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스타탐구] <7> 노마 가르시아파라
[네이버] 2003년 11월 02일 (일) 17:52
'오른쪽 장갑 조이고, 왼쪽 장갑 조이고. 방망이 돌리며 왼쪽 발끝 찍고, 오른쪽 발끝 찍고'
어수선해 보일지 몰라도 노마 가르시아파라(29·보스턴 레드삭스 유격수)에게는 종교의식과도 같은 신성한 준비동작이다. 가르시아파라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함께 젊음·실력·외모를 모두 갖춘 '메이저리그 3대 유격수'로 불리고 있다.
가르시아파라는 타석에서 가장 적극적인 타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참아야 이긴다'는 리키 핸더슨의 타격방침은 통하지 않는다. 가르시아파라는 통산 .411의 초구공략율에도 불구하고, 통산 타율과 출루율이 각각 .328와 .377에 이른다.
가르시아파라의 1루 송구는 강속구투수의 직구에 해당되는 시속 93마일(150km). 다소 거칠지만 강한 어깨에 기반을 둔 그의 수비는 보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만든다. 특히 달리면서 던지는 동작만큼은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최고라는 평가다.
팀의 중심타자가 된 이후 아끼고 있긴 하지만, 가르시아파라는 정상급의 도루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르시아파라는 더블A 트렌턴 시절 35도루로 팀 신기록을 세웠으며, 1번타자로 출장한 97년에는 22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르시아파라는 1973년 캘리포니아주 위티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인 '라몬(Ramon)'의 철자를 뒤집어 '노마(Nomar)'라는 독특한 이름을 만들어줬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 뿐만 아니라 풋볼과 축구도 즐겨했던 가르시아파라는, 졸업반 당시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5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가르시아파라는 밀워키 대신 케빈 브라운(LA 다저스)의 모교이자 '엘로우 자킷'으로 유명한 조지아공대를 택했다.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 제이슨 배리텍(보스턴) 필 네빈(샌디에이고) 대런 드라이포트(다저스) 릭 헬링(전 애리조나) 찰스 존슨(콜로라도) 등과 함께 대표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지암비와는 절친한 사이로, 둘 다 안 텔름이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94년 드래프트에서 가르시아파라는 보스턴의 1라운드 12순위 '간택'을 받아들였고, 이듬해에는 더블A 트렌턴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등번호 5번이 영구결번되는 영광을 얻었다. 96년 가르시아파라는 트리플A를 거쳐 9월1일 메이저리그에 올랐다. 가르시아파라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 데뷔 첫 타석에서 존 와스딘으로부터 홈런을 뽑아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97년 가르시아파라는 존 발렌틴을 제치고 주전유격수를 차지, 풀타임 첫 시즌을 가졌다. 1번타자로 출장, 타율 .306 30홈런 98타점 22도루의 뛰어난 성적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또한 35홈런으로 신인 유격수 최다홈런, 30경기 연속안타로 아메리칸리그 신인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보스턴은 98시즌에 앞서 2년차에 불과한 가르시아파라에게 5년간 2,325만달러, 옵션 2년이라는 파격적인 재계약을 선사했다. 계약은 지난 시즌으로 끝났지만 보스턴은 2003년과 2004년의 옵션을 사용, 가르시아파라는 올해 1,050만달러, 내년 1,15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98년 모 본(현 뉴욕 메츠)을 보호하기 위해 3번타자로 이동한 가르시아라파는, 타율 .323 35홈런 122타점의 성적으로 '2년차 징크스'는 커녕, MVP 투표에서 후안 곤살레스(텍사스)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메이저리그 첫 두 시즌에서 모두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마크 맥과이어와 호세 칸세코를 포함, 5명에 불과하다. 가르시아파라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4경기 타율 .333 3홈런 11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가르시아파라는 이듬해 본이 애너하임 에인절스로 이적하면서 타선과 클럽하우스의 리더라는 중책을 맡았다. 시즌 초의 부상과 압박감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357의 타율로 아메리칸리그 유격수로서 역대 3번째 타격왕에 올랐으며, 27홈런과 104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가르시아파라는 포스트시즌 9경기에서도 타율 .406 4홈런 9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00시즌 초반 부상으로 한달 가까이를 결장했지만, 가르시아파라의 방망이는 절정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의 토드 헬턴(콜로라도)과 함께 4할타율에 도전하기도 했던 가르시아파라는, 결국 .372로 타율 1위에 올라 아메리칸리그 오른손타자로는 조 디마지오(1939-40) 이후 처음으로 타격왕을 2연패했다. 가르시아파라는 본이 빠진 보스턴 타선에서 리그 최다고의사구(20개)를 얻어낼 정도로 집중견제를 당했다.
2001년 잘 나가던 가르시아파라에 제동이 걸렸다. 스프링캠프에서 99시즌에 공을 맞은 후 고질병이 된 손목 부상이 악화되며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가르시아파라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사활을 걸었던 시즌 막판, 서둘러 복귀했다가 부상이 재발되기도 했다.
추락과 부활의 갈림길에 섰던 지난 시즌, 가르시아파라는 타율 .310 24홈런 120타점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특히 개인 최다인 54개의 2루타를 날렸으며, 자신의 스물아홉번째 생일이기도 했던 7월24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에서는 만루홈런 포함 홈런 3방을 날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가르시아파라는 미국 여자축구 최고스타인 미아 햄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98년 자선행사에서 처음 만난 이후 사랑을 키워왔던 가르시아파라는 지난 추수감사절 때 햄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해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햄은 두번째 결혼이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동생 마이클(19)의 포지션도 유격수. 하지만 타격실력 만큼은 형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가르시아파라에게 있어서 올해는 두번째로 맞는 '운명의 시즌'이다. 보스턴은 지난해 '빅3'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매니 라미레스, 가르시아파라가 모두 출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밤비노의 저주'는 '보스턴의 등불'인 가르시아파라가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200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