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를 찾아서
김 상 문
1. 왜 산사(山寺)를 찾아가려고 하는가?
프랑스 파리 시내에 있는 유서 깊은 성당을 찾아가는 마음은 천주교인이 되려고 찾아가는 게 아니다. 이태리, 그리스 터키 이스라엘을 관광하려는 목적도 역시 종교인이 되려는 게 아니듯이 우리가 선암사를 찾아가려고 하는것도 불교인이 되려고 찾는 게 아니다. 천 여 년 동안 이어온 우리 조상의 문화 정신과 부처의 마음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알고자 하는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으므로 기왕이면 알고 가는 것이........
2. 교회와 절은 어떤 점이 다른가?
가. 건물의 특성
◉기독교나 천주교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찬양하기위한 건물 한 동(棟) 이면 충분하다. 다른 부속 건물은 신자들의 모임에 쓰인다.. 동일한 하느님을 믿더라도 파(派)가 다르면 동일한 장소에 배치 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한 집 건너 교회다.
◉불교는 숭배 대상이 한 분이 아니다. 삼보(부처, 법(말씀), 스님)를 함께 모신 곳이 절이다. 부처님도 비로자라부처님.(대적광전), 아미타부처님(극락전), 석가모니부처님(대웅전), 약사여래부처님(약사전),미륵부처님(용화전) 등 부처님을 모시는 건물이 각각 다르다, 또 보살님을 모시는 건물도 있다. ,관세음보살님(관음전), 지장보살님(지장전), 문수보살님(문수전), 보현보살님(보현전)등이 있고, 절을 세우거나 종파를 만든 스님을 모신 전각으로는 조사전, 국사전, 진영각 등이 있고, 부처님 제자를 모신 나한전, 우리조상의 산신령과 칠성신을 모신 산신각, 칠성각, 그 외 종각, 강당, 설법전, 장서각 뿐만 아니라 스님들이 거처하는 수많은 요사체, 후원 등이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전각이 많다.
기독교의 많은 교파인 기독교장노회, 예수교장노회, 침례교, 성결교, 순복음등의 예배당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좋으련만...
불교는 신자들을 위해 한 곳에 모아 놓았다. 부처님, 보살님들을 따로따로 모셔놓았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나. 건축양식(建築樣式)은 종교의 정신을 그대로 살린 모델하우스
◉기독교나 천주교의 건축양식은 시대에 따라 건물형태가 각각 달라진다.
하늘 나라를 교회 건물안에 나타내기위해 둥근돔형식 (비잔틴식) 뽀쪽한 탑(고틱식) 둥근 반원형의 창문, 유리창문의 배치 건물안의 둥근기둥, 뿐만 아니라 성화, 조각, 공예, 음악 등 시대변천에 따라 달라진다.
◉불교도 마찬가지로 종, 탱화, 부처님, 보살님 몸체, 건축 양식등이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오면서 건축 미술 공예 인쇄술 음악등을 문화재로 잘 보존해 국보, 보물의 60%가 불교문화 이다.
3. 산사(山寺)는 경전(經典)이 집약(集約)된 모델하우스.
◉사찰은 8만대장경의 축소판
▲ 불립문자(不立文字)--말이 필요없는, 말하지 않아도,
▲ 교외별전(敎外別傳)--부처님이나 스님의 말씀도 경전처럼,
▲ 직지인심(直指人心)- 바로 부처님마음,
▲ 견성성불(見性成佛) -부처님 앞 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부처다.
이처럼 선종(禪宗)의 가르침이 스며든 각종 전각이 배치되어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같은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심을 가르쳐줄까” 하는 마음으로 전각을 배치함.
① 산사(山寺)의 배치
서출동류(西出東流), 배산임수(背山臨水) 의 풍수지리학에 의거 배치하되 앞에 흐르는 냇물이 있어야 한다. 절앞에 다리를 건너면 부처님세계로 가기위해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의미
◉선암사 승선교 다리밑을 보면 용이 있다. 이는 사악한 무리나 기운을 제압하는 신(神) 을 의미
② 일주문(一柱門)
정문에서 보면 두 개의 기둥이지만 옆에서 보면 하나의기둥, “부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 사람 사는 세상인 속계(俗界)에서 부처의 가르침, ”일불승(一佛乘), 일승(一乘), 즉 ”중생이 곧 부처“라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여정(旅程)의 첫 관문, 보통 일주문에는 천왕문처럼 편액(扁額)이 붙어있지 않다. 다만 그 절의 사격(寺格)을 나타내는 정도.
◉선암사 일주문에는 조계산선암사(曹溪山仙巖寺)라는 편액이 붙어있고, 일주문 뒤편에는 청량산해천사(淸涼山海川寺)라는 편액이 붙어있다. 예날 절에 불이 많이 나서 물과 관계되는 이름으로 산과 절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조계(曺溪) 는 중국 선(禪)종을 완성한 육조 혜능대사가 살았던 마을 이름을 칭한다. 조계총림인 송광사와 천태종의 총림선암사는 동일한 산 이름을 앞에 붙여 조계산 송광사, 조계산 선암사 라 부른다. (참고) 중국선종의 초조(初祖) 달마대사를 모신 전각 “달마전”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있음, 육조혜능대사를 모신 금당(金堂)은 하동쌍계사에 모셔있음
③ 금강문(金剛門)과 사천왕문(四天王門)
금강문 안에는 두 분의 금강역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입을 벌린 금강역사는 아(阿)하고 입을 벌리고 있고, 입을 다문 금강역사는 훔 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 “아”는 우주의 첫소리 “훔”은 끝소리인데 “아” 와 “훔”을 합치면, 우리가 잘 아는 “옴” 이 된다. 이는 우주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의미 “옴 마니 반 메옴‘이다.
사천왕문에는 불법을 지키는 호법신장인 부처님의 수호신 네 분이 있음. “부처의 세계를 지키는 신” 마음속에 나쁜 네 가지의 마음- 교만, 거짓, 게으름, 신의모독 등을 징계한다는 의미, “부처님 앞에 서려면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도 포함, 사천왕의 발밑에 있는 중생이 다름 아닌 내 마음속에 있는 삿된마음이다.
◉선암사에는 사천왕문이 없다. 이는 선암사 좌 우에 장군봉(將軍峰)이 부처님을 지키고 있어 별도로 사천왕문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④ 인왕문(仁王門) :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과 사자를 탄 문수보살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행(行),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지(智)를 뜻한다. 천왕문을 지나왔으면서도 나쁜 마음이 무엇인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아직 크게 깨닫지 못하므로 문수보살은 “왜” 를, 보현보살은 “깨달았으면 행하라”고 격려의 문으로 어루만져주는 의미, 마치 인간세상의 유치원선생님처럼....
⑤ 불이문(不二門)
해탈문(解脫門) 또는 극락문(極樂門) 이라고도 한다. 부처님 세계인 불국정토(佛國淨土)로 들어왔으니, “너와 내가 한 몸”이다.
“둘은 하나일 수 있으나 결코 하나는 아니다”.
⑥ 범종각(梵鐘閣)과 사물(四物)
범종각(루)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사물(四物)이 있다, 범종(梵鐘)은 천상과 지옥 중생을 위해, 법고(法鼓)는 육지 짐승을 위해, 운판(雲版)은 날짐승을 위해, 목어(木魚)는 수중생물을 위해 있는데, 범종각에서 울리는 법음(法音)속에 부처님의 나라로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법구(法具)이다.
대게 범종각은 큰 법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둔다.(절의 사정에 따라 다름)
⑦ 법당의 문패를 보고 어느 불 보살님을 모신가를 아는 방법
비로자나부처님 ⇨ 비로전 대적광전 적광전 대방광전 대광명전 화엄전
석가여래부처님 ⇨대웅전 금당법당 적멸보궁 팔상전 승보전천불전영산전
아미타여래부처님 ⇨ 극락전 무량수전 수광전 미타전
약사여래부처님 ⇨ 만월보전, 유리광전 약사전
미륵부처(보살)님 ⇨용화전 미륵전 자씨전 대자보전 장육전
지장보살님 ⇨지장전 명부전 시왕전
관세음보살님 ⇨ 관음전 원통전 보타전
나한님들 ⇨ 나한전 응진전 오백전
▼ 석가모니부처님 :석가란 “석가족”을 말하고 모니란 “위대한 어른” 뜻함
비로자나부처님 : “비로자나”는 빛, 태양이라는 뜻으로 대적광(大寂光)
아미타부처님 : 아미타란 “한량(限量)없는 수명(壽命) ”무량수불,무량광불
천불전(千佛殿)의 의미 : “ 일체중생(一切衆生) 실유불성(悉有佛性)‘
관세음(觀世音) 보살 : 모든 중생들의 간절한 서원(誓願)을 이루어주는
⑧ 부처님 세분(삼존불)을 모시는 기준
삼신불(三身佛) : 노사나불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시간적 기준 : 미륵불(미래) 석가모니불(현재) 연등불 (과거불)
공간적 기준 : 아미타불(서방정토 )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동방정토)
체와용 기준 : 보현보살 (行 用) 석가모니불 문수보살(智 體)
⑨ 불상(佛像)의 구별
부처님의 상(像) : 육계 와 나발(螺髮)(검은색)
보살님의 상(像) : 화려한 보관(寶冠)을 쓰고
나한님의 상(像) : 삭발한 수행자의 모습
신장들의 상(像) : 무장한 장수의 모습
⑩ 건축물의 특징(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 “꼭” 은 아님)
삼국시대의 탑(塔) 신라 삼층탑 백제시대의 탑 오층탑 고구려시대 다층탑
통일신라이전의 탑(경주감은사쌍탑)은 규모가 크고 일금당 쌍탑이었으나 통일이후의 쌍탑(불국사쌍탑 보림사쌍탑 선암사쌍탑)은 규모가 작아지고 신라말기부터 고려시대로 들어와 일탑 일금당으로 됨
4. 조계산 선암사 라는 절
대각국사(의천) 중창의 남방 태고 총림 순천 조계산 선암사
* 전각들 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꽃과 숲을 가꾼 수목원, 그 사이를 시 골마을처럼 담과 담 사이에 전각을 배치한 사찰로 유명함
◙일주문 -만세루(육조고사)- 쌍탑- 대웅전-지장전 으로 배치
* 문이 없음, 대웅전과 앞 쌍탑이 보물로 지정됨
◙원통전(관세음보살), 불조전 (53부처님) 팔상전(부처일생을 탱화로 모심) 장경각( 대장경을 보관)을 중심으로
◙응진당, 비로전, 달마전, 진영당(조사전과 같음)을 중심으로
◙삼신각, 무량수각, 각황전(천불전)을 중심으로
◙ 해천사(객사), 설선당(강당), 요사체(선방, 창파당, 응향당, 신검당)
* 건물과 건물사이에 연못을 두고 있는 것은 화재대비 *
* 모든 부처 보살님을 모시고 있는 특이한 사찰임(약사미륵없음)
* 석조 무지개 다리 승선교(보물)를 놓은 석조술(石造術)로
벌교 석조무지개다리(보물)를 놓았다고 함
* 해방이후 선암사내 종파싸움으로 인해 사찰내의 건물이나 환경에 대해 돈을 들여 개축하는데 관심을 쏟지 않았던 탓으로 사찰의 원형(原型)이 잘 보존되어 외국인의 탐방 필수코스로 선정됨
* 조계산 송광사, 선암사 일원이 “국가명승지”로 지정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