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로 생활고와 물가고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요즘 시장에 물건 사러가기가 두렵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과일값은 물론이고 식료품값도 천정부지입니다. 얼마나 물가고에 시달렸으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값 언급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파 한 단에 875원 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여권의 어떤 이는 대파 한뿌리의 가격을 말한 것이다라고 웃지못할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물가고의 여파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고뿐만 아니라 요즘 여러 곳에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지갑은 갈수록 얇아진다는 푸념도 일상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실제로도 수치로 나타난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강하게 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카드 연체율입니다. 카드 연체율이 2014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상최고치인 1.63%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카드사의 연체율은 업권별 연체율을 놓고 봤을때 저축 은행 다음으로 높은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것과 경기가 좋지 않아 소득은 적은데 금리는 올라서 이자를 갚거나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감이 더욱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속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연체로 가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또한 보험약관 대출액도 역대 최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약관 대출은 해지 환급금 가운데 일부를 미리 대출로 상용하는 것인데 자칫 잘못 사용하다가는 보험 가입이 해지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하는 것입니다. 빌린 원리금이 해지 환급금을 넘어버리면 발생하게 됩니다. 특정 보험 상품들의 경우는 대출을 받고 일정 부분이 초과하면 보험의 보장 사안중 일부분이 없어지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보험 대출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1/3정도는 다중채무자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금융기관 3개 이상으로부터 대출 받는 다중 채무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쪽 빚을 저쪽 빚으로 갑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채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보험 대출까지 받는 경우는 생계형 대출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상황은 지금 경제가 상당히 불황속으로 깊게 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하게 합니다.
불이익을 무릅쓰고 국민연금을 원래 수령 나이보다 일찍 타는 이른바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가 85만명으로 1백만명에 가까워졌다는 통계도 있습니다.조기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일찍 받는 것을 말하는데 그만큼 수령액이 깎여 손해를 보기에 손해연금이라고 불립니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최대 숫자입니다. 이같은 조기노령 연금 수급자는 올해 96만명을 지나 내년에는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직과 사업 부진과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활동을 하지 못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기에 신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은 주로 서민층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가계 대출 역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11개월째 늘며 잔액이 1,1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최대치입니다. 1,000조원을 넘어선지 3년만에 1,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60조원으로 전월보다 4조 7천억원 늘어 12개월 연속 증가를 보였습니다.
기업대출 부실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불황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회사들이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생겨난 것인데 앞으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건전성 악화는 최근 은행권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실채권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내 은행권에서 지난해 4분기에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가 5년 만에 최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규 부실채권은 5조7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 4천억원,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6천억원 증가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즉 PF 부실 등이 겹치면서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물가도 우려감을 더욱 더하게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1년 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5개월만에 반등했습니다.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은 3.2%로 1월 3%보다 0.2%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1년 후에 물가 상승률이 2%에 수렴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과는 달리 과일값 등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의 물가 공포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결코 녹록하게 잡힐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총선후에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나은 계층은 덜하겠지만 서민층들은 상당한 생활고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체들도 긴축경영을 강화하면서 명퇴라는 이름으로 퇴직을 강요당하는 회사원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경제난도 한국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인 상황속에 과연 한국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우려속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