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나무
조용미
온몸에 멍이 들었다
붉은 대나무를 지나는 동안
멍은 검은색으로 자라니까
오죽이 아닌 적죽赤竹의
둔감한 통증이다
푸른 대에서부터 바다 근처에서 생겨나는
거무스레한 색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오면 붉은색으로 자라나
내게로 와 결국
검은색의 멍으로 안착했다
붉은색의 강렬함이
내 영혼에 작용한 것인지
강철 파이프로 만든 대나무라는
물성에
내 몸이 반응한 것인지
모든 색의 온도를 감지한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신비한 공간들이
알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일까
어떤 장소들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우리의 영혼은
그곳으로 끌려 들어가고
수도사 클라우스 예배당처럼
타고 난 검은빛만 남았다
—계간 《문파》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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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경북 고령 출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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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나무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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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8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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