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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은 나주의 ‘걸레’를 기다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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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정치판 춘추전국 시대로 ” 요즘 신문 방송을 보면 거의 날마다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12월 대선과 관련한 세 후보들에 관한 보도들이다.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일이고 선거를 60여일 앞둔 시점에서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 4·11 총선에서의 최인기 전 의원의 공천 탈락에 이은 민주당 탈당과 낙선이 지방 정치판을 일거에 춘추전국시대로 만들면서 ‘중원의 패권’을 향한 때 이른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최 전 의원의 몰락은 나주 정치판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급작스런 교체를 가져 왔다. 임성훈 시장 및 민주당 탈당파 시,도의원들은 현직이면서 비주류로 밀려났고, 최 전 의원 8년 동안 비주류로 밀려나 변방을 떠돌던 전 시장, 의장 및 시,도의원 그리고 일부 현직 시의원 등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지방정치판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최 전 의원의 ‘이변’은 지방정치 재입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견되었던 임성훈 시장을 비롯한 현 무소속(민주당 탈당파) 시,도의원들을 패닉상태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으며, ‘반최 전선’을 구축해 4·11총선에서 예상 밖의 승전보를 울렸던 이들에게는 지방정치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다. 즉 지방정치판이 ‘신주류’ 쪽으로 정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배기운 의원과 선거참모의 선거법위반으로 인한 연이은 기소는 한때 패닉 상태에 빠졌던 이들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었고, 확실한 반전을 기대했던 반최 그룹에게는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등 지방정치판이 한 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주류 비주류 할 것 없이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으로 갈라져 서로의 정치적 이해타산을 저울질 하더니 이제는 안철수 교수 지지까지 지역정치인들의 ‘중원’(시장 시,도의원)을 향한 이합집산이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 중이다. 4·11총선에서 출발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까지 지역정치인들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특정후보 지지를 하고 나섰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한 자리 하기 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현역이나 도전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지역민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뒷전이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장, 도의원, 시의원 하겠다는 사욕으로 여기저기 기웃 거리고 있는 꼬락서니들이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제정구 전 의원이다. 학생운동 지도자에서 빈민운동가로 변신해 빈민들과 함께 살며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까지 수상한 제정구.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김정치에 저항하며 정치입문을 결심한다. 그를 아껴 정치입문을 막으려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걸레론’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행을 해명했다. “정치가 더럽다고 모두들 외면하면 그 더러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면서 자신이 걸레가 되어 ”정치를 청소 하겠다”고 했다. 즉 걸레는 자신의 몸을 더럽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데 자신이 바로 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 같은 걸레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선언한 ‘걸레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체 세상을 달리 했지만 그의 정치입문의 변인 ’걸레론‘은 너무나 신선했다. 정치입문을 부귀영화는 물론 명예로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한 몸 걸레가 되어 더럽혀진 세상을 깨끗하게 닦겠다는 제정구의 정치 행에 대한 변은 나주 민선 6기를 향해 뛰고 있는 이들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최인기 전 의원에게 줄을 섰던, 배기운 의원에게 줄을 섰던, 대선후보 경선에서 특정후보에게 줄을 섰던, 민주당 재입당이라는 꼼수를 부리기 위해 안철수에게 줄을 서든 이 자리에서는 탓하지는 않겠다. 다만 지방정치를 계속하겠다면 제정구의 ‘걸레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잿밥보다 보다 염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지역민들과 지역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정치적 이해타산에 입각해 이합 집산을 거듭하더라도 지방 정치인으로서 지역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갖고 지방정치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역이든 도전자든 민선 6기를 향해 물밑 경쟁이 치열한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염불(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은 안중에도 없다. 잿밥(당선)에만 눈이 먼 그들의 하는 짓들이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시장을 비롯한 현역들은 오직 ‘수성’이라는 두 글자에만 눈이 멀었고, 탈환에 나선 이들은 현 상황을 절대 절명의 기회로 인식해 보이는 게 없다. 다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도토리 키 재기다. ‘중원’을 탐하기 전에 지역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지역사회를 고민하는 지역정치인을 나주는 기다리고 있다. 지역민들은 나주의 ‘걸레’를 기다리고 있지 오직 ‘수성’과 ‘탈환’에만 두 눈이 벌게진 당신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양두구육(羊頭狗肉)하지 말라는 얘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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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웅 편집국장 njt2001@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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