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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박춘배 인하대 전 총장
서울공대지 2017 Summer No.105
대담: 윤군진, 박형민(서울공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Q 박춘배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 님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A 2017년 2월 말에 인하대학교를 정년퇴직하며 청조근조훈장을 받았고, 이제 지공거사가 되어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으로써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항공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유인항공기가 학문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엄청나게 발전하였는데 그 사실을 망각하고, 멀티콥터에 심취되어 전통적인 항공기술과 별로 관계없는 것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많습니다. 단순하게 보이는 멀티콥터를 포함하여 고성능 무인항공기까지 잘 발달된 첨단의 항공 기술을 적용해야 안전한 운항을 담보하여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전통 항공 공학자로써 무인항공기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1970년에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진학하시고 항공공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당시 항공공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어릴 때 부산의 동래에서 살았는데 하루에 한두 번씩 여객기가 착륙바퀴와 플랩을 내리고 산을 넘어 날아가는 광경을 보곤 했습니다. 어려서 힘겨웠지만 집 앞의 산에 올라가 바라본 당시의 수영 비행장에 여객기가 착륙하는 광경은 큰 감동으로 기억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저의 생일날(1957년 10월 4일)에 라디오에서 소련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연차적으로 개나 원숭이를 우주로 보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때 항공우주분야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의식이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대학전공 선정에서 주저 없이 항공공학과를 목표로 삼았으니까요. 두 번째로 원서를 접수하여 합격한 후 합격자 명단에 항공과 첫 번째로 기록되는 바람에 수석으로 오해 받기도 했습니다.
Q 대학생 시절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A 조선항공과에서 항공공학과로 분리된 지 3년만이라서 교수님들의 수도 적었고, 선배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미 작고하신 위상규, 이낙주, 이해경, 그리고 조경국 교수님이 있었고, 특히 2학년 이후부터 정치상황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매 학기마다 휴교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자연히 2학년 때부터 대학원생들과 어울려 이해하기 어렵던 역학과목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하여 선배들과 교류하였고, 그 후 현재까지 수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4학년 초에 무단히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교수님들께 혼난 적도 있지만 졸업앨범에 들어있는 수행여행, 불암제 등에서의 항공과 관련 사진은 전부 제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Q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으시면 한두 가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입학 당시는 대학생활에 적응이 안 되어 무엇을 하였는지도 모르게 1학년은 훌쩍 지나갔고, 2학년 때부터는 잦은 휴교로 학교에 갈 수 없었습니다. 집이 평창동이어서 공릉동 학교보다는 동숭동 도서관에서 인문서적을 읽었고, 대학로에 있는 학생회관에서 다양한 분야의 남녀 학생들과 어울려 문학, 철학 및 예술 등에 대해 토론하였습니다. 주말에는 그들과 함께 등산가서 사진을 찍어주고, 시립교향악단 음악회도 갔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공학자지만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폭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1980년부터 최근까지 인하대학교에 계셨는데, 대학에서 주로 연구하신 분야는 무엇인지요?
A 공군사관학교 교관 시절은 단순히 군복무를 위한 것보다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가 더 컸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설립되어 좋은 조건으로 병역 특례로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공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고, 항공과 동기생 거의가 ADD로 들어갔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유일하게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대학이 팽창하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석사졸업 교육장교는 중위로 임관하여 대위로 전역하였고, 교육부가 사관학교의 교육경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처음으로 시행 되었습니다. 비행제어를 전공으로 공군사관학교 교관으로 들어갔지만 좋은 실험환경 덕에 풍동실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인하대학교 교수가 된 후에도 사관학교 교관시절의 연장으로 풍동실험에 심취하다가 점차 새롭게 떠오르던 컴퓨터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연구의 응용으로 비행기 시뮬레이터 개발연구에 집중하였습니다. 더 세월이 흐르면서 국산 훈련기 시뮬레이터 개발, 공동 훈련기 비행제어 시스템 개발에서 비행제어 법칙 설계와 설계 검증을 위한 시뮬레이션에도 연구력을 집중하였습니다.
Q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과 인하대학교 총장을 맡으셨는데 총장 재직 시절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
A 교수로 지내면서 우리나라 공과대학이 너무 현실적 기술요구와 멀리 떨어진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문적 우수성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을 도외시 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선비정신이 교수들로 하여금 산업현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교육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였고, 외국유학에서 돌아온 교수들은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도 한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교수경력이 쌓일수록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현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선명해졌고,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수의 역할보다 좀 더 다른 관점에서 공학교육을 실용적이고, 산업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겠다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생겨났습니다.
기회가 주어져 공모에 응하여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학과별로 관련 산업체 경영자들과 교수 간담회를 개최하며 학사개혁에 돌입하였고, 투명한 학교경영을 위하여 정보공개 시범대학을 자청하는 등, 타 전문대학에서 시행하지 않던 개혁을 실시하여 3년 후에는 전국 취업률 2위를 달성하였습니다.
안전에 취약하고 낙후된 실습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전국 최고의 안전한 대학 실험 실습실을 신축하였으며, 그 건물은 완전한 장애자 접근 건물이라는 barrier free 인증을 획득하였습니다.
인하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후에는 실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학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경주했으나 교수들의 이해부족으로 난항을 거듭하자 실용교육의 틀을 외국에서 구현하여 실증한 후 국내 교육개혁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인하대학교 분교인 IUT(Inha University in Tashkent) 설립을 추진하였습니다. 교육법에 국외 분교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우즈베키스탄 재단이 설립하고, 인하대학교는 교육과정 개발, 교육과정 인증, 학생모집, 교수파견 등 교육활동은 인하대학교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책임지는 형태로 개교하였습니다. 한국의 교육모델을 외국으로 수출한 첫 사례로 자리매김 되었습니다.
새로운 건물을 크게 지어 교육공간을 개선하는 노력도 달성하였지만 이는 최소한의 요구를 만족하는 조치일 뿐 대학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이 졸업하여 미래에 국가 발전에 기여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은 대수술을 단행해야 합니다. 융 복합 시대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스스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최상이라는 믿음 속에서 개혁의 부당함을 제시하면서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기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인하대학교만의 일이기보다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입니다.
Q 학회 활동도 활발히 하셔서 한국항공우주학회 부회장을 맡으셨고, 현재는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을 맡고 계시는데요, 각각의 맡은 학회에서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한국항공우주학회는 대학교수 초년시절부터 참여하였습니다. 당시의 거의 모든 학회는 재정적으로 몹시 열악하여 대학 학과사무실 옆에 책상을 놓고 연명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과제로는 공업표준의 재정이 대부분이었으며 2000년대까지 지속되었습니다. 학회의 학자들이 재정확충의 대안을 가지지 못할 때 항공우주공학 대학교재를 집필하여 학회의 주 수입원이 되도록 했으며, 총무이사, 사업이사 및 부회장 등을 차례로 맡으며 학술대회를 컨벤션 사업화하여 다른 수입원을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비행제어 분야에서는 학회의 춘추계 학술발표대회와 별도로 실험실에서의 연구 실패 경험을 나누고,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위탁연구계획을 발표하는 2박3일의 설악산 워크샵을 새롭게 창설하였습니다. 이 워크샵은 해가 갈수록 성황을 이루었으며, 흑자구조로 전환시킨 후 학회의 부문위원회로 등록하여 학회의 새로운 활동과 재정확충 방안을 제시하여 다른 부문위원의 활성화에도 기여했습니다.
현재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을 맡아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항공우주분야 국가기술표준개발 협력기관(COSD)으로 지정 받았습니다. 과거 학회활동에서 심혈을 기울였던 기술표준화를 최근에 새롭게 바뀐 개념으로 추진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으며, 현재는 표준기술개발 역량강화 사업을 위탁 받아 초기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표준을 통하여 항공우주 기술수준의 향상과 특히 초기단계인 무인항공기 산업에 기술파급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와 협력하여 무인항공기 산업에 필요한 석박사 급 전문설계 인력양성을 목표로 산업체와 대학이 연계하여 학생 스스로 선택한 과제를 주제로 학습과 연구를 학생주도로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창의적인 대학원 과정을 실험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몇 년 후에 신 산업분야에서 이러한 창의적 교육과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면 대학원 교육의 일대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현황은 전반적으로 어떤 편입니까?
A 한국은 분단국가로써 북한으로부터 항상 안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항공우주 산업기술은 세계적으로 군용기를 위주로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되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객기 부품도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때문에 연관 산업효과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군용 항공기 위주의 공급자 주도로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전문화된 협력 중소기업군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글로벌 항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구조입니다.
민간부문에서의 기술이 군용 항공 산업에 유입되어야 정부주도로 이루어지는 군용 항공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고, 군용 항공 투자가 다시 민간 산업기술로 환류 되면서 서로 선 순환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Q 우주항공분야는 아무래도 국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개발해 왔고, 최근에 미국 같은 경우 민간 기업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과도기라고도 생각되는데, 동문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 우주항공분야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 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우주항공분야에 투입되는 R&D 예산은 얼마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주항공분야에 국가예산이 많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방수요에 따른 군용항공기 구매가 많고,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공위성 구매금액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매예산은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를 일컫는 우주분야에 집중투자 되는 반면 항공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은 10% 정도로 매우 적은 편입니다. 이와 같은 구매를 제외한 국가 지원 R&D 예산은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미미할 정도입니다.
항공우주분야의 정부구매가 산업발전을 효과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등한 관계로 기술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중소기업이 고유한 기술영역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기술과 시장을 선점한 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기술사회에서 새롭게 떠올라 승부를 겨루어 볼 수 있는 시장을 내다보면서 기술 개발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자동차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 예상되는 바와 함께 조종사 없는 자율 비행기는 기술적으로 더욱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경을 넘나드는 속성 때문에 국제적인 운항체계를 합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입니다. 국가가 과감하게 지원하여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고, 조종사 없이 승객을 태우고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항공교통체계를 위한 시범 개발을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구태여 우리가 뒤처지는 기술과 체계에 연연하며 추종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까? 판을 바꿀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가 4차 산업 혁명기에 항공 산업이나 드론 같은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할까요? 반대로 현재 걸림이 되는 장애물이나 규제는 무엇인가요?
A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하겠지만 무인항공기와 관련 지어 예상하자면 개별 무인기(무인항공기, 무인자동차, 이동 로봇, 무인선박, 무인 잠수정)들이 공통의 통신망 속에서 고유 식별번호를 가지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망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전문적 인공지능으로 통제되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산업의 특징은 개발, 제조, 운용 및 임무 서비스 등과 같은 개별요소를 한 묶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더라도 특정임무에 최적화시켜 운영하여 얻은 대량 자료를 후 처리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주기를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다용도로 성능 좋은 무인항공기를 제조하는 것만으로는 산업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현재처럼 부처별로 앞 다투어 무인항공기 개발만 지원하다 보면 제도가 뒤처져 운용에서의 한계가 주어지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기술개발 후 사업화하지 못하여 개발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과거의 로봇산업에서도 부처별로 요란하게 지원을 했지만 시장에서 견뎌낸 업체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그 많은 연구개발비용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민간 무인항공기와 같은 신 산업분야에서 무인항공기를 활용하려는 업체에서는 무인 항공기의 능력을 잘 모르므로 어떤 임무에 적합한지 이해를 못합니다. 반면에 개발하는 측에서는 무인항공기 요구사항이 구체화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는 기술개발과 시장이 헛돌 수밖에 없습니다.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서비스 분야에 대한 성능기준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요구사항을 교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Q 드론 같은 경우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도 많이 얘기되고 있는데, 이런 부작용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A 누구나 손쉽게 날릴 수 있어 사유지 상공을 비행하여 침범이 일어날 수 있고, 고해상도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므로 허가 받지 않은 개인 사진을 유포하여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무인항공기 등록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총 중량 25kg 이상의 사업용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등록하여도 비행에 대해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보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드론 산업진흥협회에서는 무인항공기를 전자등록하고, 보안이 확보되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비행관리와 사고조사까지 가능한 체계에 관한 표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비행 중인 무인항공기의 비행허가 여부에 관한 식별과 사유지나 보안 구역 침범을 막기 위한 지오펜스(geo-fence)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물론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표준화할 것입니다. 초기단계에서 보험료와 연계하는 시범 적용을 거치면서 미비점을 개선하여 확대 적용할 방침입니다.
Q 우주항공분야에는 서울대 공대 출신의 동문들이 많이 있고 각자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잘 하고 있는 면은 당연히 많을 테니 접어두고, 동문님이 보실 때 특히 후배 동문들에게 어떤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항공우주분야는 체계종합의 성격이 강하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큰 편입니다. 따라서 폭넓은 사고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후배들이 항공우주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깊이와 함께 자신이 관여된 사항에만 집중하여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다름을 인정하지 못 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항공우주와 관련된 정책적인 측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위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려고 균형 있는 안목을 길러나가는 후배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우주항공분야는 다 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 학문간 융합이 더욱 필요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융합적인 분야에서 활약하려면 우리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어떤 역량을 더 길러야 할까요?
A 공학적인 공부에 매달려서 기술적인 사항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학도 이전에 인간이며, 철학적 가치관을 확립하여 정신적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은 공학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포용할 수 있는 융통성과 개방성을 나누면서 행복한 사회를 이루어나가야 하 는 파트너입니다. 이러한 정신적 기반이 형성되어야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학문간 융합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집니다.
학문의 융합을 이루는 공학자가 되려면 먼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써 연민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철학, 문학 그리고 예술에 공감할 수 있는 독서와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자유로운 정신에 주관을 가진 인격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 한 대학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로 오랫동안 봉사하셨는데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의 모델은 무엇인지요? 또, 구성원들에게 강조하신 것들은 어떤 부분인지요?
A 인하공업전문대학과 인하대학교 총장으로써 8년은 참으로 도전과 보람의 날들 이었습니다. 대학은 학생을 참 되게 길러내는 곳입니다.
모든 행정과 제도는 학생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며, 학생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일깨웠습니다.
대학 경영자의 리더십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학생위주의 사고를 전파하고 구현하는 실천 그 자체입니다. 어느 조직에 서든 리더는 일관성을 가지고 소통하며 공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또는 근래에 개인적으로 크게 염두 해두고 계획하고 구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A 내가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받았고, 나이가 들더라도 내가 사회에 내어줄 것이 있도록 계속 공부하며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며 실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4~5년간은 무인항공기 기술표준화를 위하여 노력할 것이며, 창의적이고 현장 친화적인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고, 그 성과를 확산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동문님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세상을 긴 호흡으로 보면서 미리 준비하고, 역량을 쌓으면 반드시 쓰임새가 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
박춘배 동문은 1951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이주하였다. 경복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입학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교관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1980년부터 인하대학교 항공공학과에서 근무하다
2017년 2월에 정년퇴임하였다. 2007년부터 5년간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을 지냈고, 2012년부터 3년간 인하대학교 총장을 맡았다. 현재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무인항공기 개발, 항공기 설계, 비행제어, 항공전자, 헬리콥터
공학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