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왜 폭발했나
장애인연금 축소에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임 ‘불만’
▲ 장애계는 6월 14일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어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임을 비판했다.
장애계가 심상찮다.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연금제도의 적은 연금액과 대상자 축소, 장애인차량 LPG지원정책 중단, 엄격한 기준의 장애판정제도로 인한 장애인복지서비스 축소 등에 대한 비판여론이 장애계를 강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장애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불만은 급기야 6월 14일 여의도에서 1만여명의 장애인이 참가한 집회를 여는 초강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들어 최대 규모의 장애인집회다. ‘장애인생존권사수를 위한 저항연대’에 참가한 50여 장애인단체는 이날 집회에서“장애인들의 인권과 삶의 질은 오히려 10년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은 장애감수성은 커녕 기본적인 장애인에 대한 이해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장애인복지예산의 감축으로 장애인연금제도가 축소되고 있다”며 이를 현실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장애인차량 LPG 지원도 7월부터 전면 중단돼 장애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판정의 엄격한 기준도 장애인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줬다. 장애등급이 하향조정되면 활동보조서비스는 물론 장애인연금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 국가인권위원회 기구를 축소시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 시켰다는 것도 장애인들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장애인정책 진정성 의구심 팽배
이와 같이 장애인들은 현행 장애인정책의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선임은 인화성이 강한 폭발력을 지닌 사안이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노동부는 이 같은 장애계의 ‘폭발직전 분노상황’을 간과한 듯이 보인다. 양경자 전 국회의원의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선임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무튼 현 정부 출범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열린 것에서 알 수 있듯 장애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양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1986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설립과 고문으로 활동하고, 1989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을 대표 발의했다”며 장애인과의 인연을 강조하고“장애인고용에 대한 창의적인 의견을 수용하여 적극적인 이슈 리더십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오늘의 문제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미래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장애인공단이사장 선임시 장애당사자를 배제한 것과 이사장으로 선임 된 양경자씨가 장애인고용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대규모 집회와 함께 장애인공단 앞 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은 국회로까지 번졌다. 6월 2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 미경 의원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직은 장애인에겐 상징적 자리”라며 “장애인들이 반발 하고 있는데, 결단 의향(자진사퇴)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양 이사장은“면목이 없다”면서도 “장애인들이 소외감과 실망감을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 임기 내 장애인공단 이 사장 자리 같은 것을 2, 3개 만들어내겠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은 “장애인들도‘(공단 이사장이)장애인이어야만 한다’는 고집은 아닐 것”이라며 “장애인과 같이 호흡할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는 촌평을 했다. 양 이사장은“몸이 부서져라 뛰겠으니, 기회를 달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장애인들이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보이콧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겠느냐”며 “역량있는 장애인에게 양보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와 관련, 양 이사장은 “장애인들의 질책과 분노는 대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소통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장애인들과의 소통에 유념해달라”고 당부하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여야의원들의 입장차는 미묘하게 갈렸다. 여당의원들은 ‘앞으로’의 이사장 역할에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의원들은 ‘자진사퇴’쪽에 무게를 실은 입장을 편 것.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이사장이 6월 7일 취임식을 가졌다.
이 같은 장애인공단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중앙일간지 사설에도 실릴 정도로 이슈가 됐다. 한겨레신문은 6월 23일자 사설에서 “비장애인한테는 공단 이사장이 수많은 기관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장애인들한테는 참으로 중요한 자리다”며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철옹성같이 굳건한 장애인 차별을 허물기 위해서는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의 존재가 장애인들에게 더 없이 큰힘이 된다”고 밝히고 양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양 이사장, “기회달라”며 소통 강조 장애계의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6월 16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
여기에는 한국장애인 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 단체총연맹을 비롯 내일을여는멋진여성, 대한안마사협회,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산재장애인단체연합회, 한국교통장애인협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신장장애인협회, 한국장루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장애인연맹,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우리나라 장애인단체가 총망라되어 있다.
비대위는“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의 모든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을 거부한다. 이사직은 전원 사퇴할 것이며, 어떠한 회의나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 국제기능경기대회는 보이콧을 선언한다. 또한 이러한 행사를 완전 저지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비대위는 7월 9일까지 양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무산시키겠다는 공문을 이미 노동부와 장애인공단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애인들의의지가그만큼확고하다는반증으로받아들여진다. 비대위는 또 “보건복지부와 노동부가 이중으로 추진해 오던 장애인고용문제를 일원화하기 위해 공단을 장애문제에 기본적 이해를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로의 이관작업”도 착수키로 했다. 이는 그동안 장애인고용공단에 쌓인 불신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애계, “공단 복지부 이관 작업” 움직임
비대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을 위해 거둬들인 예산의 3분의 1은 조직유지를 위한 인건비 등 공단 비용으로 소모하고 중증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장려금을 준다던 계획과는 전혀 다르게 국제기능경기대회를 추진하기 위해 122억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면서 경증장애인의 장려금을 축소하고 다수고용사업장의 장려금을 축소하여 결국 175억원의 예산을 삭감, 장애인을 기만했다”는 것.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