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9월 1일을 당하였다. 멀리 동편 하늘을 바라보던 부모처자가 얼마나 이 비참한 보도에 울었던가. 피로 물들인 이 조화옹의 괴변에 재류 동포가 몇 천명이나 죄 없이 죽었던가. 우리는 이 핏빛들인 9월 1일을 맞으며 고요히 작년 이때를 생각하고 암루(暗淚)가 종횡하고 가슴이 막히어 할 말을 모르겠다.”
(「오늘은 구월 일일!」, 『동아일보』 1924년 9월 1일, 2면)
역사문제연구소에서는 관동대지진 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재일조선인 3세 작가 두 분을 모시고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기억할지 생각해보는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전시와 더불어 관동대지진 대학살 연구자에게 관동대지진과 대학살, 그리고 조선인에 대해 강연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일시 : 2023.11.29.(수)~2023.12.11.(월)
장소 : 나무아트(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4-1/ 02.722.7760)
개막식 : 2023.12.2. 토 16시 작가토크
세미나 : 2023.12.9. 토 16시 <관동대지진과 대학살>
김강산(성균관대), 작가토크
*개막식과 세미나는 모두 전시관에서 진행됩니다.
*세미나에 참여하시는 후원회원께 도록을 무료로 드립니다.
기획자의 말 (이나바 마이,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미술사학자)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과 공산주의자들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루머가 퍼지며 관헌과 자경단(自警團) 등이 다수의 조선인과 공산주의자,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분명치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대학살이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는 우경화와 만연된 역사수정주의 속에서 대학살의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해마다 개최되던 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식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고, 우익이 자행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헤이트스피치를 비롯한 폭력적인 언동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본 전시는 현대미술을 통해 대학살의 기억을 재구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일조선인’ 현대미술가 하전남과 이순려를 초청하였다. 하전남과 이순려는 재일조선인 3세로 조선대학교(도쿄)에서 미술을 공부했으며 현재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 작가들이다.
하전남은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한지와 화지(和紙)라는 한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넋전에 자신의 경험을 담아냄과 동시에 관동대지진 대학살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설치작업이다.
이순려는 회화 작업을 해온 작가이다. 인간을 모티프로 작업했던 이순려는 한국에 와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본 전시를 계기로 자신의 가족사를 되돌아보았다. 캔버스에 먹으로 그린 선조의 추상 초상화는 어떤 한 재일 조선인의 연대기라 할 수 있다.
재일조선인에 있어 대학살은 조상들이 겪은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작가들 역시 어릴 때부터 대학살 이야기를 들어 왔으며 “9월 1일은 우리들에게 늘 특별한 날이었다”고 한다. 대학살의 당사자이자 희생자의 후손인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역사의 사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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