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정가의 20% 가까운 최대 350만원까지 폭풍 할인을 했던 르노 클리오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
그동안 클리오는 주행성능이나 디자인, 연비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다소 비싼 가격과 올드한 인테리어로 판매가 부진했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1일 "클리오 할인 효과로 대부분 재고를 털었다"며 "현재 딜러마다 특수 색상 한 두대 정도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이 지난 2018년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르노 다이아몬드 마크를 붙여 야심차게 내놓은 차량이다. 유럽에서 '올해의 차' 등 대표적인 자동차 관련 상을 휩쓸며 기대를 모았다. 르노삼성도 신차 출시와 함께 유러피언 감성을 호소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동 가로수 길에 팝업 스토어까지 열며 공을 들였다.
클리오의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귀여운 디자인은 클리오의 존재감을 알리기 충분했다. 작은 차체는 좁은 도로사정과 비좁은 주차공간을 가진 우리나라 도로환경과 잘 맞았다. 작은 차체에서 나오는 날렵한 주행능력 역시 호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디젤엔진과 6단 DCT 조합의 파워트레인은 실영역대에서 부족하지 않은 힘을 보여줬고 20km/ℓ에 육박하는 실연비를 자랑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판매 성적은 부진했다. 한국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올해 초 프랑스 본고장에서는 신모델이 출시됐다. 2012년 출시했던 구형 끝물 모델을 일부 옵션만 살짝 바꿔 한국에 출시했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면 초라한 실내구성과 ADAS의 부재. 3박스 형태가 아닌 해치백이라는 게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부각됐다. 아울러 소형차인데도 디젤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판매하는 것도 부진한 성적에 한 몫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예상을 뛰어넘는 비싼 가격이다. 클리오는 수입 소형차였지만 르노삼성 이미지가 강했다. 경쟁차량은 푸조 208, 폴크스바겐 폴로였지만 국산차 브랜드로 나온 이상 경쟁차는 현대 엑센트였다. 예쁜 디자인보다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우선이고 운동성보다는 연비를 고려한 주행성능에 집중한 엑센트와는 전혀 다른 차량이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클리오는 그저 소형 해치백이었다. 이런 경쟁 수입차와 비교하면 클리오 가격대는 경쟁력이 있지만 엑센트와 비교하는 순간 가격 경쟁력은 한 없이 떨어졌다. 지난달 한국GM이 쉐보레 콜로라도, 트래버스를 출시하면서 수입차로 인정받기 위해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한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한국GM 역시 2018년 같은 수입차인 쉐보레 SUV 이퀴녹스를 출시하면서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으로 판매에 실패한 바 있다.
클리오는 결국 내년 신차 출시를 앞두고 지난 9월부터 엄청난 할인을 시작했다. 차량 가격의 15%에 육박하며 하위트림인 젠트림의 경우 국산 소형차가 아닌 경차 고급형 가격대와 맞먹었다. 최상위 트림인 인텐스 파노라믹 트림 역시 2000만원 이하에 구입이 가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클리오 모든 트림의 재고가 대부분 소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었던 셈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는 아무리 안 팔리는 모델이라도 20% 넘게 할인하면 한두 달 만에 재고를 모두 털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 정설이다.
훌륭한 디자인, 주행성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끝물 모델, 초라한 실내구성에 비싼 가격이라는 덤탱이가 씌여졌던 클리오도 결국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 용서가 된 셈이다. 비슷한 처지인 QM3 판매량도 크게 다르지 않다. 25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었지만 클리오보다 더 큰 할인으로 월 판매량 약 1000대에 다다른다.
르노삼성은 내년 신형 클리오와 QM3(해외명 캡처) 신차 발표를 앞두고 있다. 클리오는 국내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소형차 시장을 QM3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형 SUV시장에서 싸워야 할 중요한 차량이다. 두 차량 모두 외관 디자인을 살짝 다듬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실내 디자인은 전작 차량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게 탈바꿈했다. 여기에 르노의 ADAS인 ‘마이센스’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량 모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비싼 가격에 부진했던 판매량을 결국 큰 폭의 할인으로 재고를 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르노삼성도 크게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신형 클리오와 QM3의 가격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