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호풍(好風)
남전(南泉)이 스님에게 물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
그 스님이 말하였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습니다.”
선사가 다시 물었다.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지?”
스님이 말하였다.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습니다.”
선사가 다시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
스님이 말하였다.
“무슨 바람이요?”
선사가 다시 물었다.
“문 앞의 외가지 소나무가 부러졌지?”
스님이 말하였다.
“무슨 소나무요?”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구나”
백운병(白雲昺)이 송했다.
얻고 잃음과 멀고 가까움을 말하지 말라
말 끝에 돌아갈 곳 아는 이 몇 사람이던가?
남전(藍田)에서 돌 범 쏜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이(李) 장군을 생각하게 한다.
열재(悅齋)거사가 송했다
세 사람이 함께 시를 읊으니
바람과 소나무가 번갈아 빛을 뿜네
꿈속에 나무를 옮겨 심으니
허공에서 꽃을 따 돌아온다.
취암진(翠嵓眞)이 염하였다.
“대중들 중에 헤아리는 이가 퍽 많으니, 어떤 이는 말하기를 ‘앞의 스님은 사실에 의해 대답했으므로 얻었다 했고 뒤의 스님을 무슨 바람이요 하지 말았어야 하므로 잃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車)자와 서(書)자가 비슷하고, 진흙과 옥이 한 곳에 있는 줄만 알았을 뿐이다. 알고자 하는가? 길에서 검객(劍客)을 만나거든 칼을 바칠 것이요, 시인(詩人)이 아니거든 시를 바치지 말아야 되기 때문이다.
원오근(圓悟勤)이 염하였다.
“대체로 대꾸하고 부르는 일은 기회를 따라 눈을 떠서 용과 뱀을 가리고 스님과 속인을 분별해야 하나니, 이른바 북 치는 이와 비파 튀기는 이가 서로 아는 이끼리 만난 격이어야 된다. 남전이 말한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구나’ 한 뜻을 감히 여러분에게 묻노니, 어떤 것이 얻은 것이고 어떤 것이 잃은 것인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위로 향하는 사람이라야 된다. 알겠는가? 거위 왕이 젖을 고르는 것은 원래 오리의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 사물의 계제에 맞춰 하라는 뜻이다.
※ 거위 앞에다 우유에 물을 타서 갖다 놓으면 거위는 젖만 마시고 물은 여전히 남는다고 한 옛 이야기(「조정록(祖庭錄)」)에서 나온 말이니. 법을 가려내는 눈이 밝다는 뜻이다.
說話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夜來好風]”라고 한 것은 앞의 스님은 미혹한 경지의 스님이고, 뒤의 스님은 깨달은 경지의 스님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앞의 스님은 금시(今時)이고, 뒤의 스님은 본분(本分)이라는 뜻인가? 모두 아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 라고 한 것은 좋은 산 ㆍ좋은 물 ㆍ졸은 등롱(燈籠) 같은 것이요, “……부러졌지?[吹折]”라 함은 앞에서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하고 물으니, 스님도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습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미(迷)와 오(悟)를 결정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말을 꺼내 그를 시험한 것이다.
“스님이 말하였다. ‘……부러졌습니다[吹折]”라고 하였으니 과연 선사의 물은 뜻을 안 것이다.
“다시 다른 스님에게 물었다. ‘밤새도록 바람이 좋았지?[夜來好風]”라 하고 또 “……부러졌지?[吹折]”라 하였는데 그 스님이 “무슨 바람이요?[是什麽風]”하였고, “무슨 소나무요?[是什麽松]”라고 하였으니, 흡사 스승을 뛰어넘는 지혜가 있는 듯한 대꾸이다.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구나[師云一得一失]’”라고 한 것은 앞의 스님은 선사와 뜻이 같으므로 얻었다 했고, 뒤의 스님은 선사의 뜻과 다르므로 잃었다. 했을까? 아니면 앞의 스님은 남전의 함정에 빠졌으므로 잃었다 했고, 뒤의 스님은 남전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므로 얻었다 했을까? 이렇게 헤아리면 얻으면 모두 얻고 잃으면 모두 잃는다고 한 옛사람의 뜻을 어찌 꿈엔들 보겠는가?
백운(白雲)의 송에서 위 두 구절은 득실(得失)을 논하고, 친소(親疎)를 비교한다면 멀고도 멀다는 뜻이니, 남전 세 부자(父子)의 속마음[落處]을 아는 이가 몇 사람이나 되는가? 모름지기 이(李) 장군이 남전(藍田)에서 돌 범[石虎)을 쏘듯 해야 한다는 것이니, 이른바 무심(無心)이면 화살마다 과녁에 맞는다는 내용이다.
열재(悅齋)의 송에서 “바람과 소나무가 번갈아 빛을 뿜네.[風松瓦發輝]”라고 한 것은 밤새 좋은 바람과 문 앞의 한 그루 소나무를 가리킨 것이다. 끝의 세 구절의 나무는 소나무를 이름이요, 꽃은 소나무의 꽃을 이름인데, “꿈속이다[夢中], 허공이다[空裏]”라고 했으니, 세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암(翠巖)의 염에서 “앞의 스님은 사실에 의해[前來據實]……잃었다고 했다[所以云失]”고 한 것은 한 맛으로 헤아렸기 때문에 “거(車)자와 서(書)자가 비슷하고 진흙과 옥이 한 곳에 있다[車書混同玉一所]”고 하였다.
“도의 근원과[道之根源]……”라고 함은 두 스님의 소견에 깊고 얕음이 있는 것이 바로 이치의 근원이라는 뜻이요, “길에서 검객을 만나거든[路逢]”이라 함은 세 부자가 바로 검객(劍客)이요, 시인(詩人)이라는 것이다.
원오(圓悟)의 염에서 “대체로[大凡]……서로 아는 이끼리 만난 격이어야 된다.[兩會家]”고 한 것은 남전의 세 부자가 만나는 경지요, “감히 여러분에게 묻노니[敢問]……”라 한 것은 모름지기 향상인(向上人)이어야 가려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거위 왕이……”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