민정 시인의 시조 '마음 한 장'을 읽다
장맛비가 지나간 뒤에도 무더위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은 더디고, 잠 못 이루는 밤은 생각만 깊어진다.
그럴 때 길 위에서 문득 한 편의 시를 만나는 일은 작은 쉼이 된다.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 봉성리문화예술마을.
붱새바위 한국문학헌장비공원 앞에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정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그 시비에는 짧지만 넓은 우주를 품은 시조 한 편이 새겨져 있다. 제목은 '마음 한 장'.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읽는 것만으로도, 바쁘게 달려온 삶의 속도가 조금은 느려진다.
■ 마음 한 장
- 김민정
펼치면
온 우주를
다 덮고도 남지요
오므리면
손바닥보다
작은 것이 되지요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웃고 울며 살지요
♡♡♡
■ 내 방식으로 읽고 說하다
- 장건섭
좋은 시는 길지 않다.
그러나 짧을수록 오래 머문다.
김민정 시인의 '마음 한 장'은 스물몇 자의 언어로 사람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펼치면 온 우주도 품을 만큼 넓어지고, 오므리면 손바닥보다 작아질 만큼 좁아진다.
시인은 그 단순한 진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건네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사랑할 때의 마음은 끝이 없다.
부모는 자식 하나를 위해 자신의 생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연인은 서로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삼는다.
낯선 이웃의 아픔에도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름 모를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도 있다.
그때의 마음은 우주보다 넓다.
그러나 미움이 싹트는 순간 마음은 놀랄 만큼 작아진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등을 돌리고, 작은 오해 하나를 평생 품기도 한다.
결국 사람의 크기는 몸집이 아니라 마음의 크기인지도 모른다.
시의 마지막 연은 더욱 깊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웃고 울며 살지요."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웃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울며 살아간다.
그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마음을 조금만 더 펼치면 용서가 되고, 조금만 더 내어주면 배려가 되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사랑이 된다.
짧은 시 한 편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삶의 철학은 이처럼 크고도 깊다.
■ 마음을 펼쳐 우주를 품는 시조의 길, 김민정 시인
김민정 시인은 현대시조의 전통적 품격 위에 현대적 감수성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우리 시대 시조문학의 외연을 넓혀 온 대표적인 시조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85년 <시조문학> 창간 25주년 기념 지상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40여 년 동안 시조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랑과 생명, 공동체의 가치를 꾸준히 노래해 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오랫동안 서울 지역 중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후학을 길러냈고, 상지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강의를 맡아 문학교육에도 힘써 왔다.
교육 현장에서 다져진 깊은 언어 감각과 삶에 대한 성찰은 그의 시조를 더욱 단단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문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를 맡아 한국 문학의 발전과 문학인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고 있으며, <월간문학> 편집주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자문위원, 한국여성시조문학회 고문 등을 역임하거나 맡으며 국내 문학계의 중심에서 활발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화려한 수사보다 일상의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리는 데 특징이 있다.
자연과 인간, 가족과 이웃,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짧은 시조 속에 깊은 철학과 따뜻한 울림을 담아낸다.
'마음 한 장' 역시 그러한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시조로, '마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형상화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여백과 성찰을 선물한다.
시조집 <영동선의 긴 봄날>, <사랑하고 싶던 날>, <지상의 꿈>, <나, 여기에 눈을 뜨네>, <백악기 붉은 기침>, <모래울음을 찾아>, <바다열차>, <함께 가는 길>, <꽃, 그 순간>, <펄펄펄, 꽃잎> 등 다수의 시조집을 펴냈으며,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시 해설집 <시의 향기>, 연구서 <현대시조의 고향성>, <사설시조 만횡청류의 변모와 수용 양상> 등을 통해 창작과 비평, 연구를 아우르는 폭넓은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한국공간시인 본상, 성균문학상 우수상, 나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오랫동안 국방일보에 시 해설을 연재하는 등 일반 독자들에게 시를 쉽게 소개하는 데에도 힘써 왔다.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 봉성리문화예술마을 붱새바위 한국문학헌장비공원 앞에 세워진 '마음 한 장' 시비는 이러한 그의 문학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비 앞에 선 사람들은 누구나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펼치면 온 우주를 덮고도 남는 마음, 오므리면 손바닥보다 작은 마음'이라는 단순한 진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서로를 품는 넉넉한 마음의 크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민정 시인의 문학은 거창한 담론보다 사람의 마음을 먼저 바라본다.
그의 시조는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한 장의 마음을 펼칠 줄 아는 용기라고.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읽는 순간보다, 책장을 덮은 뒤 더 오래 독자의 가슴속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가장 평범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그의 시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 잔향을 남긴다.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이다.
에어컨보다 먼저 식혀야 할 것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김민정 시인의 '마음 한 장'은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펼쳐져 있는가, 아니면 오므라들어 있는가.
온 우주를 덮고도 남을 만큼 넓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오늘 밤, 봉성리문화예술마을의 시비 앞을 스쳐 가는 바람 한 줄기가 이 시를 읽는 모든 이의 가슴에도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넓어진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 2026.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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