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5월 30일
현봉스님 초청 일요가족법회의 내용입니다.
글을 읽는 순간
한장의 종이위에서
부처님의 말씀 전부를 읽은듯한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얼마나 공부해야
이런 말씀을 하실수 있을런지..
심청전에 이런 깊은 뜻이..
심(心)봉사 !
----------------------------------------------------------------------
부처님 오신날 늘 등을 켜는것은,
부처님께서 마지막 입적하실때 남기신 뜻을 받드는 것입니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하라는 유언이 그것입니다.
어떤 등입니까?
자기의 등을 밝혀라, 그리고 법의 등을 밝혀라.
법의 등은 바로 진리의 등불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의 등과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자기의 등을 밝히는것이 바로 진리의 등을 밝히는 것입니다.
제가 근래에 어떤 행사에 참여해서,
심청전 판소리 공연을 보았습니다.
심봉사가 집밖을 나섰다가 개울에 빠집니다.
물에 빠진 심봉사를 한 스님이 구해주는데,
심봉사는 눈도 멀고 엄동설한에 물에 빠진 제 신세가 처량하여 스님께 한탄합니다
그 스님은 부처님께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눈을 뜰수 있다고 말합니다.
끼니거리도 없는 형편에 심봉사는 덜컥 공양미를 바치기로 약속해 버립니다.
심청이는 부처님전에 한 약속이 엄중하기도 하고, 아비의 신세가 애통하여
공양미 300석을 받고 인당수에 바쳐질 제물이 됩니다.
그러나 바다에 빠졌던 심청은 연꽃속에서 환생하여 중국의 황후가 되고,
아버지를 찾습니다. 공양미를 바치고도 눈을 뜨지 못했던 심봉사는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맹인들을 불러모은 심청의 잔치를 찾아가 딸을 만나고 눈도 뜨게 됩니다.
저는 그 판소리를 들으며,
우리가 어떻게 눈을 떠야 하는지,
등을 어떤 마음으로 밝혀야 하는지가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미끄러지고 또 빠지는 심봉사의 모습은
눈먼 한 봉사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마음의 봉사, 심(心)봉사이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머나먼 중국 황후의 잔치까지 찾아가는 모습은
무명의 어둠속을 더듬어가는 인생길을 상징합니다.
또한 마지막에 자신의 딸을 만나 눈을 뜨는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통해 눈을 뜨고
무명에서 깨어나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자식이란 자기의 분신이자
또 다른 자기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것은
심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
그 잔치에 참석했던 모든 맹인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는 것입니다.
자기 아버지, 한 맹인만이 눈을 뜨게 한것이 아니라
모든 맹인들이 눈을 뜨게 한 심청의 이야기,
이것이 우리가 등을 켜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내 자신의 등을 켜고, 온 세상을 밝히는 법의 등을 밝히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부처님 유언인 것입니다.
작금의 세계는,
사바세계가 늘 그러하듯 문제와 갈등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 고해로부터 벗어날 것인가?
어떻게 자신의 등을 밝히고 이 세상을 헤쳐나갈 것인가?
올해 송광사에서는 보조국사 800주기를 맞아
추모법회를 모셨습니다.
보조스님의 정혜결사문 맨 첫머리에 보면
인지이도자는 인지이기(因地而倒者, 因地而起)라고 써 있습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뜻입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가 허공을 딛고 일어날리 없습니다.
너무 평범한 진리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심봉사처럼 물에 빠진것도 아니고,
멀쩡한 맨 땅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전도몽상속에서 살고있는 것이지요
뒤집어지고 엎어져서 꿈같이 혼란스런
전도몽상속에서 살고 있는것입니다.
어떻게 우리가 꿈에서 깨어나 제대로 걸어갈 것인가?
그것이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입니다.
부처님은 이땅에 오셔서 태어나자마자 똑바로 서셨습니다.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을 걸으셨습니다.
부처님 역시 전생에는 우리처럼 땅에 넘어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으로 오시면서 전도몽상을 여의고 똑바로 서신분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
하늘 위에나 하늘 아래나 오로지 나 뿐이다.
남이 없습니다.
일체가 부처님이며 또한 나 자신입니다.
넓은 바다에 일어나는 물거품과 파도가 헤아릴수 없지만
근본바다는 하나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근본의 진리의 차원에서는
온 우주가 그대로 나의 다른 모습인 것입니다.
우리가 눈이 어두울 때에는
너, 나의 구별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 어떤 무엇도, 사람도, 풀 한포기도, 벌레 한마리도
그 자신의 입장에서는 '나'이고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갑니다.
그런 무수한 존재들이
모두 연기 관계속에서 한 덩어리로 살아갑니다.
아주 작은 행위 하나라도
그런 연기 관계속에서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전체로 그 영향이 반드시 퍼져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낱낱이 보면 다른것 같지만
근본에 들어가서는 전부가 하나입니다.
우리가 등불을 켤 때의 마음은 이런 것입니다.
일체만물과 내가 하나이니,
나를 밝히고 다른 모든 이들도 밝히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의 뜻이 여기에 있는것입니다.
그리고 전도몽상으로 부터 깨어나
땅을 딛고 똑바로 걸어가는 삶을 살아가는 대자유인이 되기위해
우리는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며 등을 밝힙니다.
- 정리 : 자오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현봉스님께서는 송파구 거여동 송광사 포교원 보문정사의 회주 스님으로 매월 초하루와 지장재일에 오셔서 법문을 하십니다....()오셔서 같이 주옥같은 법문을 같이 들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