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모든 음식을 술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맛있는 요리는 술안주, 한 끼 때울만한 곳은 거의 해장용 밥집입니다.
맛있는 집 찾아서 술 퍼 마시고, 그 술 깨려고 해장국집 찾고
속 풀리면 또 술 먹고 악순환입니다. 하하하.
경험상 해장에 제일 좋은 것은 아무것도 안 들어간 흰죽입니다.
너무 뜨거운 것도 말고 적당히 따뜻한 죽에
간장, 짠지 같은 간단한 찬으로 해장하는 것이 속에 부담도 없고 든든합니다.
보통 해장국하면 벌건 국에 맵고 짠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것들은 대부분 콜라에 햄버거를 먹는 것처럼 자살스런 일입니다.
술 먹은 다음날 깔깔한 입에 맵고 짠 것이 달게 느껴지고
땀이 나면서 얼마간 시원한 느낌도 들지만
결국에는 그 강한 맛으로 인해 오히려 속을 버리는 일입니다.
죽집은 찾기도 어렵고
집에 말하면 맞아 죽을 것이 뻔한지라 포기한지 오랩니다.
다음이 선지국인데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해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죠.
만만한 것이 콩나물 국밥인데 이게 또 제대로 하는 집이 없습니다.
전주 콩나물 국밥이랍시고 내놓는 것들을 보면
조미료 범벅에 맵고 짠 것이 별 도움이 안 되는 것들입니다.
전주식 국밥이 다대기를 넣어서 빨간 국물이기는 하지만 짜거나 맵지는 않은데
서울에서 파는 국밥들은 대부분 짜고 맵게 입맛을 속이는 것들이 많더군요.
사골이나 다시마 같은 재료들을 우린 육수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끓인 다음
여러가지 고명과 날계란 하나 깨 넣은 맑은 국에 식성에 따라 다대기와 새우젓을
넣어 칼칼하게 먹는 것이 콩나물 국밥인 것 같습니다.
신촌에 콩나물 국밥을 먹을 만 하게 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려내는 재료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골 같은 것은 아닌 듯하고
다시마 같이 해조류를 우려낸 국물 같습니다. 담백하고 맑습니다.
흔히 먹는 전주식 콩나물 국밥과는 약간 다릅니다.
새우젓도 없고 다대기도 없습니다. 고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소금도 없습니다.
다시국물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끓이다가 날계란 하나 넣어주는 것이 모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국밥이, 어찌보면 심심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
이 국밥이 더 없이 담백하고 구수하게 넘어갑니다.
맑고 담백한 다시국물에 콩나물의 비릿한 향이 시원하게 우러나 있습니다.
다른 잡스런 양념이 일절 없어 평소 느끼기 어렵던
고소한 밥내음와 시원한 콩나물의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니 좋습니다.
해조류 다시 국물에 밥을 말아 끓여 냈으니 속에 부담이 갈리가 없고
콩나물을 넉넉히 넣고 끊였으니 해장에 더없이 좋습니다.
절절 끓여서 내오니 급하게 먹어 체할리도 없고
그 뜨거움으로 조금씩 접시에 덜어 먹으니 자연스레 천천히 식사를 즐기게 됩니다.
맵거나 짠 것과는 거리가 멀어 과식의 걱정도, 속쓰림의 걱정도 없습니다.
같이 내오는 반찬들도 식당 음식이라기보다는
집에서 먹는 반찬을 그대로 내어놓는 듯한 정겨운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물김치, 김치를 기본으로 서너가지 반찬이 매일 바뀌는 것 같더군요.
시금치 나물, 콩자반, 계란 찜, 우거지 나물, 고구마 순, 마늘종, 감자 조림 등등.
특히 제게 좋았던 것은 양념이 저희 집과 거의 비슷한 것이
아주머니가 충청북도 출신이 아닌가 싶네요.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가격은 4,000~5,000 사이입니다.
제육백반, 김치찌개 같은 백반 종류가 대여섯가지가 있던데
전 콩나물 국밥 먹느라 다른 것은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기본이 튼실한 것으로 보아 먹을만 할 것 같더군요.
위치는 현대백화점 뒤에서 이대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가다보면 연대-창천교회, 현대 백화점, 이대로 갈리는 Y자형 갈림길이 나옵니다.
단층의 민들레영토 본점이 있는 곳이죠.
민들레영토 본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돌면 구석에 풍년식당이라고 있습니다.
기사식당처럼 허름하게 생긴 식당입니다.
쓰고보니 해장국에 목숨거는 사람인 것 같네요.
어제도 마신 술에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과음으로 발광하는 속을 달래주는 것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담담하고 잔잔하게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이런 음식이란 것이
저 스스로도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와~해장은 아니지만 꼭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욤^_^*
전주보단 못하지만 가격 대비 괜찮습니다..전에 과음하고 아침에 친구랑 갔던 기억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