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20여년 전 다니던 회사의 해외영업부 부장이 내가 커피 좋아하는 걸 알고부터는 해외출장 때 마다 매번 유명한 커피는 다 사들고 와서 선물로 줄 정도였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출연배우들이나 감독 심지어 영화제목도 잘 외우지 못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똑 같은 이유로, 난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 당시 받았던 커피들 이름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요즘와서 생각해보니 신경써서 외울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젊었을 때는 하는 일에 미쳐서 일과 관련된 것 외에는 말그대로 취미나 좋아하는 정도이지 외우고 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쨌든 나중에 디자인전문회사에서 일할 때 우리 회사 클라이언트 중에 하나가 동서식품이었는데 본사 건물 안에 맘대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걸 보고 살짝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커피 마시는 게 그렇게 어렵다거나 비쌌다는 건 아니고 수돗물 마시듯이 쉬운 커피음용환경(?)이 부러웠다는 뜻이다.
어쨌든 한국에 있을 땐 베트남이 커피 주요 산지 중의 하나란 것도 몰랐다. 그렇게 커피에 빠져지내다 (그냥 마시는 것만 -_-), 카페인 때문에 그다지 몸에 좋지않을 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커피마시기를 중단했었다. 생각해보니 당시에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렸었는데 남들만큼 위장이 튼튼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 베트남 와서 맛 본 카페쓰다에 푹 빠져 다시 마시기 시작했고 커피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아마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이제 곡명이나 배경정보도 메모를 하고, mp3 심지어 손실없는 flac 화일포맷 등 각종 데이터화일 등도 따로 구분해서 수집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다가 바로 얼마전 우연히 커피유통회사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B2B 와 더불어 커피샵을 가지고 있어 엔드유저에게도 직접 판매하는 회사라서 비즈니스 차원으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덕분에 제대로 된 커피공부도 하게 되었다.
커피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랫동안 가졌던 개인적인 의문사항에 대한 고찰도(?) 깊어가는데 무엇이 맞는 이야기인지 함께 이야기 해보았으면 한다.
바로 커피 맛에 대한 이야기이다.
와인, 커피, 순수미술, 클래식음악 ….등등 매니아와 전문가들이 많은, 쉽게 접근하기도 하지만 쉽게 말하기 껄끄러운 분야들이기도 하다.
오늘은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앞서 말한 분야들과 공통된 점이 있어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스페셜티 커피를 먼저 말해보자. 간단하게 말해서 70% 수준 이상급의 고급 커피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비싼 건 무지 더 비싸다. 비전문가인 내가 볼 때는 싸구려 커피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수준 이상되는 커피는 사실 그 맛 차이를 가늠하기가 쉽지않다. 일반인이 보기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그 섬세한 맛을 전문가들은 알아차릴 것이라는 것에는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그 조그만 미세한 차이에 따라 가격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로부터 희소성이라든지 인지도 등에 따라 실제 가치보다 더 부풀려지는 것에 대한 문제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_-)
또 하나는 커피 자체에 의한 맛의 차이와 커피와 함께 하는 환경이 맛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마시는 환경, 내 몸이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다시 말하면 “쓰레기 커피”도 때에 따라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말이 되겠다. 물론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게 커피 제조 공정의 차이 (로스팅, 드립 등의 커피 제조 과정에 따른)에 따를 수도 있다는 것도 느낀다. 왜냐하면 몇 년전, 사무실 옆에 있는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도 해먹고 싶었다. 그래서 그 까페에서 커피는 물론 연유까지 똑 같은 걸 구입하고 추출하는 방법까지 배워서 집에서 내려 마셔봤지만 도대체 그 까페에서 나는 맛이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아직도 난 그 이유를 모른다. 배웠다고는 해도 정말 드립하는 과정이 100% 동일하게 했다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정도 차이 때문에 내가 느낄 정도로 맛이 차이나는 건 도대체 왜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나는 분명히 커피 맛을 안다고 자부한다. 맛있는 것과 맛 없는 것.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 맛의 차이가 커피의 객관적 질을 나타내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마치 괜찮은 와인을 한 잔 마셔보고도 이게 진짜 고급와인(?)인지 아닌지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소심함(?)과 일맥상통한다. 분명히 맛있는 와인과 맛없는 와인을 구분하고 느끼면서도…
과연 커피의 미세한 차이를 잘 느끼는 커피전문가가 맛있다고 하는 커피가 객관적인(?) 질(質)의 수준에서도 맛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또 그것이 당연히 값이 비싸야만 하는 것일까?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1회용 커피 한 잔이 호텔커피샵에서 마시는 그것보다 더 맛있고 가치있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비싼 커피는 커피 맛 그 자체보다 그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에 따라 그 가치를 더 느낄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 (마치 비싼 브랜드 옷을 입고 있으면 코디가 안된 채로 나가서 전문가 눈에는 촌스럽게 보일지라도 스스로는 만족하는 것처럼)
오늘 말하고 싶고 물어보고 싶은 건 정말 비싼 커피는 그 값을 하고 있는것인가 이다. 그리고 그 값어치는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소비자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
오랫동안 스타벅스를 보면서 가졌던 생각들이, 바로 얼마 전 일본에 이어 한국에 들어 온 블루보틀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PS :
시장에 내려고하는 상품에 대한 기획서에 따라 소비자를 이끌어가는 포지셔닝 또는 정해진 소비자를 따라가는 포지셔닝이 정해진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상품일수록 전자의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보면 상품 그 자체의 퀄리티 문제라기 보단 그 상품이 얼마나 해당 타겟(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힘이 있는가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담뱃가루가 섞인 가짜 커피만 아니라면 길거리까페 (Quán cafe cóc)에서 파는 싸구려 커피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커피라면 그게 최고의 커피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가끔은 라이브로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멋진 까페에서 마시는 비싼 커피도 당연히 최고의 커피가 되겠지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들 하시는지.....
첫댓글 합당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별다방은 유독 한국에서만 성업 중인데 영어에 빨리는 고객의 허세가 장난이 아니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맛의 향기의 커피가 만들어져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게 되면 나름대로의 팬덤을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제품의 퀼리티든 뭐든..... 커피 자체의 구성성분이 변하는건 없다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게다가 Marketing 의 기법이 세분화 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펼치는 기업들의 잇속 챙기기와 연구비로 받은 커피관련된 기업들의 입맞에 딱 맞는 논문이 어디까지가 유익한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을 지을 방법은 개인의 몫이 되였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 저는 배트님에서 생산된(수입봉지커피)을 향이 진해서 가끔 즐기고 있지요.
저도 커피 진짜 좋아하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