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슈낙의 ‘성 니콜라우스의 축제’
세 살, 네 살, 다섯 살의 여명기에는 니콜라우스가 엄연히 한 사람의 성스러운 인물로 군림하고 있었다. 어깨에는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옆으로는 어린 마음에 감동적으로 스며드는 음성을 가진 , 또하 하늘의 한 조각인 수정의 눈을 한 천사와 나란히 거닐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늘은 맑고, 별이 밝은 겨울밤이면 우리는 혹시나 인형과, 불타는 나무들, 마차의 반짝이는 방울을 손에 든 천사의 무리들이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무거운 선물 자루를 멘 니콜라우스(산타클로스의 원조)와 그의 종자 루프레히트(나쁜 아이를 벌주는 산타의 하인)가 겨울밤에 땅위로 내려오는 황금사다리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나콜라우스 별자리를 오려다보곤 했다.
니콜라우스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기만 해도 우리는 마음 밑바닥까지 환희의 전율이 흘렀다. 눈이 덮여서 하얀 선물 주머니에서 니콜라우스는 크리스마스의 케이크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초콜릿 난쟁이. 복숭아로 빚어진 양, 계피와 아몬드로 만든 고리 과자. 말린 무화과 열매와 물기 많은 배, 아니스 맛이 나는 비스켓과 은빛, 금빛을 입힌 호도들을 이 거룩한 천사를 우리는 진심으로 좋아했다. 정신이 없을 만큼 흥분하여 기도문을 더듬더듬 외우면서, 언제나 부모에게 순종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동물들과 괴롭히지 않으며, 늘 화목하게 지내겠다고 맹세했다.
일곱, 여덟, 아홉에 이르는 유년시절에는 우리가 성장하는 나이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니콜라우스가 찾아왔다. 그 친구는 사슬을 쩔렁거리거나 자작나무 껍질로 된 피리를 음침하게 불면서 자신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람이나 천사라기보다는 곰같은, 거친 목동같은 몰골을 하고는 아버지의 집의 문 안으로 식식거리며 나타났다. 수염이 얼굴을 덮었다. 커다란 주먹을 흔들어대면서 나무 계단으로 올라 올 때는 삐걱거리고 퉁탕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우리는 그가 먼 곳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는 숲의 끝없는 눈발을 뒤집어 쓰고 우리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 창유리를 깰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노부인을 놀라게 하고, 앵두나무와 배나무의 열매를 따고, 새 둥지를 망쳐놓고, 책과 바지를 찢은 것을 알고 우리를 벌 주려 뚜벅뚜벅 걸어온다고 믿었다. 우리가 두려워 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우리가 저지른 수많은 개구쟁이 짓을 니코라우스 앞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겁에 질려 있었다.
그가 우리를 위협하려 오면서 썰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우리가 저질른 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곤 하였다. 정월 초하룻날부터 그날까지 저지른 죄의 목록을 일일이 챙기면서, 나는 그로부터 도저히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무지막지한 심판관이 되어서 나를 향해 호통을 쳤다. 우리는 그 누구도 그로부터 도망을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마침내 그의 주먹에 움켜 잡히면 나는 버둥거리며 고함을 지르지만, 어느 사이에 CO찍이 쉿쉿 소리를 내면서 내 몸에 휘감기는 것이다. 그는 커다랗게 입을 벌리 포대 속으로 나를 우악스럽게 슈셔 넣었다. 어머니가 간청하여, 나는 머리는 포대 밖으로 내놓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저지른 비행과 음탕스럽게 한 말들에 대하여 속죄해야 했다. 이제는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고 부모에게 용서를 빌었다. 그러고 나서야 포대 속에 들어갈 때는 검은 양이었으나, 이제는 휜 양이 되어서 포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부끄러웠고, 속으로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섶나무 채찍이 다시 한 번 공중에 휘익 소리를 내더니 니콜라우스는 그 채찍을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서야 그는 가지고 온 선물을 식탁 가운데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그 음침하고 불쾌한 모습은 씻은 듯이 잊어져 버린다. 우리는 다시 난폭한 어린 개구쟁이 짓을 하면서 골목 안을 돌아다닌다. 골목 안은 떠들썩한 소음으로 가득 차고, 집 주인은 유리창은 깨어질까 조마조마해 한다.
그 다음 해에 형과 나는 니콜라우스를 골탕 먹이기로 음모를 꾸몄다. 그때 우리가 살던 집은 우리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꽤 좋은 집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거실로 들어오려면 조금은 울퉁불퉁하고, 넓고, 긴 복돌를 통해야만 했다.
모두들 거실에 앉아 있고 니콜라우스와 그의 종자 루프레히드가 울리는 방울소기가 아득히서 울려올 때 형과 나는 핑계를 대고 방을 빠져 나왔다. 복도에는 석유 램프가 불빛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구석에는 그늘이 져서 새까많고, 보이는 것이 없었다. 부엌 안이 비좁아서 복도의 구석에는 항상 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통을 하나 두었다. 우리는 이 통을 복도의 가운데로 밀어 내어 놓았다. 그리고는 등불을 더욱 어둡도록 심지를 낮추어 놓았다. 굵은 끈을 물통 앞을 가로지르도록 하여서 댓돌 위로 팽팽하게 당겨두었다. 나는 커다란 찬장 뒤편에 바짝 붙어서 몸을 숨기고 형은 부엌문 뒤로 몸을 감추었다. 드디어 사슬 소리를 쩔렁거리면서 니콜라우스는 계단을 올라왔다. 이번의 니콜라우스는 지난해의 니콜라우스처럼 우악스럽지도 않았고, 난폭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것저것 견주어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니콜라우스 성인은 팽팽하게 단긴 줄에 걸려 넘어졌고, 얼굴과 목, 상채가 통에 부딪혀서 물을 뒤집어 썼다. 우리는 숨어 있던 곳에서 날쌔게 뛰어 나와 넘어진 성자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그가 떨어뜨린 자루를 집어들고 아버지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부모님의 침대 밑에 숨어 버렸다. 형은 넘어저셔 물을 흠뻑 뒤집어 쓴 성자에게 가죽 모자를 벗기고 수염과 솜을 잔뜩 넣은 주머니들을 잡이 뗐다. 그리고는 어두운 복도를 되돌아 나와서 나무 발코니로 도망을 갔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조용한 발코니의 끝에 틀어 박혀서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듯이 했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불렀다. 하지만 복도에 그대로 남아 있던 끄나풀은 우리가 그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언해주었다. 우리는 그날 밤을 더없이 고통스럽게 보내야 했다.
우리는 대단한 영웅의 짓을 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우리를 설레게 했던 아름다운 꿈 하나늘 깨뜨려버린 것에 불과했다. 그 성스러운 니콜라우스는 우리의 이웃에 살던 처녀 아밀레드라인이었다. 그 뒤 그녀가 어느 우편배달부에게 시집을 가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