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90년대 중반 노량진 암장에서 운동할 때,
암장 쥔장이었던 박현규씨의 등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곱상하고 선한 얼굴에 군살없는 슬림한 몸매를 가진 그는 벽에 붙으면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같은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었다.
어느 해, 원주클라이머스에서 '대답바위' 개척보고회를 열었는데, 마침 박현규씨를 비롯한 암장회원들과 함께 참석을 했었다.
많은 인파 중에서 그와 고미영씨는 단연 군계일학의 실력을 보여줬다.
당시 (정)승권형은 참석을 못했는데 MBC 드라마 '산' 촬영때문이라고 보고회 사회자가 말하던 기억이 난다.
박현규는 지금은 한국암벽등반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선운산의 암벽들을 발견하고 매주 내려가서 개척작업을 하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차를 구입해서 매달렸었다.
하루는 호남지역의 어느 클라이머들이 한 팔 턱걸이를 몇 개씩 한다며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 로컬들보다 박현규의 등반이 사실은 한 수 아니 몇 수 위였다.
등반의 역량과 성과가 근력만으로 가늠된다면야 헬쓰트레이너 혹은 체조선수들이 클라이밍을 뛰어나게 잘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일례로 채미선같은 클라이머는 근력도 좋지만 몸이 부드럽고 유연성이 아주 좋다. 게다가 뱔런스까지 좋아 등반에 아주 적합하다.
스트레칭이나 요가동작을 할때면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발군의 동작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녀는 선인봉의 남측오버행 크랙을 여성최초로 자유등반하는 성과를 보이는데, 그게 바로 그녀의 밸런스 능력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다.
볼프강 퀼리히는 '액션다이렉트(5.14d)'를 끝내기 위해 크럭스를 넘어가기 위한 무브, 또한 그 무브에 필요한 특정근육까지 만들고 그 과정에 전문가의 자문과 컨설팅까지 받았다.
전문가란 대학에서 체육학 체육생리학 등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었다.
그가 고안해 낸 것이 지금 우리가 암장에서 트레이닝하는 캠퍼스 보드(campus board)이다.
세계의 많은 고난도 루트들은 아마도 캠퍼스 보드(campus board)가 없었다면 등반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공등반에서의 버드빅, 멀티자유등반에서의 캠(후렌드)의 존재만큼 캠퍼스 보드의 역할도 컸다.
현재 많은 등반 가들이 활용하고 있는 캠퍼스 보드는 볼프강 퀼리히(wolfgang quillich)가 1988년 넌베르그(nurnberg)에 있는 캠퍼스 센터(campus center)에 처음으로 설치했다.
그는 이 보드를 설치한 후 한 손가락의 완력을 키웠고, 마침내 프랑켄 유라(franken jura)에 있는 최고난도의 루트인 '액션 다이렉트(action direct)'를 성공하게 되었다.
켐퍼스 보드를 이용해 함께 운동했던 제리 모패트(jerry moffat)는 "나는 그 해 겨울 캠퍼스 보드를 이용해 훈련했고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술회했다.
루트의 마지막에서 지구력 부족으로 떨어지는 경우라도 캠퍼스보드를 이용해 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퀼리히는 "처음 시작부분의 힘든 동작이 쉽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루트의 마지막까지 덜 펌핑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후 퀼리히의 캠퍼스 보드는 [클라이밍지]를 통하여 세계에 널리 소개되었으며 세계의 어느 인공암장을 찾아가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의 톱 클라이머들 또한 이 보드를 통하여 훈련하고 있으며 손정준씨 역시 가장 좋아하는 트레이닝 방법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물론 지금은 HIT 트레이닝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선호하지만)
그 선구자적인 클라이머는 등반이 아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저 유명한 영화 '클리프행어'를 찍고(실베스타 스텔론의 대역) 방송국 인터뷰를 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벌어진 사고였다.
'액션 다이렉트'는 짧지만 강렬한 루트다.
가끔 그 루트의 등반동영상을 보노라면 캠퍼스 보드와 함께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선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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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규는 다음 해 겨울 월악산 신선폭에서 단독등반 도중 추락사해 굵고 짧은 생애를 마쳤다.
선운산 도솔암계곡 천마봉에는 그가 남긴 '너를 만나기 위해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왔다'는 5.13a 멀티피치가 남아 있다.
첫댓글 프랑케 유라 1997년 다녀오구 아엠에프가....지멘스사에서 병원 연수를 2주간 보내 주었는데 단 이틀만 연수 받고 혼자서 뉴런베르그와 프랑케유라를 등반에 미처서 혼자 다니면서 빌레이도 구걸? 하면서 잘 얻어 먹고 등반도 잘 하고 엑션 다이렉트도 구경도 하고 잘 다녀오니 아엠에프가 터졌지요... 볼프강 궐리히는 저랑 동갑이고 고 박현규님은 제 중학교 1년 후배 입니다.... 멋진 사람들이었는데....
박현규는 나랑 동갑이었는데...
학교를 빨리 들어갔나? ^^
에구~~~손가락 근육은 단련되겠지만~~힘들어 보이네
캠퍼스 보드 운동은 잘못하면 엘보우 부상 및 손가락관절 다쳐유~~
암장운동 꾸준히하는 골수들이 하는 골병운동이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