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의 취송원 풍경
하늘은 대자연의 캔버스 위에 잿빛 대지를 배경으로 하얀 그림을 그리고 있고 더는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모자가 달린 외투를 챙겨 농원으로 나섭니다.
눈 덮힌 장독대와 거북바위를 지나 작은 정원과 팽나무가 의젓하게 서 있는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솔 숲과 그 가장자리에 웅크리고 앉은 수국, 철쭉, 꽃댕강, 피라칸사스, 그리고 빨갛고 노란 몸매를 가진 흰말채와 노랑말채 등의 관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키가 큰 플라밍고 참죽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이팝나무, 모과나무, 산딸나무, 산수유, 복자기, 벚나무, 서어나무 몇 그루와 노란 수피를 자랑하는 황금회화나무가 함께합니다. 대숲의 대나무들 위에 휘어지는 무거운 흰 보따리처럼, 붓 끝으로 점 찍어대는 풍경은 마치 꿈처럼 아름답습니다.
눈부시게 하얀 눈송이들이 설원을 이루어 미소처럼 순수의 빛나는 보석처럼 보입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한 정원의 조경수들, 벌거벗은 아그배와 서부해당화, 산사나무, 왕보리수, 화이트핑크셀릭스, 병꽃나무, 말오줌떼나무, 고광나무, 목단, 라일락 등 활엽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황금실화백, 에메랄드그린, 에메랄드골드, 문그로우, 블루애로우, 히보니카, 스카이로켓, 둥근측백, 주목, 레드로빈 홍가시, 완도호랑가시와 꽝꽝나무 같은 상록수들이 바닥에 몸 져 누운 꽃잔디와 맥문동 같은 사철 화초와 사초들, 그리고 줄기만 몇 개 남은 백합과 떨고 있는 여러 종의 무늬억새들을 바라보며, 이들과 함께 차가운 겨울날을 보내는 상상을 해봅니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센 불로 끓인 따뜻한 차 한 잔에 끝없는 정담을 나누고,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한 순간을 함께 했을 것입니다. 눈이 쌓이는 이 순간,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도 가슴에 쌓입니다. 잃어버린 소중한 추억들이 이 차가운 시절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어느 하늘 아래 어떻게 지내고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하고요.
저 눈발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내려서, 오롯이 쌓이기를 바랍니다. 눈 내리는 날, 당신의 하늘에도 설국의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5.1.8 눈 내리는 날에, 산골농부 취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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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취성원 넓은 대지위에
하얀 눈과 밝은 햇살이 있는 설경 풍광 이 너무 좋아요.
그 좋은 풍광속에서 묘목들도 새 봄을 기다리고 있겠네요. ㅎㅎ
네, 요즘 눈이 계속 내려서 보기에는 좋은데 묘목 관리 등 할일을 못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