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입사한 신입직원과 어쏘변호사부터 파트너, 대표변호사는 물론 가족들까지 모두 함께 떠나는 해외연수로 새해를 맞이한 로펌이 있어 화제다. 바로 법무법인 대륙아주다.
대륙아주 임직원과 가족 125명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3박5일간의 일정으로 필리핀 세부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3년의 임기를 채우고 경영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조재연(60·사법연수원 12기) 대표변호사가 2013년 취임 당시 "3년 뒤 남태평양으로 법인 전체가 함께 여행을 떠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조 대표는 "로펌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구성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어 해외연수를 기획했다"며 "한번에 거금을 마련하려면 힘들 것 같아 지난 3년간 이익에서 매월 1000만원씩을 떼어 적금을 들었다"고 했다. 대륙아주의 경영철학인 '구성원이 행복한 로펌'을 몸으로 실천한 셈이다.
이번 연수일정은 바쁜 일상에 지친 임직원과 가족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구성원들의 단합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안경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바닷속 물고기를 들여다보는 스노클링(snorkeling)과 정원에서 뷔페와 공연을 즐기는 '대륙아주의 밤' 만찬, 마젤란 십자가와 산토리뇨 성당을 둘러보는 현지 관광 등으로 꾸며졌다. 새해 첫날 만찬에서는 필리핀 전통공연과 어쿠스틱 밴드 공연,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만찬장 곳곳에서 "3년 뒤에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해 하와이로 가자"는 말이 터져 나왔다.
새해 연휴기간을 이용해 연수를 마치고 4일 오전 귀국해 곧바로 출근하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들을 회사 행사에 초대해 함께 단합대회를 하고 식사도 하는 과정에서 애사심이 커지고 결속력이 다져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두 여동생과 함께 이번 연수에 참여한 고려진(43·39기) 변호사는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 네 모녀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하게 됐는데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의 동생 수진(41)씨는 고 변호사에게 "3년간 더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 모두 하와이에 가자"며 웃었다.
아이들을 데려온 직원도 여럿 있었다. 대륙아주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없게 하기 위해 직원 정년을 60세로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장기 근속하는 여직원들이 많다.
남영찬(580·16기)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우리 펌의 수익이 3년 전과 비교해 1.5배 정도 늘었다"며 "대륙아주가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양보와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화합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