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과 공길의 엔딩 장면
그곳에서 장생은 눈이 먼 상태로 줄을 타는데,
유일하게 바람을 느끼고 중심을 잡아주는 생명줄...
즉 부채를 집어 던지고 하늘로 나르지요...
눈치 채신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저 장면은 공길과 장생이 자살하는 장면입니다.
저 뒤에 어찌될지는 불보듯 뻔한.. 그런거지요.
'그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죽냐?' 라고 생각하신다면,
제가 말하는 '죽음'은 육체적인 죽음만을 말하는게 아니예요.
장생이 던져버리는 부채.. 그건 즉, 광대로서의 삶,
그 삶의 마지막을 표현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저도 잘 몰랐는데 줄타는 사람들에게 부채란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저 장면후 놀이패의 모습이 비춰지지요?
거기에는 장생, 공길, 육갑, 칠득, 팔복이가 이렇게
즐거이 노래를 부르고 걸어갑니다.
그것이 '저승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요?
그 증거로 장생이 '너 거기있고 나 여기 있지'라고 하자
공길이 '아 나 여기있고 너 거기있지'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육갑이(육갑은 이미 활맞아 죽었지요)
'아 나 여기있으니 우리 모두 여기 있는거야!'라고 합니다.
반대로 팔복과 칠득은 "뭔 소리여 우리는 없는디~"라고 합니다.
굉장히.. 소름끼쳤습니다.
왜 연산이 장생의 신체 중 '두 눈'을 공길이 앞에서 지졌는지 아시나요?
장생이 '어느 잡놈이 그 놈 마음 훔쳐가는 것을 못 보고..' 하며 연산에 대해 말할 때,
공길이 장생에게 '야 이 잡놈아!!!'하고 외치는 것을 들으셨는지요?
자신이 바로 그 잡놈이라고 하자 장생의 얼굴에
미소가 띈 것은 잡으셨는지요?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죠..
그럼 두 눈이 멀어 피눈물을 흘리던 장생의 심정은 헤아려 보셨나요?
사랑하는 이를 제 눈에 담을 수 없는, 그 아픔, 그 한을 같이 느끼셨는지요?
또 장생이 줄을 끊으려고 할때 공길이 왜 그다지도
'안돼 안돼!'하며 울부짖었는지.. 그 이유는 아셨는지요?
... 그 줄은 '인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줄'정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하네요.
공길과 장생의 인연.. 그것을 장생은 끊으려고 했고, 공길은 울부 짖으며
'안돼'라고 소리쳤던 거지요.
인형극에서 나오는 공길의 손인형들이 장생과 공길의 감정선 입니다.
칼로 사람을 찌르고 죄책감과 공포에 질린 공길.
이런 공길의 피에 묻은 손과 얼굴을 닦아주는 장생을 보며 공길은 그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여자 인형이 남자인형의 어깨에 기대는 행위로 표현합니다.
공길이 가락지를 훔칠때도 장생은 대신 맞아주고 입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도 그를 보호합니다.
마님의 가락지를 훔쳤다고 하는 여자 인형에게 남자 인형은 말하지요. "같이 도망가자"
인형놀이는 무엇을 말할까요? 인형놀이를 하면서 공길은 이미 장생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자신을 한없이 보호해주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장생의 사랑을 공길 자신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죠.
인형놀이를 할 때는 공길 자신이 장생의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공길은 예전 부터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장생이 자신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것을요.
마지막으로
'왕의 남자'에서 '왕'이란 연산이 아니라.. 장생임을..
장생이 또 하나의 왕임을.. 아셨는지요?
'왕' 상판 한번 보자!
'이놈아 내가 왕이다!'
... 공길에게 왕은 장생이고.
그래서 '왕의 남자'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죠.
첫댓글 숨겨진 이야기 보다는 상징 해석과 영화 분석에 가깝네요 고등학교때 친구들이랑 다같이 영화보러 갔다가 자리 하나 부족해서 저 혼자 왕의 남자 봤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다시 보고 싶네요 간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