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에게 숨 쉴 틈을!"
전 산업에 걸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콜센터 업무가 일반화되었다. 콜센터 상담원 노동자가 약 30~40만 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의 감정보다 고객의 감정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그래서 언어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할 때조차 상대에게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다.
지난 5월 전국사무금융연맹이 실시한 콜센터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담원들이 경험하는 폭언은 월평균 15회, 성희롱은 1.16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의하거나 고객보다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폭력을 당하며, 콜상담원들의 80%가 치료가 시급한 고도우울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노동기본권도 처참한 현실이다. 대부분의 콜상담원들이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생리휴가․연차휴가조차 자신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회사가 지정해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성대결절, 방광염, 목디스크 등의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피곤하거나 아파도 쉬지 못하고 조퇴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임신 중에 아픈 몸으로 계속 일을 하다 유산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콜상담원 노동자들은 “콜센터 다니면서 안 아픈 게 이상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철저한 전자감시와 통제는 콜상담원들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전화응대시간(콜시간), 응대 건수(콜수), 자리를 뜬 시간(이석), 점심식사 시간 등이 초 단위로 실시간 감시․기록된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해 소변이 마려울까 봐 물도 맘편히 못 마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일해서 받는 임금이 월평균 130~150만 원 정도다. 이 중 기본급은 100만원 정도이고 실적에 따른 급여 차이가 크다. 콜시간, 콜수, 친절도 평가, 상품판매 등이 임금과 연동된다. 실적 연동 임금 구조, 계속되는 실시간 감시로 인해 잠시 헤드셋을 벗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날 권리조차 빼앗기고 있다.
더 이상 이런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런 문제의식으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19개 시민사회단체, 심상정․홍영표․은수미․장하나 의원, 진보언론 등이 함께 “콜센터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 캠페인단”을 구성했다. 공동캠페인단은 9월 18일 출범 기자회견과 대시민 캠페인을 시작으로 “전화기를 내려놓고 숨․쉴․틈을!”이라는 구호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공동캠페인단은 앞으로 콜센터 상담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성희롱․언어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임금과 연동한 과도한 성과측정 및 전자감시 근절, 콜센터 노동의 표준수칙 마련 등을 위해 활동해나갈 것이다. 또한 콜센터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어서 노동조합 등으로 단결하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나서기를 기대하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박재범/콜센터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캠페인 공동집행위원장
(희망연대노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