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은 가물가물하는 정신을 가다듬고, 마지막 정력을 다 쏟아 詩魂을 불사른다.
새벽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從南曉鐘一納履
風土異邦心細量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心猶異域首丘狐
勢亦窮途觸藩羊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요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搖頭行勢豈本習
糊口圖生惟所長
그런 중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光陰漸向且巾失
三角靑山何渺茫
떠돌며 구걸한 집 수 없이 많았으나
풍월 읊는 바랑은 언제나 비었도다.
江山乞號慣千門
風月行裝空一囊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후하고 박한 가풍 모두 맛보았네.
千金之家萬石君
厚薄家風均試嘗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 받다보니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身窮每遇俗眼白
歲去偏傷鬢髮蒼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자니 어려워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
歸兮亦難停亦難
幾日彷徨中路傍
김삿갓은 여기까지 쓰다가 마침내 기력이 다하여 붓을 던지고 말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應口輒對로 시를 읊어 댄 것은 그의 타고 난 천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힘이 다하여 눈을 감은 채 무거운 침묵에 잠겨 버린 것이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소동파의 적벽부에 보면 "바람이 가볍게 불어 세상을 잊고 우뚝 선 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라는 말이 나온다.
김삿갓은 지금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답파하여 수많은 시를 뿌려 놓던
천재시인 김삿갓은 마침내 전라도 동복의 적벽강 범선 위에서
永久歸天 하였으니 때는 철종14년 (1863), 향년 56세이었다. ---끝---
그 동안 “김삿갓”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그간 감사 했습니다.건강하십시요.
쥔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