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들간의 강대 강 대치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합니다. 상당히 답답하고 분노를 자아내는 드라마 말입니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고도 합니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누구의 표현대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앞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왜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정원 대폭 확대라는 초강수 카드를 정부가 꺼내들었을까에서 부터 보수 정권과 보수 집단의 핵심이라는 의사들이 서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걸고 치킨 게임을 벌이는 모습까지 일반인들의 판단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굳이 의사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의대 정원문제를 강행하는 정부나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의료현장을 그냥 떠나버리는 의사들의 행동이나 양쪽 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정부가 내 건 전공의들의 복귀시간을 넘겼지만 전공의들의 태도는 변화가 없는 듯 합니다. 정부는 예외없이 법에 따라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선처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라는 법적 조치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고 여당 대표가 의대 교수들을 만나고 정부는 의사들과의 대화창구를 만들겠다는 등 갑자기 강경한 태도에서 부드러운 자세로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자세에 변화가 없다며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정부의 유화책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정부의 입장만 뻘쭘해졌습니다.
의사들은 대화에 나서는 전제조건으로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백지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과 매체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후퇴한 것 아니냐 또는 정부가 의사들에게 백기를 드는 양상 아닌가라며 정부의 사실상 패배를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발끈했습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결코 물러서지도 양보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다시 못을 박았습니다. 대통령이 나서고 여당 대표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하루 이틀사이에 의정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로 바뀌어버렸습니다. 특히 의사협회 새 회장으로 당선된 의사가 대단한 소신파라는 것이 앞으로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소아과 의사회 출신으로 의사회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문제 해결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 현안에 대해서는 대단히 강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새 의사협회장은 지난달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 토론회장에서 필수의료 정책 피키지의 문제점을 피력하기 위해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다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히고 양팔을 붙잡힌 채 끌려 나간 사람으로 언론에 등장했던 의사입니다. 새 의협회장은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을 방조하고 교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앞으로 의협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새 의협회장은 필요하다면 정부와의 대화창구를 만들겠지만 대화조건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백지화는 물론 복지부 장관과 차관 파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새 의협회장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의대 정원을 5백명에서 천명정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사들간의 대화는 앞으로 상당한 난항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안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주체인 의협회장이 정부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또한 정부가 약간의 유화책을 제시하면서 정부가 가진 패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정부입장에서 앞으로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도 난항을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입장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확정하고 각 대학에 통보까지 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 또는 백지화할 가능성은 그다지 없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총선을 이제 얼마 남기지 않고 이런 저런 조치를 내놓는 것도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일단 총선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보여집니다. 정부와 의사들간의 강 대 강의 초강경대결로 피해를 입는 것은 환자들과 환자 가족밖에 없다는 원망의 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속에 환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찰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24년 3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