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火天大有), 이름에 숨겨진 비수
요즘 우리사회에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말 중에 '화천대유(火天大有)'가 있다.
성남시 대장동개발의 특혜의혹사건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회사의 이름이다.
화천대유란 단어는 주역의 64개 괘 중 하나다. 14번째 괘다.
불(火)을 상징하는 離(☲)괘가 위에 있고, 그 아래 하늘(天)을 의미하는 乾(☰)괘가 놓여있다.
하늘 위에 불이 놓여있는 형상(䷍), 그게 바로 주역 화천대유 괘의 모습이다.
하늘 위에 불이 있으니, 그건 바로 태양이다.
태양은 만물에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 에너지를 받아 대지 위의 동식물은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만물은 제자리를 잡아가니 '대유(大有)'가 된다.
그래서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주역 최고의 괘다.
문제의 그 회사가 이름을 화천대유로 지은 이유다.
그런데 이 회사, 애초부터 괘를 잘못 읽었다.
최고의 괘라는 것만 알았지 그 최고의 경지이면에 담긴 비수를 보지 못했다.
주역은 점(占) 치는 글이다.
그러나 운세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그런 싸구려 점책이 아니다.
자연의 흐름속에서 인간 삶의 길을 찾아내고,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음양의 조화를 통해 삶의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동양사상의 시원(始原)이 되는 책이다.
주역은 14괘 '화천대유(火天大有)'를 이렇게 설명한다.
화재천상대유 군자이격악양선순천휴명 (火在天上大有, 君子以遏惡揚善順天休命)
'불(태양)이 하늘 위에 있으니 크고 크도다.
군자는 스스로 악을 멀리하고 선을 드러내며, 하늘의 뜻에 순종하고, 그 아름다운 뜻에 순응한다.'
'順天休命(순천휴명)'이 거기에 나온다.
'화천대유' 괘를 뽑았다고 해서 길하고,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생각은 엉터리 점집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군자는 이 괘를 뽑아 들면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선을 어떻게 구현할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게 주역의 참뜻이다.
주역의 모든 괘는 6개 효(爻) 중 가장 아래 효부터 뜻풀이가 시작된다.
화천대유 괘의 첫 효 설명은 이렇다.
'나쁜 자들과 사귀지 마라, 그래야 재앙이 없다.
오로지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 (无交害, 匪咎. 艱則无咎)
주역은 화천대유가 좋은 괘임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악의 무리와 접촉하고 일을 도모하면 재앙이 따를
뿐이라는 걸 경고하고 있다.
오로지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임해야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
'그저 좋다고 튀기지 말라. 그래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오로지 냉정하고 명석한 판단이 필요하다(匪其彭 无咎, 明辯晳也).
그들은 돈 된다고 달려들어 수천배 튀겨 먹었다.
돈 앞에서 선의와 양심은 내팽개쳤다.
악의 무리만이 꼬였을 뿐이다. 그러니 재앙이다.
주역은 오로지 좋은 것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양(陽) 속에 숨어있는 음(陰)을 읽어야 한다.
그게 주역의 존재 이유다.
그걸 읽지 못한 자, 극한으로 치닫고 재앙을 피하지 못한다.
그들이 회사 이름을 화천대유로 지은 그때부터 오늘의 혼란은 잉태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앙/주역으로 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