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현대백화점 엄마와 딸 문예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물고기 눈물
우연희
어머니는 물고기가 소원이었다
너른 바다 천지사방 떠돌아다니는 놈들의 달음박질을
가슴에 품듯 눈동자에 품고 같이 내달렸다
어항만큼 좁고 탁한 지붕을 열고
닻줄같이 늘어지는 식솔 생각 끊어버리고
복어 배라고 놀림 받던 그 뱃속 혼자만 채워
두둥실 둥실, 남모르는 여정이 소원이었다
밥과 찌개가 보글보글 비늘 반짝 떨어지고
어둔 밤 불 밝히는 자식 걱정
한숨이 포옥 오목하던 뱃가죽 한 줌 늘어지고
날래던 몸뚱어리는 삐그덕 요란스레 퍼덕질뿐이고
돌아봐도 아득할 뿐 닿지 않을 소원
어머니는 다시 나면 물고기가 된다 하신다
잡아돈 듯 뱅뱅 맴돌기만 한 인생 다 살고
되는대로 가는대로 멀리만 떠도는 다리 없는 생물이 된다 하신다
가슴팍 브로치처럼 매달린 물고기 눈물방울
맘 한복판 물웅덩이 속에서 주섬주섬 건져 올린다
보이지도 않던 한 알 한 알
햇살에 반짝 눈이 시리다
우연희
서울 출생.
제2회 현대백화점 엄마와 딸 문예공모전 시 부문 우수상
봉숭아
구옥란
첫눈이 내릴 때까지
빨간 물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단다
어린 내 손톱에
정성껏 꽃잎을 붙이시던
엄마의 볼에
수줍은 분홍빛 미소가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아직 사랑을 잘 몰라도
백일 넘는 기다림과
아득한 설렘을 안고
어느 준비 없던 날에
첫눈처럼 찾아오는 것이 사랑일까
가을마다 봉숭아에 물들던
꽃 같은 소녀는
담장만큼 높이 자라고
정말 첫눈처럼 찾아온 사랑은
고운 손가락에
별빛 반지로 내려 앉았다
그날 미소 속에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흐르던
엄마의 눈물방울 속
봉숭아 꽃
구옥란
서울 출생.
2012년 제2회 현대백화점 엄마와 딸 문예공모전 시 부문 심사평
눈물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의 관계를 모색하는 일
어머니, 그리고 딸은 어떤 관계일까. 이번 어머니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은 무엇보다 애틋한 눈물이었다. 최첨단의 세월 속의 중심을 사는 현대에도 어머니는 눈물 그 이상이 아닌듯했다. 그래서 그 눈물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의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 이번 응모하는 사람들의 관심이었다고 보여진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여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이 멘다. 모든 기억이 흔들리고 작은 한마디가 명치끝에 치받힌다. 그리고 소망한다. 어머니의 인생에 맑고 투명한 햇살이 듬뿍 내리라고… 그것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며 바람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일이 어머니에 대해 따뜻해지자는 것이다. 어머니는 바로 나였기에 너무 함부로 하면서 상처를 내지 않았겠는가.
이번 최우수작품 「물고기 눈물」도 이와 같은 이야기다. 갇히고 답답하고 목이 턱턱 막히는 세월을 확 걷어치우고 너른 바다를 향해 가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하신 어머니의 소망을 품어 떠나보내려는 의지가 바로 이 시다.
넓은 바다를 죽죽 헤엄치는 물고기 그놈들의 달음박질을 가슴에 품듯 탁하고 좁은 지붕을 열고 물고기처럼 한 번은 어머니도 그렇게 시원스럽게 살아 보시라는 이야기… 그렇다. 어머니는 늘 탁하고 좁은 공간에서 일생을 가족을 위해 작은 밥그릇 속에 갇혀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늘은 바라만 보고 바다도 바라만 보고 그리고 좁고 탁한 생의 가시밭길 속에서 스스로 몸을 닫고 사신 분이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시로 이 세상의 어머니는 한바탕 바다를 휙휙 내저어 헤엄치는 시원함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최우수상이다.
우수상 「봉숭아」는 옛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그림이다. 물론 이 시도 눈물이고 답답하게 사시는 어머니다. 손끝 봉숭아물을 들여주시는 엄마. 그 손끝 물드는 분홍빛으로 마음을 물들이며 눈물을 극복했던 엄마와 딸의 추억이 여기에선 왠지 따뜻하다. 촉촉한 따뜻함이다. 시는 현실을 극복하게 하는 기억의 우물을 길러내는 것. 봉숭아는 그런 내면의 추억을 길러내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 한 구절이다. “엄마의 눈물방울 속/봉숭아 꽃”.
당선된 사람들 그리고 다음 기회를 보는 모든 응모자들께 축하하며 감사드린다.
심사위원/신달자(시인)
—계간 『시에』 201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