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박물관 소장
백제 금동 대향로
향로의 뚜껑에는 23개의 산들이 4~5겹으로 중첩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뚜껑 제일 위쪽에는 5명의 악사가 피리와 소비파, 현금, 북들을 연주하고 있고, 각종 무인상, 기마수렵상 등 16명의 인물상과 봉황·용을 비롯한 상상의 동물, 호랑이·사슴 등 39마리의 현실 세계 동물 39마리가 표현되어 있다. 그밖에도 6개의 나무와 12개의 바위, 산길, 시냇물, 폭포, 호수 등이 생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뚜껑 꼭지 위에 올려져 있는 봉황은 꽁지를 쳐들고 목과 부리로 여의주를 품고 날개를 활짝 펴고 서 있다. 봉황은 박산(바다 가운데 신선이 산다는 중국 전설 속의 산)에서 양을 대표하는 신수로서, 아래쪽에 배치된 음(陰)을 대표하는 용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봉황 앞 가슴과 악사상 앞뒤에는 5개의 향연 구멍이 뚫려 있어, 몸체에서 자연스럽게 향 연기가 피어오르도록 했다.
몸체는 활짝 피어난 연꽃봉오리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연잎의 표면에는 불사조와 물고기, 사슴, 학 등 26마리의 동물이 묘사되어 있다. 향로의 몸체를 받치고 있는 대좌에는 한 마리의 용이 연꽃 밑부분을 입으로 문 채 고개를 쳐들어 떠받고 있다. 이는 중국 한나라 때 유행한 박산향로의 형식을 이어받은 듯하나, 중국의 양식을 뛰어넘어 창의성과 조형성이 돋보이고,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종교와 사상적 복합성까지 보이는 백제의 뛰어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