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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할 용기 승려들이 다니는 전통 승가대학에 다닐 때였다.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게 임하며 수행 했지만 여기저기 몸이 아팠고, 때때로 악몽 에도 시달려 '귀곡 산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혼자서 분주했고, 은사 스님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몸을 잔뜩 낮추고 살았다. 출가하면 다 자비로운 스님이 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당시 나는 전쟁터의 군인처럼 고통과 불안을 외면하며 스스로를 지켜 내고 있었 다.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을 일찍이 의식했더라면 공동체 생활을 잘 버틸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는 승려를 뭇 사람의 스승으로, 상담을 필요로 해선 안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승려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 결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옥죄었다. 어떻게 하면 삶이 나아질지 고민하다 30대에 대학에 진학했다. 불교를 더 깊이 이해하면 괜찮아질까 싶었다. 만학도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에 참석한 것도 노력의 일환이었다. 상담은 짧았지만 큰 충격을 줬다. 인간 관계에서 미숙하고 부족한,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무리하게 애쓰는 스스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등록한 미술 학원은 집단 미술 치료를 겸하는 곳이었다. 만약 내면의 취약함을 그림으로 마주하 지 않았더라면 어릴 적 생긴 트라우마도 모르고, 생각과 감정도 구분 하지 못한 채 가슴을 닫고 머리로만 따지며 살아갔을지 모른다. 이때만 해도 상담 심리 전문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버지 의 긴 투병으로 임종을 앞둔 사람을 돌보는 호스피스에 관심이 생겼는 데, 그곳에서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의무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했다. 자발적이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정신 분석을 받는 동안 깊이 묻어 둔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눈물을 쏟 으며 성찰했다. 상담이 마음을 탐구하는 수행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부터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 상태가 좋아졌고, 사람 이 꽃처럼 아름답게 보이면서 노래가 절로 나왔다. 상담 선생님들은 내면을 통찰하는 힘이 생겼으니 상담을 종결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상담 심리 전문가 자격을 받은 이후 고 난이 다시 찾아왔다. 목표를 이뤘지만 몸도, 마음도, 영적으로도 외로 웠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 인도로 향했다. 세계 적으로 유명한 명상 아카데미에서 몇 주간 집중 수련을 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큰 괴로움 속으로 들어갔다.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조차 발견하지 못한 내면의 고통을 마주하며 온 몸으로 흐느꼈다. 나 자신 너머의 의식 상태를 경험하는 명상을 반복 한 후에야 비로소 내면의 질문이 사라지며 고요해졌다. 뿌리 깊은 마 음의 상처를 걷어 낸 자리에는 자비심이 차올랐다. 참으로 신기했다. 경전을 보려면 불빛이 필요하듯, 마음을 들여다볼 때도 등불이 필요하 다. 이때 믿을 만한 동행이 있다면 더 안심할 수 있다. 상담 심리 전문 가나 명상 지도자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마주하지 않고도 홀가분해질 방법을 찾으려 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자유로 가는 해답이 고통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을 해탈에 이르는 교과서로 본다. 자유로워지 기 위해선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탐색해야 한다. 보고 싶지 않은 가장 깊은 곳의 치부까지 봐야만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할 용기를 조금만 내 보자. 효록스님 | 상담 심리 전문가 |
Karma Cat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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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흔적
감사합니다~
오늘도 새희망
새출발로 뜻깊은 하루
이어지시길 소망합니다~
동트는아침 님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마주할 용기
감사히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멘트 글 감사합니다~
영하로 떨어진 아침,
보온으로 따듯한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