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남천 금곡리의 텃밭에 갔다. 배추가 잘 자라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남천 가녘을 거슬러 올라갔다. 남천에 들어서니 포도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텃밭까지 11.5km로 38분이 걸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배추가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친구를 만나서 그간에 배추를 가꾼 얘기를 들었다. 매일 아침에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았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여간 정성을 기울인 게 아니었다. 언젠가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심어놓은 가지 나무에 팔뚝 크기의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가짓대가 부려질 것 같았다. 고추도 많이 달려 수확했다. 고추는 멸치와 함께 다지기를 하면 맛이 일품이다. 자전거 뒤 트렁크에 가득 채우고 돌아왔다. 거기서 500m쯤 왔을까 거친 소리가 나서 내렸더니 뒷바퀴에 바람이 푹 꺼져 있었다.
난감한 일이었다. 집에까지 11km나 남았는데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반 자전거보다 크기 때문에 승용차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도움을 청할 한 사람이 떠올라 전화로 구원을 요청했다. 일단 오겠다고 했다. 한참 뒤에 왔다. 차 뒷좌석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트렁크에 뒷바퀴를 밀어 넣고 앞바퀴는 밖으로 내어 철사로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에 천천히 왔다.
중방 사거리 공원교 근처에 자전거 수리하는 곳에 갔다. 본당 교우 베드로는 거기까지 데려다주고 떠나갔다. 정말 구세주를 만나 어려움을 해결했다. 자전거점 주인은 펑크라고 하며 타이어 주브를 교체했다. 자전거점 사장은 자전거에 대한 전문가이다. 그분의 손을 거치면 완전 문제가 해결된다.
그는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지금의 배터리는 옛날과 달리 완전 방전 뒤에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충전시켜야 하며 또 자주 충전시켜야 수명을 연장한다고 했다. 전기자전거를 타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물에 빠지면 수영을 못해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한다. 그런데 허둥지둥하기에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다. 오늘 예상치 못한 타이어 펑크에 베드로가 떠올라 도움을 받고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내 안의 그분(성령)이 베드로로 하여금 곤경에서 빠져나오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