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3월1일)에 아내와 함께 모처럼 TV에서 방송 (?)주년 특집으로 방영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이 창 동 감독의 작품인 밀양(密陽)이란 영화 였습니다.
밤 늦은 시간 아이들도 모두 잠든 사이 나와 아내는 이 창동 감독 특유의 색깔과 냄새가 베어나는 그 영화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사별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보려는 준이 엄마 "신애" 의 헝클어져가는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픈 상처를 간신히 보듬고 사는 신애와 아들 준이에게 '밀양'생활은 그들의 마음 속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슬픈 기억과 아픔
을 잊으려는 해방구이길 바랬는데, 그런데 그렇치 않았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잊으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변형시켜보려는 망각에의 몸부림과 저항.
나는 나에게 신애(전도연)의 의도적이고 가식적으로 간파되는 몸부림이 느껴질 때 더 아프고 애처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반면의 고통과 울화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보면서 또 아파했습니다.
그 곳에 이른바 '선물'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알게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그로 인하여 영원히 구원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있었습니다.
가슴에 울화가 쌓이고, 울분이 비틀어지고, 분노가 울부짖어질 때
마치 위로와 평안의 화신처럼, 간교한 약장수의 사육에 길들여진 능구렁이처럼, 신애에게 다가온 시골교회 목사의 얼떨결의
안수는 어처구니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사람으로서의 인간성과 사람으로서의 삶의 보편성을 '클로르 포름'(마취제)과 같은 용액에 담궈버린 것 같은,
오직 거짓과 위선의 가면놀이를 벌이고 있는 것 처럼 보여지는 기독교 신도들의 '개그콘서트'같은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 심연의 바닥에 엉키어져 있는 본질적인 절망과 고독,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김 추자의 거짓말'이란 노래가 확성기에서 크게 울려퍼지는 장면이 인상깊습니다.
신애가 '밀양'에 내려오던 날, 우연히 조우하게 된 카-쎈터 김사장(송광호)
차라리 그의 저차원적인 치근거림과 시키지도 않은 친절이 신애에게 더 온유하고, 구원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런 사랑을 영화로 처음 경험했습니다. 참 묘하고 특이한 사랑입니다.
카-쎈터 김사장의 느끼하지 않고, 싫증나지 않는 '그림자 같은 엿보기 사랑...
나는 신애의 곁에서 서두르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애틋이 바라봐 주는 김사장의 시선에서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을
실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향해 돗자리 위에 누워서 벗겨진 몸뚱아리로 비웃음을 뿌려 도발하는 신애의 분노와 절
망을 보면서 섬짓함으로 전율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신애의 혼돈과 상처가 평화롭게 가라앉기를 희망했습니다.
.....................................................................................................................................................................................
"밀양(密陽)" -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다가와 비추는 햇볕 - 은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사람다움'을 서서히 추스려 회복할 때 쯤
마당 한 켠에 아무도 의식할 수 없는 순간으로 다가와 스리슬쩍 내리 쬐는가 봅니다.
첫댓글 책놀이터 식구 여러분, 시간내서 영화 한 편 보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이런 내용일줄은..올 봄 목표가 책 많이 읽기, 그동안 메모해둔 영화(비디오)보기 인데..이 영화도 추가~
참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강추입니다요!
책놀이터 식구들 혹시, '우리학교' 영화 보셨나요? 안 보셨으면 제가 DVD 가지고 있는데 책놀이터에서 상영 한 번 하시죠? ^*^ 감동과 감동 그리고 감동...시종일관 눈물이 철철철~ 너무나 강렬한 감동을 맛본 영화였습니다. 꼭 한 번 보세요!
꺄오~바람수기선생님이 열심히 공들여서 보았던 영화입니다. 또 보고 싶어요.
으... 작년 생각납니다. 우리학교를 연달아 다섯 번 봤던... 올해도 통일캠프 때 우리학교 아이들이 나들이를 할 겁니다. 그 즈음에 한 번 상영해야겠어요. 그때 꼭 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