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가 기업을 짓누른다고?
당연히 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0원이다. 만약에 경영인의 상속세를 기업이 대납하면 그것은 횡령, 배임이다.
상속세는 자연인 사망시 그 사망한 자연인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다. 기업 같은 법인은 사망할 수 없으니 상속세를 낼 일이 없다. 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없다. 지분을 상속받은 주주의 자녀가 상속세를 부담한다.
"무거운 상속, 증여세 부담 탓에 가업을 상속하지 못하고 폐업"한다는 기사도 틀렸다. 지분을 상속받은 상속인이 상속세를 낼 돈이 없다면 폐업하고 세금 대신 회사를 국가에 바쳐야 할까?
기업 지분을 받은 상속인은 그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면 된다. 회사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회사 자본금은 그대로고 주주 구성(손바뀜)만 달라질 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가업을 물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술과 노하우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는 부분도 어색하다. 기업은 가업을 물려줄 수 없다. 특정 주주가 세금 없이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다. 만일 그 자녀가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면, 비록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가업을 이어받을 수 있다. 지분은 일정 부분 세금을 내면 상속할 수 있지만 지배력은 애초에 상속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감자탕 맛이 기가 막힌 식당이 있다. 근데 인테리어가 별로고, 가게도 좁아서 이익은 적다. 어느날 가게주인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확장을 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투자할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 사장 요리 실력을 믿고 동업하기로 했다. 사장과 나는 각자 1억 원씩 출자해서 감자탕집을 확장했다.
감자탕집은 잘됐다. 그 사장 요리실력 덕이다. 근데 사장이 요리는 잘하지만 마케팅이나 회계 실력은 별로였다. 어엿한 주주인 나는 그 사장의 감자탕집(이 아니라 '우리' 감자탕집)의 마케팅이나 회계 방침에 참견(이 아니라 투자자의 권리를 행사)했다. 사장은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의 회계와 마케팅 방식이 관철될 수 있도록 주장했다. 왜? '우리' 감자탕집이 더 많은 이익을 내서 더 많은 배당을 받고자.
근데 회계 장부를 살펴보니 문제가 있었다. 식자재를 떼 오는 곳이 바로 사장 아들이 운영하는 식자재 가게였다. 가끔 비싸게 식자재를 사거나 재고를 처리해 주기도 했다. '우리' 감자탕집의 이익이 사장 아들 가게에 흘러 들어간다는 얘기다.(터널링)
그뿐이 아니다. 사장이 가끔 카운터에 있는 돈으로 개인 경비를 쓴다. 사장 차량의 기름값은 항상 감자탕집 운영 경비로 처리해 왔다. 그런데 그 차량으로 가족여행을 가면 그만큼 나의 이득은 줄어든다. 투자자인 나는 나의 권리를 지키고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랬더니 최소한 겉으로는 개선되는 것 같았다. 대놓고 카운터에서 돈을 가져가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회계서류를 형식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뒤로 빼돌리는 것 같은 심증은 계속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른 직업이 있는 나는 감자탕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사장의 감자탕 맛은 일품이니.
그런데 그 사장이 죽었다. 사장의 지분은 아들이 상속받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들이 직접 주방장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일했던 부주방장이 주방장이 되었으면 한다. 사장 아들의 음식 솜씨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장 아들이 감자탕집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주방장이 될 수 있도록 '가업승계공제'를 통해 꼭 상속세를 면제해 줘야 할까? 사장의 지분을 상속받은 아들에게 매년 이익 배당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방장이 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만약 그 아들의 요리 실력이나 다른 경영능력이 투자자인 내 맘에 든다면, 그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일 것이다. 아니 사실 맘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특별히 사고만 칠 것 같지 않으면 그 아들이 경영하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차린 식당이니 주인의식과 카리스마가 더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아들이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사고를 칠 것 같으면, 주방장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요는 감자탕집의 지배력은 지분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최소한 그 아들이 감자탕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 감자탕집은 망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능력이 감자탕집 주방장보다 크게 덜한 것은 없어 보인다.
아니, 다 떠나서 상속세가 늘어날까봐 자기 주식과 자기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까? 상속세 때문에 주식가격을 낮게 유지한다는 말을 믿으라고? 관련 실증 연구가 한 건이라도 있을까?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면 또 모르겠다.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 이 표현은 틀렸다
https://v.daum.net/v/20200531203003751
‘한국 기업 상속세 부담 1위’ 기사, 진짜일까?
https://v.daum.net/v/20230723084935620
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https://v.daum.net/v/20190911181501813
첫댓글 타이틀의 목적어가 틀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