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김성근 감독이 가장 멋지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5월 8일 잠실 두산과의 경기였던 것 같네요. 당시 경기에서 승리하고 아나운서랑 인터뷰했을 때요. 마운드에서 권혁 투수에게 뭐라고 하셨느냐는 질문에 [3점 주라고 했어요]라는 대답. KT에게 연패를 당하고 와서 이번 경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마음 비우고 편하게 했어요]라는 대답.
이런 얘기들을 할 때의 감독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크게 얘기할 것도 크게 원하는 것도 없어 보이는 자세. 그의 언어에서 느껴지던 가벼움 혹은 어떤 빈 마음이 좋았죠.
어제 오늘 양의지와 김경문에 관련된 기사를 읽으면서도 그런 빈 마음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경문 [사실 올해는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보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악재가 겹쳐 만드는 시즌이라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다니]
양의지 [점수를 안주겠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넥센 타자들이 너무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게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줄 점수 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게임해서 준플 2경기를 이겼다는 뜻입니다.
야구에서 이기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물론 마음 이전에 기술과 실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승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마음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은 굉장히 크게 작용합니다.
로저스가 창원에서 NC에게 첫패배를 당했을 때 김경문이 한 얘기가 있습니다. [로저스에게 9회까지 당하지 말자] 즉 그들은 애초에 목표 자체가 소박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단순한 것 한 가지에 집중했던 것이죠. 그래서 4회까지 아무도 로저스의 초구를 치지 않았던 것이고 그들은 그렇게 서서히 로저스를 무너뜨렸습니다. 이기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죠. 9회까지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승리까지 가져갔던 겁니다.
자. 이제 제가 아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셨을 겁니다. 저는 올시즌 김성근 감독과 팀에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거에요. 왜 경기를 편하게 못했는지. 절실함이 크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부담감에 짓눌린 경기가 많았고 왜 그렇게 서두르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지.
내년에는 감독과 팀이 여유를 찾았으면 합니다. 오늘 절대로 져서는 안된다는 투혼도 감동적이지만 너무 그런 모습만 자꾸 보게 되면 마음 한 자리가 불편합니다. 너무 애처로워 보이는 거죠. 내년에는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는 야구가 보고 싶네요. 그럴 때 오히려 승리도 많이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첫댓글 구구절절 공감 합니다.. 버리는 경기는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는데 그게 잘 안되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좀 여유 있게 멀리 보고 운영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런지요....
올해는 우리가 너무 이기려고 힘이 들어간 시즌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버리는 경기는 버리자는 말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실 무엇인가를 버리려고 했을 때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심히 공감하며.. 내년엔 꼭 이런 바람대로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세상 일이 사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람 쉽게 안바뀌죠.
사실 저도 좀 의외였습니다. 너무 불안해보일 때가 많았어요.
좋은글이네요. 내년엔 부디 조금 내려놓고 조금 편안히 시즌을 치뤘으면 좋겠네요.
내려놓는다는 것이 포기가 아니잖아요. 김경문은 순위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오히려 좋은 순위를 얻었죠.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거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 이런 얘기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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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부담감을 내려놓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너무 잘하려다가 일을 그르치게 된 건 아닌지. 올시즌 감독도 선수도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쓰신 글에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그래도 올해 만큼은,, 수년간 꼴찌를 해왔으니 한번 시즌내내 독하게 부딪혀 볼 필요가 있었던 시즌이었다고 생각되요,, 또 그것이 어느정도 팀 분위기 쇄신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봐요,, 이제 적어도 우리를 호구로 보진 안잖아요,,^^;; 올해는 한번 우리도 꿈틀된다는 것을 보여 줬으니 내년에는 조금 여유있는 시즌운영을 했으면 좋겠네요,,^^
저는 사실 이글스를 논할 때 꼴찌라는 어휘가 자주 들어간 문장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꼴찌팀이든 1위팀이든 똑같은 야구일 뿐이에요. 꼴찌팀이었기 때문에 이러이러해야 한다???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겨울산 팀이 전체적으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던 시점이 아니었나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김성근 감독이든,, 선수가됐든,, 프런트가 됐든,, 수년간 성적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릴 줄 알면서도 시즌 초 김성근 감독님 영입을 원했던 것일 수도 있구요,, 올 시즌은,, 팀이 다시금 위닝팀이 되기 위해서,, 선수들이 경기를 이기는 맛을 알게 하기 위해서 전력질주했던 한 해라고 봐요,, 너무 극단적인 운영이었지만,, ㅡ ㅡ;; 올시즌 우리팀이 예년보다 많은 승리를 거두고,,오랫만에 끝까지 순위 경쟁을 했던 경험이 내년에 분명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거로 기대합니다,,^^
@wis023 네.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면 다행이죠. 올해는 이미 끝났고 비판도 할 만큼 했으니까 크게 더할 얘기는 없어요. 그러나 내년에는 한화이글스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강조하는 논리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요. 야구는 야구일 뿐, 한화라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변명이거나 억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거든요.
"종심" 이라는 표현이 겨울산님이 쓰신글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올시즌 감독님이 종심의 자세로 경기에 임할줄 알았는데..
현실은 많이 실망스러웠죠..내년에라도 올해를 거울삼아 달라진 운영을 기대해 보지만..음...
공자의 종심요? 그건 너무 드높은 경지인 것 같고요. 제가 얘기하는 것은 너무 긴장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에게 얘기하잖아요. 너무 잘 부르려고 하지 마라.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뭐 이런 얘기요. 야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부담감에 짓눌리면 실력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시즌을 길게봐야되고 얻을것은 얻고 버릴것은 과감히 버려야되는데 너무 큰 절실함을 가지고 임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김독님도 내년에는 좀 부담을 줄이고 즐길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절실한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절실함을 자꾸 내색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권혁에게 3점 주라고 했을 때 그 게임이 절실하지 않았을까요? 양의지가 줄 점수 준다는 생각으로 볼배합했을 때 그 역시 진지하고 간절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음으로써 여유를 찾아나갈 수 있었던 거겠죠. 반면 올시즌 이글스는 상대에게 한 점 주는 것이 두려워서 볼넷 내줄 때가 많았죠. 그러다가 큰점수를 허용할 때도 많았고요.
와~ 올해 최고의 글이네요~
이 무슨. 칭찬은 감사합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