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성자/정호승
오늘도 내가 남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서울 지하철 교대역으로 가보십시오
이 세상에서 자기만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울의 교대역에 모이는 맹인들을 찾아가 보십시오
어둠침침한 지하철 정거장 통로 끝
낡은 비닐가방 속에 손을 넣고 백 원짜리 동전을 헤아리거나
혹시 누가 볼세라 역 기둥에 몸을 숨기고
물도 없이 꾸역꾸역 김밥을 먹고 있거나
손수건을 꺼내 정성들여 하모니카를 닦고 있거나
검은 색안경을 낀 채 흰 지팡이를 짚고 꾸부정하게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서울의 성자
그들을 찾아가 위안을 얻으십시오
찬 먼지바람을 맞으며 김밥을 다 먹고
차례대로 구파발행 전동차에 몸을 싣는
더듬더듬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하모니카를 다시 부는
하모니카를 불다가 그대로 외로운 하모니카가 되어버리는
위안의 성자
그들을 찾아가 큰 위안을 얻으십시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사람이 살다 보면 불평과 불만이 생성되곤 합니다.그러나 세상살이가 다 그렇지 하면서 그것을 잘 다스리는 사람의 얼굴은 웃음이 흐릅니다.
보기가 좋은 것입니다. 다른 사람까지 밝게 합니다.
보고, 듣고, 걷고, 말할수 있는 것은 행복입니다.
이중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의 소원입니다.
맹인이 불어주는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오는 듯.....
주어진 하루를 귀하고 감사하게 살겠습니다.
=적토마 올림=
https://www.youtube.com/watch?v=78ZadO8q0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