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시절 아버님의 직장 전근이 계셔 난 부득히 하숙을 하여야 했고
우리 가족은 아버님을 따라 조그만 농촌에서 2년간 머문적이 있었다
마침 그곳 동네가 우리의 성씨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일요일이면 농촌의 소박한 인심은 서로들 우리 가족들을 초대하기 바빴고 우린 그네들의 풍성한 대접에 늘 뿌듯한 나날을 보냈던것같다
특히 난 유달리 시골의 그 구수한 음식을 무척 좋아해 나의 도시락을
부모 몰래 잡곡밥으로 바꾸어 먹은 적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와 수수 그리고 콩이 함께 어울려졌던 진미를 지금도 우리 밥상엔
나의 식성 그대로 잡곡이 아니면 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간혹 외식시 나오는 하얀 쌀밥은 왠지 영양가 없는 밥같애
떱뜨레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는 가운데 수저를 들고 있는 나를 본다
그 시골에 주일이면 온동네가 떠나가도록 웃음꽃이 넘치는 가정이 있었다 9남매의 올망 졸망 어린 꼬마들이 집앞 밭에서 깍깍머리 형을 중심으로 술래잡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의 호박꽃같은 웃음 소리는 동네가 떠나 가도록 넘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님은 다른 집 초대는 쾌히 응하시면서도 그집의 초대엔 유난히 달가워 하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는 언제나 그 집은 그들의 부모는 일터에 있다보니 방안가득 아이들이 어지러놓은 흙투성이 걸래와 뒹구는 먼지 떄문이 아니었나 싶다
언젠가 대화방에서 우스개 소리로 흙속의 진주라 한적이 있었는데 난 그어린 나이에 문학소녀인척 책을끼고 일요일 하루를 온동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고상한척 떨었는데 지금생각하면 얼마나 눈꼴 시려워을까 싶다
난 그기서 만난 흙속의 진주를 애기 하고 싶다 그 당신 우린
"사랑"과 "무정" 그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상록수"등등 많은 책들을 접할 시기였고 나또한 책속의 주인공 인양 행세하지 않았나 싶다
어느날 교내의 소풍도 참석치 않고 이광수의 사랑에 도취한적이 있어
소풍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어이 없어 야단도 못치실 정도록 책속에 파묻힌 적이 있었다 그런 내게 이광수씨의 사랑이 나의 역사를 만들고 말았다
그 흙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이다 나의 가슴엔 저런 남자라면 나중에 결혼해도 후회는 없다란 조숙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일이면 어린 동생과 어울려노는 건방지지않은 그 남학생의 됨됨이랄까
그러나 그는 불행이도 우리의 동성동본 이었고 난 나의 습성대로
나의 사람이 될수 없음을 안으로 거부하며서 우린 마음을 열고 있었다
감히 대학문을 쳐다볼수 없었던 찢어진 가난 속에서 그 오빤 대학문을
두드렸고 난 그의 학문에 대한 끈질긴 추구를 부추기면 그의 진로에 용기를 주는 역활을 도맡아 하였다
언제나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그 오빤 너 말이 맞다면 학문의 길에 주저하지 않았고 주위에서 감히 엄두도 못내었던 환경속에서 대학원과 유학의 문까지 들어 썼을떄 비로서 그 오빠를 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를 우리의 부모도 의심했지만 모두의 시선이 따갑게 우리를 향했지만 우린 언제나 다정한 오누이 였다 이상하게 이성으로 보이지 않음이 지금도 이상하다고 넉두레 한적이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방송드라마를 켜면서 예나 지금이나 검소한 자세로
살아가는 오빠를 만날수 있음과 동시에 내게 오는 뿌듯함은
흙속의 진주를 보긴 잘 보았구나란 자부심이 일었다
오늘도 검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와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만난 사이 였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오랜꿈속에서 조용히 벗어나는
나를 느끼며 마음에 묻어두었던 사람을 조용히 보내는 나를 본다
카페 게시글
반츨한 삶의덧정
흙속의 진주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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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3.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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