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여섯번째
-어느 불효자식들의 죽음-
작년 연말에는 유난히 죽음들이 많았던것 같다...
주변 지인들의 상가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현장에 업무상 갈 때가 많았다.
그 갑작스럽고 예고없는 주검들을 대할 때의 참담함...
그리고 그들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그런 주검들을 대하면서 분노가 느껴질 때가 많고 뭐라고 마음의 심정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 1
11월 하순이었던가...
밤12시경 00모텔에서 달방을 얻어 친구와 같이 생활하던 아가씨가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급히 현장에 출동해보니 속옷차림의 아가씨를 목욕탕 바닥에 눕혀놓고 먼저 도착한 모텔주인이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가 중단하고 시간을 물어보니 목을 매단지가 20여분 이상이 지났다니 이미 사망이다...
현장을 살펴보니 목욕탕의 수건걸이에 때타올로 느슨하게 올가미를 만들고 목을 메어 자살했다.
같이 생활하던 친구 상대로 조사를 해보니 00대학교 약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라는데 모 나이트클럽 웨이터에게 빠져서
자주 찾아가 놀았다는데 다른 여자들에게 대하는 것을 보고 뭐가 못 마땅했는지 친구에게 죽어버리겠다고 몇 번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 나이트클럽 웨이터들 맨날 사건관계로 대하다보면 천하에 인간성 더럽고 버릇없고 뭐 볼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녀석 뭐에 홀렸는지 참 한심하다.
그녀석들 아가씨 손님오면 잡을려고 별별 짓을 다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현장을 과학수사반에게 인계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순찰차 속에서 팀원과 이야기를 하며
그 부모들은 딸이 곧 졸업하여 약국 개업 등등의 기대를 하고있었을 것인데...
이 밤에 딸의 죽음도, 어린 딸이 왜 죽었는지 그 한심스런 이유도 모르고 곤히 자고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그 부모에게 지금 전화를 하여 딸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데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유서한장 없는 딸의 죽음을.... 이 밤에 딸의 갑작스럽고 황당한 죽음을 부모에게 알려줘야 되는데
도데체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
♣ 2
이틀 뒤 주간근무.... 점심무렵 00아파트에서 자살 기도자가 있다는 무전연락이 왔다.
현장에 도착하니 119구급차가 먼저 도착해있고 집에 들어가니 거실에 팔순 노인이 앉아서 초점잃은 멍한 얼굴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바라보며
'내 아들 좀 살려 주세요' '제발 내 아들좀 살려주세요'란 말만 계속 되풀이 하며 애원을 한다
작은 방에 가보니 옷장의 옷걸이걸이에 넥타이로 목을 맨 사람을 끌어 내려 방바닥에 눕혀놓고 구급요원이 기계로 인공호흡을
시키며 심장을 자극 하고있는데....
63세, 남자 한전에 다니다가 정년퇴직하고 광주에서 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두달전 추석때에 부모를 찾아왔을 때도
아무런 일도 없었고...그 뒤로도 역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데
갑자기 부모 집에 찾아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거실에있는 아버지에게 '나 죽어 버릴라우' 그러고는 바로 작은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는데.... 팔순 노인은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아들이 죽어버린다고 문을 잠그니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안된다고 통 사정을 하고 뭔일인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도 안 열려서 119에 연락을 하였다는데....
그 녀석 몸이 아직 따뜻하고 굳지 않아서 그냥 잠자고있는 모습과 비슷하지만 이미 사망한것 같다
119구급요원이 들것에 싣는것 팀원에게 도와 달라고 하고 현장에 출동한 과학수사반에게 현장 인계하고
거실에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아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노인네가 안쓰럽고 볼 낮이없어 현관앞에 나가 담배하나 피우는데
마침 아파트옆 공터에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심어놓은 곳에 갔던 할머니가 아무런 영문도 모른체 현관에 들어오다가 무슨일이냐고
물어본다.... 아무도 대답을 못하는데 들것에 실려있는 아들을 보고 주저 안는다...
구급요원이 들것을 밀고 엘리베이터에 싣는데 좁아서 들것을 세우니 그 녀석을 들것에 잘 묶지 않았는지 아래쪽으로 미끌어져
떨어지려고 한다.
잡아 주려다고 속으로 '나쁜 시키, 호로자식 같은 놈 땅바닥에 패대기나 쳐버려라'하는 마음에 못본척 하다가 구급요원이
고생할것 같아서 팀원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부모님들의 우는 소리를 듣는데...이미 죽은 녀석이 한없이 밉다
팔순의 아버지 앞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죽어버린다고 목을 매는 불효자식.
그 죽음을 본 아버지는 남은 평생 죽을때까지 자식의 마지막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 3
그뒤 4일 뒤인가 8일 뒤인가 ... 다시 주간근무 날 아침..
근무 교대를 하고 조금 지났는데 변사사건 신고가 들어왔다. 아파트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서 목을 맨 사람이있다고..
장소가 나의 집 바로 옆 아파트다...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15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팔뚝만큼이나 굵은 동아줄로 목을 맸다.
목을 맨 줄이 의외이다..... 선창에서 배를 묶을때 쓰는 줄 같은데 쉽게 구하가 힘들겠다는 생각이고...
어디서 구해서 손에 들고 여기까지 왔을까도 궁금하다...
녀석의 주머니에있는 핸드폰을 찾아서 착발신 전화 번호를 검색하고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니 마침 그 녀석의 친구가 전화를 받는데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산다고 하고 곧 올라오겠다고 하면서 죽은 녀석의 아버지가 우리회사 직원이라고 한다.
깜짝 놀라서 이름을 물어보니 죽은 녀석은 18세, 고 2학년, 아버지는 20여년을 같이 근무한 선배님... 다시 조회를 하고 확인해보니
틀림없이 선배님의 아들이다...
잠시후 현장에 과학수사팀하고 강력팀이 도착했다. 모두가 곤혹스럽고 허탈한 표정들이다...
그 선배님 승진시험공부하느라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몇년간 고생을 하고 모든게 필요없고 건강이 젤이라고 하며 건강관리를 하다가
얼마전에 겨우 승진하였는데...
선배님에게 어떻게 아들의 죽음을 어떻게 통보할까. 뭐라고 할까......빨리 연락을 하기는 해야되는데...
그 선배와 친분이 두터운 강력팀장이 자신이 연락을 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하는데 받지를 않는다....
일요일날이니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할 시간이다....강력팀장이 직접 성당에 찾아가서 만나 알리겠다고 하며 출발하고
과학수사팀이 녀석의 주검을 감식하는 동안 아파트 복도에 서서 바로 코앞에있는 나의 집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며 생각하는데 그 녀석의
이름이 내 아들과 똑같고 학년도 같은 고2학년이다
아들녀석 사춘기때 부터 속썩이면 심하게 매를 들기도 했고 꾸중도 많이 했는데... 집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다가 아들 생각이 나서
천사에게 전화를 해 아들이 좀 잘못하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말라고 했더니 당신이나 아들 너무 엄하게 대하지 말고 잘하라고 하며
웬일이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난 어느때 부턴가 변사사건을 처리하면서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를 꼬치꼬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건 판단에 필요한 사실관계만 밝혀지면 되고 나중에 수사를 해서 추가로 더 밝혀진 세세한 부분은 알고 싶지가 않다..
녀석도 마찬가지다.
그냥 그날 저녁 남녀친구들 네명이서 술을 마시고 재미나게 놀다가 녀석이 술에 취하자 농담처럼 죽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밤이 늦어 택시를 태워 보내고 친구들도 각자 집에 들어왔는데 녀석이 집앞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나와서 세벽 세시경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만나자고 하였으나 모두 부모님들 때문에 못
나간다고 했다는데 친구집 아파트에 찾아와서 옥상계단에서 목을 매고 죽은것으로 타살의 의심이 없다고 결론이 났으면
더 이상 알고싶지가 않다....
그녀석이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여자 친구와 어떤 갈등이 있었던지, 존경하는 선배님 부부와는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아니면 취한 술기운에 일시적인 충동이었는지는 관심 밖이다...
♣ 4
며칠후 야간근무... 밤 10시경 모텔에서 완전 나체의 남자가 뛰어내려 죽었다는 무전이 떨어진다
현장을 가면서 젤 먼저 드는 선입관이 불륜을 저지르다가 현장을 들켜서 창밖으로 도망가다가 추락사했거나
아니면 상대남과 싸우다가 떨어진것.... 살인이라면 복잡하다...
현장에 도착하니 시멘트 도로에 떨어져 바닥에 피가 흥건히 흐르고 있는 상황이고 사람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외국인 같기도 하고. 그림에 나오는 달마대사 같기도 하고. 키가 짜리몽땅한 일본 스모선수 같기도 하고....
두꺼비같은 체격의 남자가 그냥 시멘트 바닥에 무참한 모습으로 널부러져있어 순찰차에 비치된
시신덮는 흰 천으로 덮게하고 타살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현장을 통제하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창문이 열린 6층에 가보니
누군가 싸운것 처럼 온 방이 어질러져있고 이불과 수건이 목용탕에있고 방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있고. 신발도 방에
어질러져있고, 탁자는 뒤집어져있고 전화기도 던져져있고.... 아이들 머리통만한 수정구슬인지 여의주인지도 현관앞에
뒹굴고있고......도데체 현장을 봐서는 상황 파악이 안된다......
현장앞 건물 2층 노래방에서 놀다 바람을 쐬러 나왔다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아주머니의 남편이 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아주머니를 상대로 목격한 상황을 들어보려고 하였으나 남편이 막무가내로 협조해 줄 수 없다고, 한마디도 해 줄 수
없다고 하며 막는다....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에 대하여 몇마디만 들으면 사건 판단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도있는데...
다시 한번 부탁하니 그 남편이 싸울듯이 욕을 하며 달려든다....임빙할 시키...
모텔 주인아저씨도 투숙객이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고는 하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주인 아주머니 상대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이해가된다..
녀석은 3일 전에 투숙을 했는데 아무래도 정신이상자 같았단다. 자신은 삼성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있다고 했다는데
빡빡 깎은 머리에 승복을 입고 여의주를 들고..... 오전에도 나체상태로 유리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밀어서
떨어지면 큰일난다 싶어 신고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오면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하고 또
혼자있으면 이상한 소리를 하였는데. 저녁에도 밥을 시키면서 하는 이야기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방을 내 달라고하였으나 나가지 않고 혼자서 뭔 미신을 믿는지 주문을 외우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꼭 밖으로 떨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떨어지기 5분전에도 보았는데 혼자서 소리를 지르고 중얼거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고 한다...
현장 감식결과와 수사결과 타살의 혐의는 없고 미신 때문에 정신이상으로 투신한것 같다는 결론이다.....
♣ 5
금년 새해 1월4일 새벽 세시반...
도로에 서있으면 날려갈것 같은 강풍이 불고 눈이 날려서 추위에 잠시도 서있지 못 할것 같은 날씨인데
00아파트 옥상에서 어떤 녀석이 자살을 한다고 난간에 올라가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가보니 119에서 출동하여 아파트 아래에 에어메트리스를 설치하고 공기를 주입하느라 바삐움직이고 있었고
먼저 현장에 도착한 팀원이 옥상에 녀석이 있다고 한다.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니 계단에 녀석의 아버지라는 50대 중후반의 남자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멍하니 주저 않아
떨고 앉아있고 옥상에서는 엘리베이터 탑을 사이에두고 저쪽에는 녀석이 난간에 올라가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바람에 몸을
흔들리며 떨어질듯 서있고 이쪽에서는 팀원이 안정시키려고 이야기를 하며 설득하고 있으며 또 다른 팀원들은 엘리베이터 탑 뒤에 몸을
숨기고 녀석이 빈틈을 보이면 뛰쳐나가 녀석을 잡아서 끌어 내릴 준비를 하고있다....
일단 잘 못하면 녀석이 뛰어 내릴것 같아서 녀석을 덮쳐 잡으려고 준비하는 팀원들에게 조심히 대기하라고 하고 다른 팀원에게는
계속 이야기를 걸며 설득하도록 하고 그 녀석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녀석은 19세 재수생인데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사귀는 여자친구 때문에 뛰어내려 자살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친다고 이야기를 한다....
제수생이 세벽 세시에 여자친구 문제로 아버지에게 죽겠다고 말하고 옥상에서 저런 난리를 치고있다??
녀석에게 화가난다
'그래 너 같은 녀석은 세상 살 자격도 없는 놈이니 뛰어내려 죽어라'라고 하고 싶었다.
'뛰어 내릴 자신없으면 뒤에서 밀어줄까? 라고 말하고 싶었다....
저런 녀석들....
약먹고 죽는다고.. 목매달아 죽는다고... 뛰어 내려 죽는다고... 주변사람들에게 협박하고 힘들게한 녀석들 살려 놓으니
결국 그 녀석들 두고 두고 주변사람들 힘들게 하고 얼마나 속을 썩이며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살아가는지 지금까지의 많이 보아왔다.
어쨌던 직원들이 설득하고 그녀석의 아버지가 애원하고 하여 그녀석이 방심하는 사이에 덮쳐서 끌어 내렸다
그때까지도 다리에 힘이 풀려 그 녀석에게 애원하고있던 녀석의 아버지가 화를 내면서 녀석을 때리려고 하여 말렸지만
그냥 몽둥이를 가져다 주고 싶었다. 그걸로 속 후련할때까지 정신차리라고 실컷 패버리라고....
그 녀석을 살려서 우리팀 근무의 액땜이 끝났는지 그 뒤로 자살 등 변사사건이 안 난지 벌써 20여일이 되었다....
초임때 처음으로 마주친 죽음의 현장.....
학교를 땡땡이치고 마을 뒷산에서 혼자 본드를 들이 마시다가 비닐봉지가 코를 막아 죽은 학생을 보고 얼마나 슬펐던가
지금까지의 수없는 죽음의 현장은 언제나 슬펐고
몇 년전까지도
한여름 유달산 조각공원 뒤 숲에서 소주 세병을 마시고 죽은 중년의 남자...살아있는 것 같은 그 얼굴에 벌써 파리들이 알을 낳고
허옇게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구더기를 보면서 얼마나 비참했던가...
그러나
이제는 비겁하게 죽은 이들은 동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 현장에 가서 보면
죽은자들은 대부분 언제나 비겁하고,
남아서 살아갈 사람들은 전혀 배려를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처지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자들이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두고두고 힘든 짐을 지워주고 떠난것 같은 느낌이 들어 동정하고 싶지 않고
그들의 무덤에는 풀도 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젠 갈수록 인간성이 메말라가는것 같다.
세월이 흘러 퇴직할 때가 되면 그나마 이만큼 남은 인간성 마저도 나에게서 사라져 버릴까봐 걱정이다...
- 영화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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