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이승하
먼동이 터 오는 시각쯤에 세수를 하며
그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또 몇 구의 시체가 들어올까
겨울로 막 접어들거나 날이 풀릴 때
더욱 바빠진다는 그대, 아무 표정 없이
불구덩이 속으로 관을 넣는다
줄지어 선 영구차, 선착순으로 받는 시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용서했던 사람들의
시간을 태운다 거무스레한 연기가
차츰차츰 흰 연기로 변한다
구름을 데리고 와 낮게 드리운 하늘
아, 이게 무슨 냄새지
화장장 가득 퍼지는 오징어 굽는 냄새 같은
짐승의 똥 삭히는 거름 냄새 같은
잘게 빻아주세요
뿌릴 거요 묻을 거요
땅에 묻을 겁니다
묻을 거라면 내 하는 대로 놔두쇼
잘게 빻으면 응고가 됩니다
한 시간을 타고 빗자루로 쓸어 담겨
분쇄기에서 1분 만에 가루가 되는 어머니
검게 썩을 살은 연기와 수증기로 흩어지고
하얀 뼈는 이렇게 세상에 남는구나
체온보다 따뜻한 유골함을 건네는 화부
어머니는 오전 시간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화부는 화장장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나온다
표정 없는 저 화부가 김천화장장이다
생애를 낭송하다저자이승하출판천년의시작발매2019.04.16.
☞출처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27) / 우리 모두 다 같이 가는 길 - 이승하의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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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 이승하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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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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