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를 균일하게 잘랐다. 1~45의 숫자를 그 종이에다가 써넣었다.
그리곤 콩쥐엄마 은행의 서류봉투에 그 종이를 쓸어담았다.
답답하기도하고 해서 콩쥐엄마에게 외출을 하마고 일단 얘기를 하였다.
어디를 갈까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불현듯 먼저 살던 송내가 떠올랐다.
개롱역 지하 플랫폼은 한산한 오전 10시 였다.
잠시 눈을 붙여 정차하는 역이름을 되받아 읊조렸다.
신길역에서 국철로 환승하면서 송내역에서 개롱역으로 이사온지 벌써
팔년이 되었다는데 깜짝 놀랬다. 송내역에 열차가 다가서면서 '송내'할 때
'송'자가 공손한 나무란 뜻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보리수가 문을 열었다. 방금 문을 열었던 듯 창유리의 아크릴 간판에는
아직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항상 그렇듯 앉게되는 나의 자리에 앉았다.
"김사장님 TV좀."
6인둉 세개와 4인용 두개 탁자중 가장 안쪽 오른편에 있는 2인용 의자에
내가 앉았으며 주방에서 분주하게 영업준비를 하고 있던 50대 호프집
여사장은 리모콘으로 20인치쯤되어 보이는 로타리식TV를 작동했다.
TV가 켜짐과 동시에 주방 오른편 출입구가 열렸다. 소영이였다.
"어머 언니 나오셨네요."
"응. 조금 전에 엄사장님도 와계시구."
"엄사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밥은 해놓고 행차하셨나요?"
"거럼"
"오늘은 무슨 반찬 준비해 놓으셨어요?"
"응. 오늘은 밥만 해놓고 저어기 생선구이집에서 갈치조림을 테이크
아웃해 갖고와서 먹을 작정이야."
"아~ 지난번 말씀하셨던데요? 말씀만 하지 마시구 언니하고 저도
한번 먹을 기회를 주셔야지요."
"아이구. 뭐가 어렵다구. 그 집 갈치조림은 1인분이면 적어도 세명이
먹을 수 있어. 물론 누가 그 집에 가서 테이크아웃 주문을 해오느냐에
달려있기는 하지."
"그야 당연히 엄사장님께서 수고해 주셔야지요"
"알았시유. 오늘은 이미 지나갔으니까 날 잡아서 나가 걸음 한 번 할 께."
"언니 지금 엄사장님 날씀들으셨지요. 우리~ 이번 주말쯤 손님 빠질 때
그거 한 번 먹지요."
"그래 좋았어. 지난번에 미국에서 왔다며 브로콜리스프 큰 거 한 통을
엄사장님이 가져오셔서 한동안 맛있게 먹었으니까 이번에 내가 그거
쏠께."
"좋구 말구요."
"참. 엄사장님 그 봉투는 어떻게 들고 오셨나요?"
"아~ 이거? 뭘까요? 짠.이거 봐 요기에 번호표가 들어 있걸랑.
뭐냐면 로또복권추첨번호표여. 김사장 여기에 있는 번호표를
요렇게 뽑아서 로토복권추첨번호 갯수만큼 나열해서 복권판매점에다
등록하려고혀. 혹시 알아? 1등에 당첨돼 횡재할지."
"햐! 그것 그럴듯하다. 어머머 하여튼간 엄사장님은 기발하시지."
"자~ 한장씩 뽑아봐"
일단 현대해장국집을 향하여 발길을 향했다. 송내역사 길건너 오른편의
옛 씨마백화점은 이름이 바뀐 대형 스토어가 입점해있었고 그 뒷편의
아담한 2층 건물에는 전화번호의 뒷번호가 2875(이빨치료)인 미치과가
여전히 나를 반겼다. 치과원장은 여자분인데 독일박사라든가......
한동안 병약한 어머니의 건강문제로 영업을 못하다가 부천지방법원
부근으로 점포를 이전했다는 이동준과는 이래저래 10년이상을 알고
지내는 사이. 그는 나를 깍듯이 형님대접한다.
동준은 마침 가게에 있지 않았다. 동준의 어머니와 수년만의 안부를
주고 받고있는 중 운동복 차림의 그가 가게로 들어섰다. 조금 늦은
점심이긴 하지만 그의 집에 들렀을 때만 맛보게되는 시래기해장국을
그와 함께 들었다. 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그 맛은 언제 맛보아도
여전하였다. 식사를 마친뒤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동준의 어머님께
작별인사를 한뒤 인근의 한 카페에 들어갔다.
에스프레소를 인상스레 혀에 대가며 지난 수년간의 사연을 그와 나누다가
어느새 카페입구의 전면창이 검푸르게 변색되고 있는 것을 설핏 눈에 띄었다.
커피가격을 치르고 카페를 나섰다.
"형"
"왜?"
"조 앞에 로토복권판매소가 두군데 있는데요. 한군데는 1등이 당첨된 적이
있고 또 한군데는 3등이 3번이나 당첨된 적이 있었대네요. 오신 김에 한번
사보세요"
"그래?"
흥미를 느낀 나의 앞에 한 판매점이 보였다.
"형! 이곳은 3등이 세번 나온데예요"
"아. 그래? 그럼 1등 판매점은 어딘데?"
"예. 저기 건널목 보이시죠 그곳이예요."
"아~ 그러냐? 그럼 우리 여기서 그만 튿어지자. 난 그쪽으로 가볼께."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앉은뱅이 의자에서 눌러대느 키보드에
나의 PC는 먹통이었다. 콩쥐의 방을 살짝 들엳보니 특유의 배꼽위
폼으로 콩쥐가 열나 채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콩쥐는 별 반응이 없어서 나는 상당히 걱정이 앞선다. 이 시점에서
로또복권3등 당첨이 그 애의 PC에 의해서 몇 번이나 확인되었는데도
"아빠~ 아 아~ 나 지금 대화중이에요."
개롱농협에서의 로또당청금 수령은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이하여 결국은
성공하였고 나의 집사람은 지나는 말로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봐"했더니만
"응. 낭군 이번에 영국갈 때 노트북 필요한데......"
다음날 저녁 석촌호수헤서 과히 멀지 않은 놀부보쌈집에서 우리집
네식구 우리 부부캉, 딸 둘캉. 돼지고기 보쌈을 1인당 2인분씩
포식하면서 노트북구입자금 전달식을 펼쳤다.
나의 수중엔 I, I who have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