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놓친 아이처럼
낯선 길에서 불안해할 때
초록 문으로 안내하며
빛이 되어 주던
그런 사람이 있었지
ㅡ정호순
〚쪽수필/오정순〛
교직을 그만 두고 출판사 디자이너로 식물도감을 그릴 무렵, 나의 손 맛은 전문인 냄새가 슬금슬금 나기 시작했다. 때에 맞물려 칼라 인쇄가 도입되고 나는 전격적으로 아동물전문 출판사로 스카웃 되었다. 낮에는 새 직장에서 밤에는 전 직장에서 일하며 심리적 초록 문이 보일 즈음 새로운 문제와 부딪쳤다.
추석 전, 귀향길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직원들 봉급 봉투를 책상에 올려주고 빨리 퇴근하라고 채근했다. 무심결에 누군가가 내 봉급봉투를 뒤집어 보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근무 연차도 낮은데 봉급 책정이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 때 빛이 되어준 한 사람, 젊은 사장님이 있었다.
“당신들이 결석을 하면 오선생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지만 , 오선생이 결석을 하면 당신들이 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봉급이 다릅니다."
결국 이해 설득 되어서 무난히 저 문을 통과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약간의 봉급 조정이 되었다. 몇달 뒤 내 봉급도 올랐다. 칼라 백과사전을 만들 때,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혼신을 기울여 조달해오는 나를 회사에서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 한 사람의 지혜로운 답변이 기억에서 튀어 나와 온 시간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첫댓글 디카시가 다양한 사람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정호순 선생님
원고 보내면서 올리니까 며칠 기다리세요
감사합니다.
저기가 영광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인데요. 종교적으로 어떤 감화를 받았다기 보다
저에게는 인생 맨토는 아니었지만 갈곳 몰라 방황하며 동가식서가식 할 때 제게 마음의 안정을 준 저 초록문이 아내였던 것 같습니다.
당황하는 어느 순간
누군가 내편이 되어줄 때 참 감사하지요
저는 요즈음 그 한 사람을 추적하는데
알고보니 굽이굽이 마다 그 한 사람이 있었더라고요
어느 분은 돌아가시고 연락처를 모르기도 하지만
밥 한 그릇과 그때 고마웠다는 말을 돌려드리고 싶어요
초록이 되어준...
희망이 되어준...
내 편이 되어준...
저도 저런 초록을 참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고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시를 통해서 기억 속의 사람을 살려내고
가난한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나도 그리 되기를 바라면서 시 값을 치르지요
저도 초록이 제 편이에요 숲이요^^
저는 양다리 걸쳤어요
숲으로 가거나 성당으로 가거나 해요
그래도 세상은 좋은 곳이예요
언제나 제 편이 있었어요
신기하게도요
울아버지도 그러셨어요
좋은 작품을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다시 음미해보는 맛이 참 좋습니다.
봉급이란 말이 정감있게 느껴지네요.ㅎ
세월이 지나서 새삼스럽게 깊이 고마운 분이 생각나요
난 오직 본질적인 일에만 충실한 편이라서요
어려울때
빛이 되어 준사람
그 빛을 받아
빛이 되어 줄사람
두분 시인님^^~
그러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러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그렇죠. 그랬었군요. 저도 누군가에에 호롱일지라도 빛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순간순간 빛을 쏠 겁니다
누가 강하고 길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가 관건일 겁니다
저도 늘 빛이 되어주던 분들이
굽잇길마다 있었어요.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누군가의 초록이 되어준 적이 있었나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