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세월은 그를 비켜간 듯했다. 굽 높은 검은 구두에 검은 바지, 검은 블라우스, 그리고 검은 스카프까지. 그의 세련된 패션 감각과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모습에 그의 아줌마 팬(?)들은 닥종이 인형에 대한 질문보다 그의 패션, 건강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갤러리 다운타운에서는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68)를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있다. 그의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는 두 번째. 지난 2004년 말~2005년 초 수가화랑에서 첫 전시를 한 뒤 7년 만이다. 국내에서 닥종이 작가로 유명했던 그는 81년 독일 뮌헨으로 이주해 독일에서 닥종이 인형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30~50㎝ 크기는 물론이고 서 있거나 누워 있는 여인을 표현한 1m 넘는 닥종이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부산서 7년 만에 전시회
작은 닥종이 인형만 비교하면,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은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화려한 색채와 질감이 돋보이면서 원숙미가 풍긴다. 인형들은 발그레한 볼 화장도 하고 파스텔 색조의 예쁜 바지, 저고리, 치마도 입었다. 달덩이 같은 둥근 얼굴에 찢어진 눈, 앙증맞게 오므린 입, 옷자락 사이로 살포시 드러난 살을 보면 토속적 정취도 여전했다.
작품은 대부분 60~70년대 정감 어린 모습들이다. 해변에서 조개를 가지고 노는 발가벗은 아이, 진달래 같은 꽃잎을 입에 물고 있는 아이, 연잎을 뜯어 우산 삼아 쓰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자신의 키보다 큰 붉은 물고기를 머리에 이고 두 팔을 위로 쳐든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내아이…. 그런 정감 어린 서정이 닥종이를 통해 되살아났다.
작은 인형이 한국적이라면, 큰 닥종이 인형은 서구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독일에서는 큰 작품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큰 작품도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큰 작품은 '핸드메이드'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이른 살이 되는데, 나이에 맞는 무르익은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 그대로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직접 물들이고 접고 붙이는 핸드메이드의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인형을 보고 있으면 '한지의 연금술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하다.
개성이 듬뿍 담긴 회화도 함께 선보인다. "어릴 때부터 회화를 했어요. 조각은 그림처럼, 그림은 조각처럼 생각하고 작업합니다." 회화를 하는 이유에 대한 작가의 변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했다. "미술인이 많이 모이는 데서 경쟁하고 싶고,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더 큰 힘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우물쭈물하는 것도 없어지고…. 독일에서 더 큰 전시를 하고 싶네요. 뮤지움 같은 데서…." 그러면서 "내가 죽을 때까지 할 것은 한지 작업이다. 재료도 역시 한지다. 이것이 나의 자존심"이라 했다.
그의 닥종이 인형은 각박한 현실을 어루만지는 위로처럼 따스함을 전했다. ▶김영희 전=19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 다운타운. 051-746-8353.
첫댓글 닥종이 인형은 생각보다 훨~ 어렵고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 엣날에 한번 만져보다가 그만뒀었죠. 그렇지만 한지에 대한 좋은 느낌과 아름다움은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