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독이라는 글자를 쓰지 않고 이름으로 표현했습니다. 그건 한화이글스 감독으로서의 김성근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인물로서의 김성근이 지금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동시대를 흔히 무한경쟁 시대라고 표현합니다. 이걸 신자유주의라고도 하고요. 이른바 파편화된 개인들의 시대라고 불립니다. 아무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이제 각자 알아서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살아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들을 이끌어준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어떤 교사가 어떤 어려움에 빠진 학생을 어떤 방식으로 선도하였다. 뭐 이런 이야기가 신문에 오르내리고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학생 집을 방문하는 풍경도 있었고요.
스승이 학생을 끌어주고, 선배가 후배를 끌어주고, 친구끼리 우정을 나누고...... 사람들은 그렇게들 살았죠. 물론 동시대 사람들이 아름답게 회상하는 과거라는 것도 그때 당시에는 문제가 많았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적어도 그 시대에는 지금처럼 외롭지는 않았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요. 예전에는 여러 명이서 함께 놀다가 지금은 아마도 따로 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컴퓨터와 휴대폰 앞으로 각자 이동했고, 자기랑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만 제한적으로 교류하게 되었죠. 그나마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라도 있으면 다행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직장에서는 후배가 나를 밀어낼까 걱정하고, 후배는 선배가 나를 밀어낼까 걱정합니다. 가정에서는 좀더 넓은 아파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요. 아이들은 좀더 일찍 사교육 현장으로 가서 좀더 일찍 경쟁환경에 노출되고 있죠. 은퇴하고 개업한 치킨집이 잘되어서 한동안 좋았었는데 바로 옆에 다른 사람이 또 치킨집을 차렸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치킨집을 또 차렸습니다. 동시대의 우리들은 지금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오랜 시절 저의 같은 반 동료가 저에게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누가 나를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누가 나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전부 시켜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 고민이 되는데, 누가 나를 이끌어주기만 하면, 그 사람이 하라는 것은 다하겠다.]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심리 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누가 나를 이끌어 주었으면, 누가 나를 책임져 주었으면, 나약하고 힘든 개인일수록 저런 기대를 안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전부 경쟁자뿐이죠. 그나마 있다면 가족이고 그게 아니면 옛날 친구 정도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따뜻함이 그립고, 옛날이 그리운 겁니다. 스승, 지도자, 친구, 선배, 어머니, 아버지...... 아무튼 자기를 감싸주고 책임져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그래서 얼마 전에 길거리에 보면 프리허그 한다고 카드 들고 있는 분들 보셨을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외로우니까 내가 안아주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얼마나 외로우면 그런 사람들까지 생겨났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시대에 김성근이 나타난 겁니다. 고양원더스라는 팀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던 스승이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뛰어난 능력으로 회생시켜 성공(프로팀)으로 이끌어준 사람입니다. 무한 경쟁으로 지쳐있던 외로운 사람들, 야구팬이 아니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사람들이 그토록 기대하고 그리워했던 지도자이면서 스승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 분이 한화이글스라는 수년째 꼴찌를 전전하는 팀을 만났어요. 꼴찌팀이었다는 점에서 이글스도 프로야구라는 경쟁세계에서 낙오했다고 볼 수 있는 팀이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요? 능력 있고 강력한 책임의식으로 똘똘 뭉친 스승과 한동안 갈곳 모르고 방황하던 제자의 만남. 그리고 이제 구원의 스승을 만나서 한번 해보겠다면서 투혼을 불태우는 선수들. 바로 이 스토리에 언론이 주목한 것이고, 대중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흥행도 잘되고 팬도 많이 늘어난 거죠. 그만큼 사람들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었던 이야기를, 김성근 감독을 만나면서 이글스는 갖게 되었으니까요.
이것이 김성근과 한화이글스가 올시즌 내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화와 김성근을 화제에 올릴 수밖에 없었죠. 왜요. 그건 우리들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이거야말로 국민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거죠. 지금 여기 외롭거나 나약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까. 지금 우리 국민들 중에 이글스의 선수들 같은 처지가 아닌 사람들이 없으니까.
자. 이제 열광적인 환호는 끝났고 우리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죠.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의 만남은 시작만이 아니라 결말 또한 아름다워야죠. 저는 올시즌 국민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김성근 감독이 느꼈을 부담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연 다음 시즌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가 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서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시대일까요? 그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그런 사람들이 왜 없을까요? 진정한 스승, 진정한 지도자, 진정한 친구, 진정한 선배는 왜 사라졌을까요? 어쩌면 야구라는 한정된 영역이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의 도전은 성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실패할 가능성이 더 많고 새드엔딩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성공할 수도 있죠. 그렇습니다.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글스의 팬으로서, 그리고 드라마의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이 시대 수많은 개인들 중의 하나로서 정말 다행스럽겠죠.
첫댓글 이왕이면 성공해서 서로 윈윈했으면 좋겠어요..
성공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분이 대중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겁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살리는 스승과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이분은 여기서 또 다른 낙오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거죠. 사회보다 더욱 혹독한 사회가 지금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여기서 환멸을 느끼는 거죠.
@겨울산 초,중등교육도 아니고 프로세계에서는 분명 낙오자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어느 유능한 감독이 와도 낙오자가 생길겁니다. 왜냐 프로니깐요. 그리고 고양 원더스 팀은 팀 자체 컨셉,취지가 확실히 정해진 팀이였구요. 근데 고양 원더스 팀도 낙오자가 생기는건 당연하고, 티비에 나오는 비슷한 컨셉,취지의 축구팀 청춘fc에서도 낙오자가 생깁니다. 엔트리수가 정해진 이상은 낙오자가 생기는건 당연한건데 겨울산님처럼 아름다운 상황을 연출하려고 노력 했으면 아마 김감독님은 이전에 퇴출당했겠죠.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해 밥도 따로 드시고 말도 잘 안섞으려는 분이신데요. 프로세계는 정말 냉정한 곳입니다.
@ccc123 낙오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해서 낙오자를 만드는 지도자가 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김성근의 한화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하나도 다를 것이 없게 되는 겁니다. 지금 한화의 상황이 사실 그런데, 나중에 이런 현실을 더 많은 대중이 알게 되었을 때 김성근 감독은 더욱 큰 비난을 면치 못할 겁니다. 사람들이 아직 모를 때 김성근 감독은 지금이라도 변해야 하고 선수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거에요. 님이 지금 여기서 하는 말과 행동이 감독을 위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산 겨울산님 처럼 그렇게 낙인을 찍어 놓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ccc123 지금 시점에서 낙인을 찍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올시즌 그의 말과 행동을 너무나도 많이 지켜봤고요. 정말 제가 보기에 확 깨는 모습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판단을 내렸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동네 양아치 그가 변하면 저도 변합니다.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생각이 변해온 것처럼요. 저는 일개 팬일 뿐이에요.
일단 감성적인 부분은 걷어내고 감독으로서 실패와 성공의 기준부터 제시하셨다면 많이 공감했을 내용입니다.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선수를 좋은 선수로 만들어서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말씀은 공감하기 어렵네요. 그러나 말씀의 취지는 이해합니다.
프로 스포츠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온정과 배려의 정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 승리 과정에 온정과 배려, 시련을 극복한 스토리가 있다면 사람들은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한 명의 낙오도 없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죠. 낙오라는 것은 대열에서 뒤처지는 것을 말하고 [이탈]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 선수들 이름을 하나씩 써야 하나요? 어차피 제가 님을 공감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저는요. 이글스에서는 우리 함께 가자는 구호와 행동이 크게 필요했다고 봅니다. 선수들과 팬들은 감독의 그런 모습에 감동했어야 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 말 안들으면 자른다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겨울산 한명의 이탈이 없이 함께 가자는 구호와 행동을 보여주는 감독이 성공적인 감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감독, 아니 사람이 현실에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쓰신 표현 중에 대중의 기대와는 다른길, 낙오자를 만드는 운영, 지금 한화의 현실 등 성급한 일반화 같습니다.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신 것도 납득이 어렵네요.
취향을 쓰신 것이라면 존중합니다.
@마장동이글스 어차피 보는 지점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공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해요. 저는 시대의 스승으로까지 불리며 여기저기 강연하면서 리더란 무엇인가를 역설했던 김성근에 대해 쓰고 있는 겁니다. 제가 지금 구체적으로 쓰지 않을 뿐이에요. 이미 많이 얘기했으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전부 취향의 문제입니다. 김성근 감독이 사명이라는 말을 자주 쓰던데 저는 그것에 대해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김성근과 한화가 올해 뜨거웠던 이유... 그부분은 심히 공감이 가네요.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드라마가 필요했다는 점...
능력은 뛰어나지만 고집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소외되어가던 지도자가... 성적이 저조한 팀과 선수들의 숨겨져있던 포텐을 터뜨리게 돕고 우승까지 하는 해피엔딩... 그런 드라마를 원하는것... 맞는거 같아요.ㅋ
김성근의 변화가 절대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
하지만 지금 시대에 그런 진정한 친구, 지도자, 선배가 사라졌다는 말은 참 쓸쓸하네요..ㅠ
왠지 공감 가면서도 씁쓸한.. 그런 찝찝한 영화의 엔딩을 보게될것같은 불안감.
감독님의 변화와 함께 해피엔딩을 맞게된다면 더없이 좋을텐데 말이죠...
해피엔딩이즈마인.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 몸에 써있던 말이죠.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전지현은 다이아몬드를 김윤석에게 빼앗깁니다. 우리 이글스와 김감독은 다이아몬드를 차지해야 하는데요.
제가 의심병이 깊어서 그런지 쉽게 감동같은건 먹지 않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믿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보면 이타심이란것 자체가 당장의 이기를 늦추어 더큰 보상으로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 특히 김성근이 경기 이기고 수훈선수에게 악수하는것도 별로입니다.
사실 첨에는 누구와 악수하나 흥미롭기도 했는데 나중엔 같이 고생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그냥 신나게 하이파이브하는게 원팀정신에 더 부합하지 않나 싶더군요.
그렇게 보면 김성근의 애제자로 불리는 전현직 선수들외의 팀 선수들은 무의식중에 차별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경기가 거듭될수록 듭니다
사람은 이기적이죠. 하지만 이기심이 있다고 해서 저마다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죠. 봉사하는 사람도 결국 그런 행동에서 자기가 가장 위로받는다고 하죠. 인간의 이기심 자체는 비판받을 요소가 아닙니다. 오직 행동만 봐야죠. 어떤 영향을 주는지요. 저도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하이파이브도 똑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뭐 그런 것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저는 여기에서 김성근 감독 지지한다면서, 팬들이 편가르기를 그만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편가르기는 감독이 하고 있는데 여기서 팬들이 욕먹는구나. 지금도 감독은 의지가 있는 정예 선수만 캠프에 데려간다고 발언하고 있는데요.
@겨울산 네 이기심은 인간생종의 기본 프로그램이죠.
당연히 나쁜게 아니죠.
어떤 선수는 특별히 악수를 받고 다수는 그냥 하이파이브만 하는 것 자체도 사실은 편가르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내꺼하자 김회성 이 문제는 그렇게까지 파고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정도입니다.
김성근도 자신의 성취감을 위해 자기의 이기심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보이고, 게중 그 열심의 지도력으로 잘 따른 제자가 높은 연봉으로 보상도 받고 하겠지만 그건 결과물이지 그걸로 김성근에게 감동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김성근이나 스티브잡스같은 인물을 싫어합니다.
뭔가에 미쳐서 앞뒤없이 한곳만 보고 치달려야하는 인생을 반대합니다.
선수들이야 죽어라 경쟁해서 주전자리 얻고 죽어라 연습에 경기에 한다지만 일반 야구팬이 경기를 보고 즐기면 되지 안그래도 피곤한 일상에 그런 열심까지 주입하는건 정말 별로입니다.
설렁설렁살고싶은 1인 입니다.
수요일이 죻습니다.
저녘이 있는 삶을 위해 고등학생 딸이 조기 하교 합니다.
딸과 여유롭게 저녘먹고 같이 도란도란 대화하는 날입니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먹고 즐기며 살다 후회없이 죽고 싶어요.
일만하다 뭔가에 미쳐 다른것 다 놓치고 살다 죽으면 억울할것 같습니다.
그래요. 제가 님의 취향은 잘 알겠습니다. 어쨌든 사람들이 김성근과 한화이글스에 감동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그럴만한 이야기 코드는 있죠. 김성근도 어쨌든 능력도 있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입니다. 사람들이 전부 바보도 아니고 전부 이미지에 속지는 않겠죠. 문제는 그건 과거의 김성근이고요. 지금 한화에 와서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된 것이 없어요.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이미지, 환상, 믿음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이 있어요. 분명 지금 김성근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있어요. 그걸 어찌 극복하는지 우리가 봐야겠죠.
한 가지 빠뜨렸네요. 저녁 식사 맛있게 하시고 충만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
@겨울산 감사합니다. 겨울산님도 남은 하루 잘 마루리 지으세요.
겨울산님은 김성근감독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으셨나봐요. ^^
매일 이렇게 뜨겁게 관심을 보이시는 걸 보면.
농담이구요. 김성근감독 얘기는 충분히 본인의사를 표현하셨으니 좋은 필력으로 다른 얘기도 좀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야구, 인간, 사회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야구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썼죠. 사실 그 주제도 제가 관심이 무척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