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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각계에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은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게 마련이다. 역시 지난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명훈은 40여 년간 전세계를 누비며 명성을 쌓아왔다.
그런 그가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영입되면서 서울시향의 지위도 상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MBC 'PD수첩'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정명훈 예술 감독의 고액연봉과 일부 비용집행에 대해 다시 한번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PD수첩'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불거지고 있는 정명훈 감독의 비용집행에 관해 되짚었다. 정명훈 감독은 2006년 영입당시 2억원에 이르는 보수와 별도로 회당 지휘료 3500만원, 판공비 월 250만원, 국외활동비 연간 약 5500만원, 해외보좌역유지비 연간 약 4100만원을 서울시향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이와더불어 공연관련 입출국시 연간 퍼스트클래스 항공권 2매와 매니저용 2매를 포함 비즈니스 항공권 5매를 제공받았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정명훈 감독은 2억원이 넘는 연간보수와 함께 약 6억~14억5000만원에 이르는 연간 지휘료를 받았다. 항공, 차량 등의 경비까지 포함하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에서 정명훈 감독에게 지급한 총액이 약 14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정명훈 감독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는 이유는 그가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이태리, 프랑스를 오가며 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정명훈 감독은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및 지휘자로 발탁되며 세계 음악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995년, 2003년에는 프랑스 최고 지휘자상, 2011년에는 코망되르 예술공로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음악계 종사자나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정명훈 감독의 연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관행상) 비행기 항공료나 숙식제공 등을 위한 비용지출은 있어도 연봉에 지휘료가 포함 되어있기 때문에 별도로 지휘료를 제공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명훈 감독 영입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서울시 문화과 관계자는 "당시 시향을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만들고 정명훈씨를 데려오자는 시장(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님의 생각이 있었다. 협의를 위해 정명훈씨를 만나러 갔는데 너무나 터무니 없는 조건을 요구해 세금을 쓰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큰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정명훈 감독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정명훈의 형은 2012년 한 인터뷰를 통해 "국제전화 이용료만 1년에 수만불이 나오는 지휘자가 한 둘이 아니다. 쓰는대로 (연봉을) 달라고 요구했더니 시규정상 안된다고 하길래 최소금액으로 깎은거다. 계약서대로 시향에서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데 단순히 많다는 게 문제인가"고 말했다.
이처럼 정명훈 감독의 고액연봉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2005년 재단법인화된 서울시향의 지난 10년간 총예산인 1500억원 중 약 1000억원이 서울시의 출연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예술기관에서 과도한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이다.
문형주 서울시의원은 "경제적으로 모든 국민이 힘든 시점에서 정명훈 감독의 경우 (수억원에 이르는) 기본보수와 회당 지휘료가 해마다 5% 가량 자동인상된다. 이것이 국민들의 이해정서와 맞는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명훈 감독의 회당 지휘료는 약 49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명훈 감독이 대형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라는 특수성을 이해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 미국 유명 지휘자들의 연봉을 조사한 결과, 1위 리카르도 무티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은 24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었고 2위인 마이클 틸슨 토마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의 연봉은 22억5000만원 수준이었다.
한편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클래식 평론가로 전해지는 노먼 레브레히트는 "정명훈 감독이 있는 서울시향이 아시아최초로 도이치그라모폰사와 10건에 이르는 음반계약을 맺은 데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음악계에서 큰 성과이며 성과를 이룬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당 지휘료가 4000~5500만원을 받는다면 아주 높은 수준이다. 런던의 어느 유명한 지휘자라도 1300만원 이상을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회당 지휘료가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음악계 안팎으로 서울시향이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게 만든 정명훈 감독의 경우 고액연봉을 액수만 가지고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정명훈 감독을 둘러싼 문제에서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부분은 부당논란을 빚고 있는 비용집행 측면이다. 최근 서울시는 특별조사를 통해 정명훈 감독의 가족이 부당하게 사용한 항공료 1300만원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이자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인 정명훈은 공연을 위한 입출국시 부부에게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 2매와 함께 매니저용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2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2011년 특혜시비가 일면서 정감독 부부에게만 항공권이 제공되고 있다.
이런가운데 서울시 특별조사 결과 2009년 매니저에게 제공된 비즈니스 항공권을 아들과 며느리가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300만원을 환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밖에도 'PD수첩' 제작진이 정명훈 감독에게 지급된 항공료를 조사한 결과 인천-파리 왕복 항공료가 4430만원에 이르는가 하면 한 해 항공료로만 2억2000만원이 지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한공 퍼스트클래스 기준 인천-파리 왕복 항공료를 문의한 결과 가격은 1182만원대였다. 서울시향의 주거래 여행사에 문의했을 때는 1050만원대의 가격이 책정됐다.
실제 사용되지도 않은 항공권 비용으로 직장인 연봉수준의 금액이 지급된 사실도 전해졌다. 2011년 정명훈 감독은 제주도의 한 여행사에서 왕복항공권 2매를 4100만원에 구입했고 전자티켓을 근거로 서울시향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았다. 그러나 해당항공사 직원은 "당시 항상 거래하는 고객에게 입금 전 발권을 해드린 후 청구를 했지만 입금되지 않아 당일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시향 관계자는 "일단 여행사에서 끊어준 자료가 정확했기 때문에 그런부분까지 의심을하고 돈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정숙 전 서울시 의원은 지난 2011년 "서울시향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국내 최고급 호텔 투숙비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서울시향 대표가 '감독이 외국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집이 없기 때문에 호텔을 제공했다'고 설명했으나 차량 운행일지 조사결과 구기동에 위치한 집을 찾아내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집수리 때문에 그랬다'고 말이 바뀌었다. 2007년과 2008년 약 4000만원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명훈 감독은 자신과 더불어 아들 명의의 호텔 숙박료 영수증이 포함됐다는 점이 서울시의회로부터 지적되면서 정 감독은 호텔 숙박료 3900여만원을 반납했다.
정명훈 감독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미라클오브 뮤직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명훈 감독은 지휘료 등의 일부인 11억원7000만원을 사단법인 미라클오브 뮤직에 기부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에 기부한 후 소득공제를 받은 것이 다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 의회는 정명훈 감독이 운영하고 있는 미라클오브 뮤직과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찬사 리스트를 공개했다. 문형주 서울시의원은 "서울시향에서도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중요한데도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의 협찬에서는 역할이 전혀 없었던 데 반해 두 단체에선 수많은 협찬사들을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시향 단원의 일부가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여하고 출연료 일부를 단체에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 단원들의 선정과 해촉에서 절대적인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서울시향 단원의 말에 따르면 "누가 공연에 참여했고 기부했는지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공연시기가 휴가 때라 쉬고 싶은데 안가면 눈치를 보게된다" 등의 말을 전했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매년 오디션을 통해 하위성적자 5%가 해촉되는 것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제기했다. 일부 단원은 "시향의 경우 솔로가 아닌 앙상블인데 오디션 때문에 1년 내내 주눅 들어있다. 계약날 다음날 안나오는 사람은 그냥 '잘렸나보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 단원이 피가마른다. 소리 하나에 밥줄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즐거운 연주를 할 수 없게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시향 재단법인 출범 당시 40명의 단원이 해촉된 것을 포함, 지난 10년간 70여명의 단원이 서울시향을 떠났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오디션에 대한 단원들의 불만을 알고 있고 하위성적자 5% 강제해촉 규정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서울시향 단원은 "정명훈 감독이 5% 강제 해촉 규정에 대해 스스로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도 서울시나 이사회에 강력히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3일 서울시는 정명훈 감독에 대한 특별조사 결과 '재계약을 하지 못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단원은 정명훈 감독이 서울시향을 떠나는 상황이 두렵다고 전한다. 해당 단원은 "언젠가 정명훈과 같은 수준의 위대한 한국인 지휘자를 보게되기를 희망하고 저희도 그렇게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급하게 다른 외국인 지휘자를 고용할 경우 그 발전은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PD수첩' 측은 "정명훈 감독과 서울시향이 이뤄온 음악적 성과는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음악 뒤에 숨어온 정명훈 감독이 세계적 거장의 명성을 해칠 수 있는 불투명한 비용집행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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