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이종범(31)이 4월30일 다시 2군으로 떨어졌다. 안팎의 분위기로 봐 이번 일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한국행 급진전. 아직 딱 이것이라고 손에 잡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종범의 ‘U-턴’과 관련된 제반 사항들을 짚어보자.
▲ ‘1억엔설’의 전말
주니치의 이토 대표가 이종범의 몸값으로 ‘1억엔설’을 흘린 적이 있다. “한국의 한 팀에서 이적료로 주니치에 10억원 이상을 줄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4억5000만엔(약 45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간 이종범을 10억원에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인가? 조금 와전됐을 수 있다. ‘1억엔 소문’은 처음 해태 타이거즈에서 나왔다. 구단의 한 관계자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해태에서 LG로 옮긴 홍현우를 빗대 “사재를 털어서라도 그만큼은 챙겨주겠다”고 말한데서 비롯된 것. 홍현우는 LG와 계약금 10억원에 2억원의 연봉으로 4년 계약을 했다. 그래서 해태에서 말한 10억원은 이종범에게 돌아가는 보너스의 의미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토 대표가 나중에 ‘1억엔설’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도 혹시 이런 배경 때문은 아닐까?
▲ 시즌중 중도 하차가 가능한가?
이종범이 분노를 참지못해 “팀을 떠나겠다”고 하면 계약 위반이 될 위험이 있다. 그럴 경우 연봉도 물건너 간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양쪽이 극단적인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경우의 얘기다.
올초 이토 대표는 이종범과 개인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외국인선수 등록 마감기일인 6월말까지도 계속 1,2군을 들락거리게 될 경우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종범이 한동안 일본내 트레이드를 원한다는 뜻을 비쳤지만 주니치는 귀를 닫았다. 결국 호시노 감독이 키를 쥐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해태로의 무조건 복귀
절차상으로는 당연하다. 이종범이 국내에 돌아오면 보유권은 무조건 해태가 갖는다. 문제는 해태의 속사정. 이종범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줄만큼 여유가 없는데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팀이 운영될지도 불투명하다. 그래서 3각 트레이드가 될 경우 인맥과 자금력을 갖춘 LG와 삼성, 여기에 ‘간판 세우기’에 힘을 쏟고 있는 SK의 3파전이 유력하다. 특히 LG는 주니치와의 자매구단이고, 삼성은 김응용 감독이 있다는 잇점이 있다.
▲ ‘U-턴 머니’는 50억원?
주니치는 지난 97년말 이종범을 스카우트하며 4억5000만엔(약 45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한동안 이종범에 관심이 있는 국내 팀들이 “50억원은 너끈히 쓸 수 있다”고 말한 기준도 이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주니치가 욕심을 많이 부릴 처지는 못된다. 3년전 한국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던 당시의 잣대를 지금도 고집할 수 없다. 이적료를 지불할 팀은 해태(3각 트레이드의 경우 제3의 팀)이지만 지난 99년 은퇴한 선동열 문제와 관련, 양팀이 별로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게 걸림돌이다.
▲ 일본 잔류 가능성은 0%?
주니치 벤치의 배려를 더이상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반복되는 2군행에서 알 수 있듯 이종범은 호시노 감독의 입장에서는 ‘괜찮은 백업요원’ 정도다.
그렇지 않다면 타격감이 좋은 이종범을 시즌 초반부터 애를 먹이며 흔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이미 떠난 고메스를 다시 데려오는 해프닝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주니치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