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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정도가 고민될 때 일월 수목원 지난봄, 경기도 수원의 일월 수목원 옆에 위치한 일월 도서관에서 강의 를 진행했다. 열 시간짜리 1부 강의는 꽃의 인문학에 대해 내가 그 지식 과 경험을 나눴고, 열두 시간짜리 나무의 인문학 강의는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의 저자 우종영 선생이 담당했다. 그중 한 클래스는 우종영 선생이 수강생들과 함께 수목원을 탐방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일월 수목원은 '2023년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산 림청장 상을 받은 예쁜 수목원이다. 아름다운 공간을 마음껏 둘러볼 기 회를 놓칠 수 없었다. 주최 측에 미리 허락을 구해 나도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수목원을 꼼꼼히 관람하고 함께 점심 을 먹게 되었다. 선생은 식당에 앉아 물을 마시며 내게 물었다. "어떤 방법으로 식물을 공부했나요?"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라 뭐라 답해야 하나 잠깐 물음표 가 생겼지만 있는 그대로 말했다. 도서관에서 식물, 나무, 정원을 키워드 로 넣어 검색되는 거의 모든 책을 섭렵하며 독학했고, 농업 관련 국가자 격증 두 개를 취득했다고. 선생은 반가워하며 본인 역시 열여섯 살부터 혼자 나무를 공부해온 사실을 전해주었다. 내가 취득한 농업 관련 자격증 중 하나는 도시농업관리사다. 이를 취득 하기 위해서는 경기도 성남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시농업전 문가 과정 이수가 필수였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농업 활동을 다루 는 이 커리큘럼은 서울시와 성남시 경계의 그린벨트에 위치한 성남 시 민농장에서 이뤄졌다. 개발이 제한된 지역의 특성상, 도로 양쪽에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있었 고 교실로 가는 길에는 자갈들이 정처 없이 굴러다녔다. 주차장에서 교 육장으로 이동하는 논길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비가 오는 날엔 뭉개진 진흙이 신발을 더럽혔고 건조한 날엔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그 것도 좋았다. 도시 생활에 선 흙, 비, 해 모두 귀하므로. 매주 한 번씩 이뤄진 강의가 막바지를 향해갈 무렵이었다. 어디선가 꽃 향기가 날아들었다. 고개가 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걷고 있는 두덩 곁 못 위에 자란 초록색 연잎이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겹겹이 덮고 있었다. 그 사이로 하얀 꽃이 보였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났다. 꽃이 흰색이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멀리서 보니 수련인지, 연꽃 인지 정확히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늪에 들어가 확인하고 싶었으나 용 기가 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뜬 채 한참 관찰하고 있자니 수정체로 넘어 오는 빛의 양이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며 눈이 시큰시큰 아파오기 시작했다. 곧 눈물이 뺨을 따라 흘렀다. 일찍이 화가들은 이런 시린 햇빛 속에서도 그림을 그렸다. 현존하는 작 가 중 최고 낙찰가 기록을 갖고 있는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다 시 그림이다》라는 책에서 지금까지 본 삶의 방식 중 가장 훌륭한 것은 모네의 삶이라고 말했다. 남프랑스 노르망디 초입의 지베르니라는 동네 에 있는 모네의 집은 수수하지만 손수 조성한 아름다운 정원과 아담한 작업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모네가 한 일이라곤 수련 연못과 정 원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오로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상은 모든 사 람의 꿈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벌고, 밥을 하고, 청소하는 데에 삶 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한 모네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모네도 지베르니에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을 기울였다. 여행할 때 가져온 식물을 심고 손수 키운 가축과 물고기, 채소와 과일로 먹거리를 만들어 예술가, 정치가 등의 유력인사들을 집 으로 초대했다. 식도락가였던 모네와 아내의 요리는 손님들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았다. 모임 뒤에 그림 판매가 쏠쏠하게 이뤄진 것은 말할 것 도 없다. 그 소득으로 모네는 땅을 더 사들여 정원을 확장했다. 세상 모든 일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듯 그토록 부러운 삶의 방식에도 부작용이 있었다. 좋아하는 수련을 보느라 모네의 눈에 이상 증세가 생 긴 것. 수련이 피는 여름의 강렬한 햇빛에 눈이 아파오는데도, 빛 반사로 광량이 햇빛보다 몇 배 더 강한 호숫가에서 마흔네 번의 여름을 보낸 그 였다. 당연히 시력은 점점 약해져 결국 80대에 백내장 수술을 세 번 했 다. 그러나 모네는 82세이던 1922년 4월 12일,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기증증서에 서명했고 색감을 분간할 수 없으나 기억나는 물감 번호에 의지해 수련을 그림으로 완성했다. 달걀처럼 외벽이 둥근 오랑주리 미술관의 한쪽 벽을 장식한 그의 그림 은 크기가 압도적이다. 가로 길이는 각기 다르지만 세로는 모두 2m다. 8 2세의 모네가 그 큰 캔버스를 보며 느꼈을 중압감을 상상해본다. 큰 그 림을 그리려면 두 다리로 단단하게 땅을 디딘채 캔버스의 끝까지 팔을 들어 색을 칠해야 한다. 모네 스스로는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느꼈을 것 이다. 시력도, 손의 감각도 둔하고 탁해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 지 않았다. 82세부터 86세까지 이 작품에 붓을 댔으니 삶의 마지막 순간 까지 도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가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을 마주했다. 가슴 깊은 곳이 감동으로 일렁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수련은 묻고 있었다. 얼마 만큼 노력할 것인가. 글 정재경 식물에세이스트 언제까지 노력해야 할지, 마음이 지칠 때 모네를 떠올린다. 벽처럼 높은 캔버스를 마주하고 꺼져가는 생명의 불을 부여잡은 채 기어코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그 단단한 의지를. |
Roxette - Listen To Your Heart (Piano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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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녕하세요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걸음
멘트 글 감사합니다~
영하로 떨어진 아침,
보온으로 따듯한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최선의 정도가 고민될 때
감사히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으로
공감주셔서 고맙습니다~
일교차 큰 요즘
항상 건강하시고
기쁨과 미소 가득,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핑크하트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