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안 지 18년이나 되었지만, 이번 방문은 약간 의외였다.
다른 때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방문하더니, 이번에는 '기차표 끊었다'는 톡을 먼저 보내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새 버전을 공부하려나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다.
점심 무렵에 도착한 그의 묵직한 캐리어를 보니 며칠 묵어갈 것 같았다.
근처 숙소를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더라"고 했다.
"쌤, 롯데마트 알지요?"
신발도 안 벗고 급히 묻는다.
"검색해 봅시다."
하필 이 더운 날 초행길을 30분이나 터덜터덜 걸었다.
속에서 열불이 올라왔지만 먼 길 달려온 그의 체면을 생각해 꾹 참았다.
그녀는 "롯데 상품권이 너무나 많다"면서, 이것저것 참 많이도 샀다.
큰 종이박스에 담아서 길 옆에 세워놓고 택시를 불렀다.
"요리에 취미를 붙였어요."
4일 동안 해주는 밥을 받아만 먹었더니 배가 남산 비슷해졌다.
그렇게 마구마구 먹어본 적은 평생 처음이었다.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이었다.
속마음을 터놓을 때까지 모른 척으로 일관했다.
그가 갑자기 큰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약간의 침묵이 지나고 허전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등산 다녀온 신랑이 밤늦게 어떤 여인과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란다.
스피커폰으로 술 취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신랑한테 "자기야."라고 하더란다.
"인생상담하러 오셨소?"
"겸사겸사."
왠지 그냥 사부한테 '밥 한 번 해드리고' 싶더란다.
그는 변곡점이 필요할 때마다 나에게 조언을 구해왔었다.
"헤어지면 후련하겠지만, 약점을 움켜쥐는 것이 나을 거요."
이틀 후 그녀로부터 밝은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나는 남산만 한 배를, 동산만 한 배로 환원하는데 두 주일을 까먹었다.
첫댓글 너무 오랜만에 오셔서 누구신가 했습니다.
예고없이 찾아와 손수건님 배를 불려놓고 떠나신 그분, 누구실까요?
그동안 조금 바쁘게 지냈답니다.
이제 겨우 숨 돌리는 중이고요.ㅎ
그분은 여기서 소개한 적 없습니다.ㅎ
반가워요.
손수건님 글을 오랜만에 읽어 봅니다.
글을 읽으면서 예전의 어느 글 어디에선가의
그분의 이야기가 아닐런지 넌지시 짚어보기도
합니다.
무악님 시골 생활은 가끔 포토방에서 뵈었습니다.
건강하시지요?
손수건님 반갑습니다.
올만에 글을 보니 너무 좋습니다.
국화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지요?
한참 글 많이 쓰시더니 요즈음은 안 보이시더군요.ㅎ
잠시나마 남산 배를 갖게 만든 그 녀는
제가 어림짐작 하는 그 녀일까
아니면 다른 여인일까.
상상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오랜만의 글 반갑습니다.건강하세요.
프로그램 사용하시는 유저 분인데 교육 받으러 많이 오셨습니다.
한동안 조용하시더니 갑자기 오셔서 조금 놀랐답니다.
여행 많이 다니시는지요?
부럽습니다.
처음 대하는 글인데 참 간결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녀가 누구일까 묻는 건 우매할 것이지만,
핏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 아니어도 아무 상관 없구요.
6개월 만에 수필방 왔답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시군요.
그간 별고 없이 건강하셨나 봅니다.
계속 걷기는 잘 하시고 계실테고요.
동산만 한 배로 돌아 왔으니 참말로 다행입니다.
그녀의 음식 솜씨는 손수건님의 입맛을
잘 아는 그런 분이네요.
요새는 더워서 자주 못 나갑니다.
그동안 조금 바쁘게 지냈습니다.
건강하시지요?
행복한 불평이군요.
부럽습니다.
고마운데 힘든 것도 사실이니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4일 만에
배를 남산만 하게 만든
그녀의 뛰어난 음식 솜씨 상상해 봅니다.
반갑습니다.
며칠 잘 먹은 건 확실합니다.
워낙 잘 안 챙겨먹던 사람이라 배가 놀라더군요.
반갑습니다.
그녀가 왜 그랬나요?
"겸사겸사 " 와 "밥 한번 해드리고 싶었다"
예고 없이 차표를 살 만큼 가도 되는걸 보면
편안한 사이인게 맞을것 같습니다 .
손수건님 배가 좀 나왔으면 어떤가요 .
그분이 하고싶었던 일 하고 편안하게
돌아 가셨으면 잘 된 일이겠지요 .ㅎㅎ
여성의 깊은 속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이 순간도 그분이 왜 갑자기 왔는지 모릅니다.
제 답은 "그냥 모르고 살자" 랍니다.ㅎ
인생상담하러 오신 그녀덕에
배가 남산만해졌다가
동산만해진 사연
재밌게 잘봤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자주 와서 밖에 나가지 못한 탓도 있을 겁니다.ㅎ
그녀가 마음으로 힘들 때 찾아오신거니
손수건님께서는 다른 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시는
공감력이 있으신 것이지요.
그녀가 이전의 일상으로 잘 돌아갔으니
다녀간 것이 의미 없지 않게 되어 좋습니다.
다녀간 뒤로는 조용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누가 차려준 밥을 먹는 기분도 느껴봤고요.ㅎ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