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본 변경 허용 한달...부·울·경 신청 봇물 1천100여건
사별·이혼 생모가 자녀들 성 변경 특히 많아
법원도 전향적… 개학 앞두고 신속한 결정
# 사례 1
두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두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10)과 아들(8)을 자신이 키우며 살고 있는 A(40)씨. A씨는 지난달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서로 다른 성(姓)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남매의 성과 본을 학교가 개학하기 전에 자신의 성과 본으로 바꿔 달라는 신청을 냈다. 전 남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심사숙고하던 법원은 최근 이들 남매의 성을 A씨의 성과 본으로 바꾸도록 결정을 내렸다.
# 사례 2
지난 2001년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살던 B(50)씨와 결혼한 C(54)씨는 B씨의 아들(23)이 자신과 성과 본이 달라 사회생활에서 괴로움을 겪고 있다며 이달 초 부산지법 가정지원의 문을 두드렸다. 법원은 장성한 아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밝히도록 한 뒤 최근 이들 가족의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부산지역 첫 성·본 변경(본보 1월 24일자 8면 보도)이 이뤄진 지 한달가량이 지난 21일 현재 접수된 자녀 성·본 변경 건수는 600여건이며 이 가운데 200여건에 대해 성·본 변경 결정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여건 가운데 160여건은 자녀의 성·본을 계부의 성·본으로 바꾸는 결정이며 나머지 40여건은 생모의 성·본을 따르도록 한 결정이다.
가정지원 관계자는 "전체 20%가량은 생모의 성·본을 따르는 신청이 들어올 것이라고 봤는데 실제로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하고 혼자 사는 생모들이 자녀의 성·본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신청을 많이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가정지원은 생부의 의견서를 첨부토록 하는 등 성·본 변경 요건을 다소 까다롭게 하면서 성·본 변경에 대해 살얼음을 걷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성·본 변경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학생들의 개학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민원이 봇물을 이루자 신청인과 가족들의 의견을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녀 성·본 변경 신청에 대해 아직까지 단 한건의 기각 결정도 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자녀의 성·본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생부가 많을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생부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해 조정까지 이른 신청건수가 4건에 불과했던 점도 법원의 태도 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했다.
부산지법은 개학이 다음달로 다가옴에 따라 이달 안으로 남은 신청건수들에 대해서도 신속히 결정을 내리기로 하고 지난 20일부터 가정지원 가사4단독에서만 맡던 성·본 변경 결정을 가사1~3단독에서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울
산지법에는 올해 들어 298건의 성·본 변경 허가가 청구돼 80건이 수용됐다. 울산지법 가사단독 강재원 판사는 지난달 28일 청구인 A씨가 아들인 B(15)군의 성과 본을 재혼한 남편의 성인 '김'씨, 본인 '김해'로 각각 변경해 달라며 제기한 성과 본의 변경허가 신청을 허가했다. A씨는 1994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2년 뒤 김모씨와 재혼, 자신이 양육권을 가진 아들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아오다 2004년 김씨가 아들을 입양했지만 아들은 전 남편의 성과 본을 그대로 사용해 왔었다.
경남 창원지법에는 올해 들어 자녀 성·본 변경 허가신청이 285건 접수돼 그중 30건이 허가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