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5-01-04 00:00 조회 : 1795 |
| | | 아내가 한의원에 예약을 했으니 가보란다. 아픈 데도 없는데 여의사가 아주 예쁘다길래 내 수필집 <풀등의 뜬 그림자>에 사인까지 해서 들고 갔다. 책을 받아들고 과하게 좋아하는 여의사 얼굴에는 예쁜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로 정감이 갔다.
"만성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지수가 이렇게 높은 분은 개원 이후 처음이예요. 하루이틀에 쌓인 스트레스가 아닌데요." 그녀는 나보다 더 걱정이다. 나는 아니라고 잡아 떼면서도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이 뭘까 찾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한갑 샀다. 뭘까? 뭐지? 이 뭐꼬? 평생을 쌓아온 나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뭘까? 아무리 찾아도 손끝에 집히는 게 없다.
"이 뭐꼬?"
학교시절엔 완벽한 학생도 전혀 아니었고 완벽한 자식 노릇도 못했고 완벽한 동생도 못되고 완벽한 부모 노릇도 못하고 있고 완벽한 남편은 더더욱 되지 못했고 완벽한 선생 노릇도 더구나 하지 못했고 누구에게도 완벽한 친구는 근처에도 못 갔고 이제 완벽한 할아버지도 되지 못했는데 뭐가 문제지? 이것이 뭐꼬? 아, 나는 완벽한 수필가도 완벽한 평론가도 이닌데 만성 스트레스라니 이 뭐꼬?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총각무 김치를 담그려고 준비하고 있다. "맥을 보니 어떻대요?" "무쟈게 건강하댜." 나는 예쁜 여의사의 말을 잊어버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망설이다가 김치 담그는 걸 함께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내는 그냥 두라는 걸 꼭 해야 할 것 같아 파를 다듬었다. 아내가 씻어 놓은 총각무를 칼로 반씩 가르고, 아내가 만들어 놓은 양념에 버무려 김치통에 넣었다. 개운하다. 그러나 머리에 가득한 건 바로 그 생각이다.
아, 내 만성 스트레스의 원인은 뭘까? 이 뭐꼬?
(2014. 11. 4.) |
| 정진철 | 15-01-04 06:12 | | 아하 예쁜 여의사를 좀더 일찍 만나서 진찰 받으러 다녔으면 스트레스지수가 내려 갔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이 뭐꼬가 바로 그것이거든요. 자 보세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말씀드릴게요. 예쁜꽃을 보세요. 예쁜 애완용 동물을 보세요. 예쁜 경치를 보세요. 그보다도 제일 효과적인 것은 예쁜 여인을 보는것이거든요. 그동안 예쁜 여인을 못봐서 쌓인것 같습니다. | |
| | 이방주 | 15-01-04 23:14 | | 정진철 선생님 아마도 제가 진료 받기를 싫어하니까 아내가 그렇게 말한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서 병을 얻어오는 것 같았고 이렇게 맘 편하게 사는데 무슨 스트레스지수가 그렇게 높을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마음이 예쁜 사람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
| | 일만성철용 | 15-01-04 06:38 | | 속리산 법주사 복천암을 가다 보면 ' 이 뭣고(是心마橋)' 다리가 있습이다. 다음은 그 다리를 건너며 소시적 ilman이 쓴 시조입니다.
↑ 갔다가 ↓ 오고 → 갔다 ← 가고 ? 하다가 !하고 ! 하다가 ? 하더라 이 뭣고 묻은 이들아 뭣고가 뭣고지 뭣고 -이 뭣고 | |
| | 정진철 | 15-01-04 07:09 | | 일만선셍님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요리갔다가 조리가고 뭐지 하다가 아 하고 아 하다가 뭐였지 깜박깜박 하더라
ㅎㅎㅎㅎ | |
| | 이방주 | 15-01-04 23:17 | | 일만 선생님께서는 안 가시는 데가 없으시고 우리나라 곳곳에 무엇이 쓰였는지 모르시는게 없으십니다. 복천암 바로 아래에 있는 다리가 '이 뭣고' 다리입니다.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에도 '이 뭣고' 다리가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우리 한 발 내디디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임병식 | 15-01-04 07:24 | |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만선생님의 기호로 쓴 시조도 재미있네요. 장성 백양 사에가면 절입구에 이 뭣고라고 쓰여진 큰 비석이 서있습니다. 전에 성철스님이 이 화두를 붙들고 용맹정진하셨다더군요. 제 진단으로는 이선생님께서 매사를 너무 착하게 완벽주의자로 사신 까닭에 상처와 스트레스가 함께 쌓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말씀따나 예쁜것 많이 감상하시며 사시기 바랍니다. | |
| | 이방주 | 15-01-04 23:21 | | 임병식 선생님 선생님 말씀 대로 그리해야겠습니다. 요즘 한의원에도 집맥으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전도 검사처럼 기계를 활용하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그래프로 표시되어 나오더군요. 한의사 말로는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고 평생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더군요. 이제 완벽이란 말씀은 제게는 너무나 먼 것이고요. 제 그릇에 넘치는 탐욕의 사슬을 벗어놓고 내려놓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김권섭 | 15-01-04 08:25 | | 만성 스트레스라니 도대체 이해가 안 감니다. 이방주선생님은 등산 좋아하시고, 퇴직 후에도 수필 강의도 하고, 페이스 북에서 예쁜 處子들과 즐기시는데 말입니다. 쾌유를 빕니다!~^^ | |
| | 이방주 | 15-01-04 23:23 | | 김권섭 선생님 한약 한제를 먹었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하고 즐거운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신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모든 것은 완전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버리고 물흐르는 대로 흘러가게 두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임재문 | 15-01-04 10:48 | | 이방주 선생님 ! 저도 교도관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 엄청 쌓였었습니다. 십오척 담장안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스트레스가 안쌓일까 했는데, 스트레스가 더 쌓입니다. 왜냐 하면 귀가 잘 안들리니 괜히 스트레스가 쌓이구요. 샤회라는 곳이 너무나 무섭도록 북풍한설 몰아치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나니 스트레스가 많이 가셨습니다. 그냥 마음 비우고 그렇게 사는 것이 그 뭣고?에 대한 정답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이방주 | 15-01-04 23:26 | | 임재문 선생님 저도 청력도 약하고 시력도 말도 못하게 약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 청력이 약해지는 것은 세상 시끄러운 소리를 좀 덛 듣고 살라는 것이고 시력이 약해져 먼 것은 잘 보이는데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은 멀리 보고 가까운 것은 덜보고 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선생님 말씀 대로 마음을 비우고 살라는 것이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
| | 류인혜 | 15-01-04 16:32 | | 답글 읽으며, 이히히~~~으하하~~ 웃다가 예쁜 얼굴 망가졌습니다.^^* 이 뭣고 다리도 있고 비석도 있다하니 옛사람들에게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 |
| | 이방주 | 15-01-04 23:31 | | 류인혜 선생님 <마당을 기억하며> 표지 선생님 얼굴은 정말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 교사 시절 청주여고에 근무할 때 담임 학급의 한 여학생에게 예쁘다는 말을 했다가 망신당하고 사과한 적이 있어서 저는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에게 면전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 그 여의사도 외모보다는 환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세상을 자꾸 긍정하는 연습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후련해지는 듯합니다. 그것이 스트레스 푸는 방법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 |
| | 류인혜 | 15-01-05 05:27 | | 저는 면전에서 예쁘다는 말 많이 들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만 시어머니께서는 당요가 심하셔서 잡곡밥 잡수셔야 되고, 우리집 양반은 잡곡이 제한식품인데 매일 밥솥 두 개에 밥을 하다보니 극도의 스트레스로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비우게 해달라며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지요. 요즘은 죽고사는 일에 평안해져 머리가 맑습니다. | |
| | 이방주 | 15-01-05 07:12 | | 선생님 저는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서 가정 주부가 하는 일이 얼마나 그 가짓수가 많고 끝이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앉아 있다가는 저는 운동부족으로 눕게 되고 아내는 지나친 가사노동으로 눕게 되어 함께 요양원행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운동 삼아 미리 움직여주면 함께 건강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습니다. 순전히 저 자신을 위한 활동이지요. 몸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탐욕을 버리니 마음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
| | 류인혜 | 15-01-06 08:42 | | 처방! 두 분이 함께 하는 일을 많이 만드시기를! 가사일도 함께 하고, 등산도 같이 하고, 영화도 같이 보고, 수필도 같이 쓰시고 같은 책을 읽으시며 토론도 하시고, 드라마 보며 울고 웃기를 서슴치 마시기를! 더 나이 들어서 나란히 손잡고 걷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세요. | |
| | 이방주 | 15-01-06 21:30 | | 류인혜선생님 가르침 대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박영자 | 15-01-05 23:06 | | 이방주 선생님, 요즘 사시는 모습이 환히 그려지네요. 어느 분의 말씀따나 완벽주의가 원인인 것이 맞습니다. 이제 좀 설렁설렁 사십시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요즈음입니다. | |
| | 이방주 | 15-01-06 12:04 | | 박영자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대충 살겠습니다. 그런데 완벽주의가 아니라 작은 그릇에 큰걸 담으려는 탐욕이었던 같아 계속 반성하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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