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과 태국 그리고 캄보디아 등 동남아 각 국가로 뻗어나간 각성제 에너지 드링크 음료./사진=각 사별 광고
태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뻗어나간 각성제 에너지음료 ‘레드불(Red Bull, 태국어 명 '끄라팅댕)’의 창업 3세가 음주-마약 뺑소니 의혹사건을 저지르고도 결국 불기소 처리되자 태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레드불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타야는 8년 전 방콕 시내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해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했다. 과속, 뺑소니, 정차위반, 피해자 구제 위반 등 5가지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수사를 무려 8년간을 끌다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의혹은 '까도 까도 나오는 의혹의 종합백과사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각성제 성분의 에너지 드링크로 세상을 각성(?)시킨 돈으로 만들어진 재벌 파워가 '태국판 유전무죄' 사건의 원흉이 되어 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태국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위 자양강장 에너지 드링크류 중에는 이 '레드불' 외에 ‘립뽀(Lipovitan D)’라는 것도 있다. 한국의 ‘박카스 D’와 효능뿐 아니라 병 디자인이며 색상까지 너무 닮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어찌나 비슷한지 혹시 ‘박카스 D’를 모방해 만든 제품인가 했다. 알고 보니 일본 다이쇼우 제약의 ‘리보비탄D’의 태국 현지 생산품이었다. 한국 동아제약 박카스 D의 원조 역시 일본의 ‘리보비탄 D’가 그 원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970, 1980년대에 밤 잠 안자고 재봉틀 돌려가며 수출 입국의 의지를 불태우던 봉제공장 여공들의 손에는 박카스 D가 쥐어져 있었다. 한국에서는 박카스가 심야운행 총알택시 운전사의 손을 거쳐 밤 잠 안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노량진 공시 준비생들에게까지 두루 음용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의 오룡(五龍)’으로 불리며 나름 경공업 기반을 닦아가던 태국에서는 일본의 리보비탄 D가 현지 생산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태국의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손에는 ‘립뽀’라는 이름의 각성제 음료가 들려있었다.
70,80년대의 엔고를 피해 동남아 생산기지 진출을 시작한 일본의 현지기업에 고용된 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힘을 쥐어짜내는데 각성제 에너지 드링크가 악역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역할을 자처하며 '레드불, M150, 가라바오' 같은 각양각색의 각성제 드링크 유사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