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때 소음과 생활환경 등을 등급으로 매겨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주택성능등급 표시제’가 9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시행 대상 단지는 2000가구 이상 아파트다. 2008년부터는 1000가구 이상 아파트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올해 시행 실적은 극히 미미할 전망이다.
9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 아파트 가운데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모두 10여곳(공공택지 포함)에 달한다. 한일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영조주택,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태영,동부건설, 벽산건설 등이 선보일 아파트 단지들이다.
하지만 이들 공급 물량중 상당수는 이미 지난해말 사업승인을 받았거나 사업승인을 신청,주택성능등급 표시 적용 대상에서 비켜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제도 시행 이전까지 주택건설을 위한 사업승인을 신청한 경우 주택성능등급 표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000가구 이상을 분양할 계획이었던 주택업체 대부분이 주택성능등급 표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인허가를 서두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일건설은 대전시 서구 관저4지구(2428가구)에 대한 사업승인 신청서를 지난해 12월 제출했다. 태영도 지난해 11월 경남 마산시 양덕동(2170가구) 사업지구에 대해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부산시 만덕동(2700가구) 사업에 대한 사업승인 신청서를 낸 상태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신호지구에서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영조주택도 이미 사업승인을 받았거나 지난해말 이전에 사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조주택은 올해 3차례에 걸쳐 2000가구 이상씩 순차적으로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도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재건축(3466가구)와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재건축(2571가구)에 대해 각각 사업승인을 받은 상태다.
반면 동부건설(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2046가구)과 벽산건설(파주 운정신도시,2004가구) 등은 9일 이전까지 사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주택성능등급 표시제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0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법인을 설립,공급주택 수와 시기를 나눠 분양할 경우 제도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성능등급 표시제 적용대상 여부는 필지나 블록 분할에 상관없이 사업계획 승인 때 제출한 공급 물량이 기준이 된다”면서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할승인을 따로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올 하반기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분양할 사업장의 필지가 둘로 나뉘어 있어 사업추진과정에서 필지별로 따로 사업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벽산건설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경우 블록별로 사업승인을 따로 받는다면 주택성능등급 표시제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된다.
A업체 관계자는 “일조권 확보 등에 주력할 경우 동간 간격이 종전 0.8배에서 1배로 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한동을 통째로 날릴 수 있는 데다 층간소음도 1등급을 받으려면 최고층 한층이 날라가는 등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한꺼번에 200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것보다는 1000여가구씩 나눠서 분양하는 것이 수익성을 따져볼 때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동문건설 김시환 상무는 “단지 규모가 커질수록 노인정 등 편의시설 건립이나 세금 부담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2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것은 건설업체로선 대단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한꺼번에 1000가구 이상을 선보이는 단지는 앞으로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주택성능등급 표시제란=주택법에 의해 2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는 업체가 주택을 분양할 때 입주자모집공고 안에 소음(층간 소음 등 4개 항목), 구조(벽체의 가변성과 내구성 등 4개 항목), 환경(일조 및 에너지성능 등 6개 항목), 생활환경(놀이터 등 주민공동시설 등 3개 항목), 화재·소방(화재감지 및 경보설비 등 3개 항목) 등 5개 분야 총 20여개 항목에 대한 성능등급을 표시해야 하는 제도이다.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주택의 성능등급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되입된 것이다.
주택성능 등급은 숫자로 표시되며, 1등급이 최상위 등급이고 3~4등급이 최하위등급이다. 주택성능의 평가는 주택을 분양하기 전에 사업계획승인 설계도서를 대상으로 평가하며, 주택단지 단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