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2003년 2월, 초임 발령받은 부산 D초등학교에서 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퇴직을 하셨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늘 교실을 밀대로 닦으시던, 조용하고 깔끔한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겨우 학교생활 1년차 병아리였지만 교사의 녹록치 않은 생활을 느끼기엔 충분했나 보다. 평교사로 40년이 넘도록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축하받으며 무사히 교직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너무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오늘 그런 마음을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느꼈다. 지난 3여년 사이 퇴직하셨던 TCFer 네 분의 선생님들께 공로상을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다. 같은 지역모임인 S선생님이 얼마나 멋지게 사시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증인으로 사는 것이 체질이 되어 착한 일과 말씀 전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하시는 분이다. 소외된 외국인 가정을 돌보시고 성경공부모임을 몇 팀이나 인도하며, 기간제로 학교 나가시면서도 주변의 필요가 보이면 몸도 마음도 배부르도록 식탁을 차리시는 분. 줌으로 선교사 자녀들 수업한다고 매주 밤에 서너시간 시간을 내시는 분이시다. 소감을 말씀하길, 요엘서에서 노인이 꿈을 꾼다했는데 왜일까 생각해보니 교직에 있을 때 오히려 너무 바쁘다고 했다. 자신은 꿈을 꾸겠다고. 후배를 키우며 퇴직 후를 살고 싶다고 하신다. 이 분은 바로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했던 갈렙이지 않은가.
K선생님은 제자와 함께 할 일이 있어 제주로 내려가실 거란다. 교사가 막상 퇴직을 하면 불러주는 곳이 없다고. 남은 세월 어떻게 살지 모델을 고민하며 그 길을 먼저 가시겠다고 한다.
Y선생님의 말씀은 먹먹했다. 같은 교회라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두 따님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기 가족이 이런데 나가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쳐야만 하는 상황 가운데 마음이 많이 힘드셨더랬다. 수업 중 자녀 관련하여 연락이 오면 또 챙겨보다 수업하던 시절, 마음이 심하게 부대끼고 하나님을 향해서는 질문이 많았을 그 긴 시간동안도 공동체에 머물러 계셨던 그 삶의 내공이 내 심장까지 전달이 되었다.
P선생님은 불협화음을 내는 것 같은 그 아이로 인해 비로소 풍성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곡이 완성된다며 불협화음을 품는 것에 대해 다시 말씀하신다.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이 땅에서 크리스천의 삶은 바벨론 시대 이스라엘 백성과 같고 로마시대의 디아스포라와 같다. 유배지에서 말씀을 붙들고 세상을 섬기며 살아가는 용사들의 무리. 노익장들의 삶에서 길어올린 소회와 지혜를 듣고 앉았자니 나의 걸어가야 할 길이 보인다. 저분들처럼 나이들고 싶다.
#2. 충만
- 주제강의를 진행하셨던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교수님이 이야기했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사람들이 말한 두 가지 공통적인 힘은 첫째,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를 계속 되새김질 하는 것이고 둘째,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료와 공동체의 지지. 바로 나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남을 돌보는 사람의 첫번째 의무는 바로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지금 나의 신앙생활을 응원해주는 L과 K집사님이 생각난다. 창의적인 삶을 위해 글을 계속 쓰도록 지지해주는 김기현사부님과 벗님들이 생각난다. TCF 공동체도 나를 지지해준다. 복직 후 학교에서도 그런 동료교사를 만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내가 지지해 주어야 할 사람들도 떠오른다. 부산에 있는 동안 동생을 지지하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 주고 힘든 것 알아주기.
- 손경민목사님의 CCM 콘서트 '충만'
무명이어도 공허하지 않은 것은 예수 안에 난 만족함이라
가난하여도 부족하지 않은 것은 예수 안에 오직 나는 부요함이라
고난중에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주의 계획 믿기 때문이라
실패하여도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예수 안에 오직 나는 승리함이라
난 예수로 예수로 예수로 충만하네
요즘 '행복'과 '은혜'라는 곡으로 사랑받는 손경민목사님과 찬양팀의 콘서트도 좋았다. 목사님은 한 가지 주제를 써 두고 계속 묵상하며 가사를 고쳐 쓰고 곡을 붙인다고 했다. 한 곡을 쓰는데 보통 2년이 걸린다니 몇 시간 깨작거려 글 써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그 자세에서 먼저 배운다.
작사 작곡하신 곡들을 여러 곡 들었는데 '충만'이란 곡이 특히 와 닿아서 가사 일부를 적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만남에서 충만하기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말씀하시는 통로를 확보해 두자. 성경읽기와 기도시간 지키기. 그리고 입을 열어 찬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