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시인 된 후 떠난 그녀… 작품 묻히긴 아까웠죠” (naver.com)
“늦깎이 시인 된 후 떠난 그녀… 작품 묻히긴 아까웠죠”
서울행정법원 직원 52세 최란주씨 신춘문예 당선 6개월 후 세상 떠나 동료 정준호씨, 자비로 유고시집 내 2019년 12월, 서울행정법원 직원 최란주(당시 52세)는 전화 한 통을 받고 얼떨떨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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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남쪽의 집수리
최 선 (본명 최란주)
전화로 통화하는 내내
꽃 핀 산수유 가지가 지지직거렸다.
그때 산수유나무에는 기간을 나가는 세입자가 있다.
얼어있던 날씨의 아랫목을 찾아다니는 삼월,
나비와 귀뚜라미를 놓고 망설인다.
봄날의 아랫목은 두 폭의 날개가 있고
가을날의 아랫목은 두 개의 안테나와 청기聽器가 있다.
뱀을 방안에 까는 것은 어떠냐고
수리업자는 나뭇가지를 들추고 물어왔지만
갈라진 한여름 꿈은 꾸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오고 가는 말들에 시차가 있다.
그 사이 표준 온도차는 5도쯤 북상해 있다
천둥과 번개 사이의 간극,
스며든 빗물과 곰팡이의 벽화가
문짝을 7도쯤 비틀어지게 한다.
북상하는 꽃소식으로 견적서를 쓰고
문 열려있는 기간으로 송금을 하기로 한다.
꽃들의 시차가 매실 속으로 이를 악물고 든다.
중부지방의 방식으로 남쪽의 집 수리를 부탁하고 보니.
내가 들어가 살 집이 아니었다.
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계약이 성립된다.
산수유 꽃나무가 화르르
허물어지고 있을 것이다.
·☞원문출처
[2020 매일신춘문예]시 당선작-남쪽의 집수리 - 매일신문 (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