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날 한국에 눈에 온다기에 그곳 분위기와 딱 맞을 것이라며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내준 작곡가 김효근의 감미로운 가곡 "눈"은 현실적으로는 내게 그렇게 낭만적이지못했다. 일요일 자정 부터 쏟아지던 눈은 한시도 쉬지않고 오늘 오후 1시 넘어까지 소리없이 쌓이며 내렸다.
예보대로 오후 1시가 넘으니까 눈이 그쳤다. 차 위에 쌓인 눈이 족히 50cm는 되는 것 같았다. 중무장을 하고 나가서 우선 뒷문 앞의 눈부터 치웠는데 30분도 안되어 숨이 턱에 닿았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차 위에 산 같이 쌓인 눈과 무릎 까지 푹푹 빠지게 쌓인 자동차 주변의 눈을 치우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었다. 차가 빠져나갈 수 있게 드라이브웨이 반쪽이라도 치우려고 마음먹었던 계획은 손도 못된채 포기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폰을 확인하니 나의 수호천사 Bruce한테서 전화가 와있었다. 전화를 했더니 안받아서 엄청 걱정을 하고있는 중이라면서 도울 일이 없냐고 물었다. 뒷마당 눈을 치우다 힘들어서 들어왔다니까 전화가 갑자기 뚝 끊겼다. 날씨 탓인가 하고 다시 전화를 안하고 부억에서 젖은 장갑을 빨고있는데 15분도 안되어서 부엌 창 밖으로 Bruce 차가 언뜻 보였다. 나가보았더니 큰트럭으로 집 둘레를 뺑뺑 돌면서 쌓인 눈을 다져가며 드라이브웨이를 만들고 있었다. 나중에는 내 차 타이어가 눈에 익숙하게 나의 차로 운전을 해가며 단단하게 드라이브웨이를 마무리해 주었다.
차에서 내린 그가 "글라라 네 폰 어디있어?" 하며 다그치듯 물었다. 마침 샤워를 한 후 보송보송하게 갈아입은 셔츠 주머니에 넣고 나온 폰을 가리켰다. 혼자 사는 사람이 넓은 뒷마당의 눈을 치우러 나가면서 폰도 몸에 안지니고 나갔다가 갑자기 쓰러지면 그대로 동사하고 말텐데 어쩌려고 그리 준비성이 없냐면서 얼마나 호되게 야단을 치는지 유구무언이로소이다 하며 멋적게 웃기만 했다. 장보러 갈 것 있으면 데려다줄테니 준비하고 나오라는 것을 어제 눈오기 전에 이미 준비완료했다고 하니 " Bye, trouble maker" 하며 손을 흔들고 떠났다.
Brouce가 떠나고 난 후 도로 사정이 어떠한지 테스트도 할겸 살살 차를 몰고 스타벅스에 가서 달달한 마끼아또와 바나나넛 케익 한조각을 사가지고 와서 간식겸 저녁으로 맛나게 먹었다. 하느님은 쎈스쟁이~♡ 어찌 아시고 Bruce를 나에게 보내주셨을까. 매사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