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던 강화도.
그 덕분에 고려때부터 서울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끝없이 외세와 싸워왔던 곳이다.
하지만 분단이 된 지금은 남한 해상의 최전방, 국토의 꼭지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교류가 많았던 개성으로는 아예 가지도 못하고 있고,
아예 인천으로 편입되어 수도권의 아웃사이더와 같은 위치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강화도에서 외지로 가려면 무조건 경인지역을 지나쳐야 하고,
독특한 위치 덕분에 서울, 인천과 연결되는 시외버스가 무척 많았던 지역이다.
허나 인천 편입때 대부분의 경인쪽 시외가 인천시내로 바뀌었고,
서울가는 버스마저도 2010년쯤 모든 노선이 시내버스로 바뀌고 말았다.
명색이 시외버스터미널이지만 이젠 시내버스밖에 볼 수 없게 된 곳.
하지만 바깥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인만큼 예나 지금이나 번성하는건 변함이 없다.

일산에서 960번 버스를 타고 와 강화터미널에 도착했다.
가끔씩 심심할때마다 왔던 곳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오기는 이번이 처음.
처음 왔을땐 낯설고 신기했던 이 광경도 이젠 익숙하기만 하다.

보시다시피 강화터미널은 읍내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관공서, 박물관, 집, 시장 등 모든 것이 저 멀리 있음에도 터미널 앞엔 독자적인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그 정도로 강화도에 관광객이 많다거나,
아님 강화도 주민들이 외지로 나갈때 터미널을 많이 이용한다는 뜻일 거다.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수식어는 화려하지만 그냥 '강화터미널'이라고 불린다.
건물이 무척이나 큰데, 아마 군단위치고 이렇게 큰데는 보기 힘들 거다.

하나의 예식장이나 쇼핑센터를 보는것같은 느낌...
카메라에 다 담겨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크고,
주차장도 각기 다른 승용차들로 꽉꽉 차있다.

이렇게 건물은 크지만 입구는 생각만큼 넓진 않다.
중앙에 정문이 하나 있고 양 옆으로 조그만 후문이 두 개 있는 구조다.

터미널로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이미 건물 안은 번화가의 지하상가처럼 여러 가게들로 꽉 차있다.
번잡한 이 골목(?)을 직선으로 지나가면 바로 터미널 대합실이 나온다.

터미널 대합실의 모습.
원래 꽤나 지저분하고 어두웠는데 얼마전에 리모델링을 한 듯 굉장히 깔끔하게 변해있었다.
강화읍내에서 외지로 나갈땐 '무조건'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인지,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굉장한 성황을 이룬다.

시골쪽이라 그런지 역시 노인 분들이 굉장히 많다.
어중간한 중장년층보다는 관광온 20대 젊은층과 60~70대 노인층이 훨씬 눈에 띈다.
젊은층의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대합실 안에 관광안내소를 차려놓았고,
강화도를 홍보하는 관광안내도도 떡하니 걸어놓았다.

대합실에서 버스타는쪽으론 죄다 통유리로 되어있어 버스가 드나드는게 잘 보인다.
들어가는 문 위에는 '강화운수 전 노선 시내버스 전환'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강화-신촌, 강화-영등포, 화도-신촌, 강화-안양 등
서울쪽으로 가는게 거의 시외였기때문에 환승도 안되고 값도 굉장히 비쌌었는데,
이번에 전환이 됨으로서 가격이 대폭 낮아지고 환승도 되어 강화도 오는게 한결 편해졌다.

그 덕분에 강화터미널은 이제 '시내버스 전용터미널'이 되어버렸다.
물론 아직도 청주, 광주 등 외지로 가는 버스가 몇 있기는 하지만,
하루 몇 회 되지도 않고 수요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닌.. 사실상 존재감 없는 노선들 뿐이다.

얼마 전까지도 표를 팔던 곳은 3000번, 3100번 '직행좌석' 홍보게시판으로 바뀌어 버렸다.
특히 신촌가는 노선이 시내로 전환됨에 따라 신촌터미널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신촌역(현대백화점, 명물거리)과 직접 연결되었다.
수도권에서 몇 안되는 단거리 시외버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슬프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이용자 입장에선 더욱 편해졌으니 긍정적으로 봐야될 것 같다.

강화터미널 승차장에 발을 내딛어본다.
9월 중순인데도 날씨는 한여름마냥 너무나 뜨겁기만 하다.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 + 버스들의 열기까지 겹치니 한증막이 따로 없다.

얼마전에 전환된 3000번 버스들이 나란히 서있고,
그 옆으론 88번 시내버스가 비좁은 공간으로 파고 들어간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전부다 시외버스로 오랫동안 운행했던 노선들인데,
시내딱지 붙인걸 보니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흥미롭다.

그 왼쪽으로는 인천시내차량들이 좌르륵 줄 서서 쉬고있다.
대부분 강화시내를 순환하는 버스들로, 강화도의 수많은 동네를 구석구석 연결하는 이른바 '번호없는버스'다.
이 외에도 인천시내로 나가는 버스들도 상당수 여기를 경유한다.

강화터미널 주차장은 꽤 넓은 편이지만 들어오는 차가 워낙 많아 입구까지도 주차를 해놓곤 한다.
역시 3000번 광역버스와 청주-김포-강화 시외버스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신촌행 노선들이 죄다 전환되면서 사실상 거의 유일한 시외버스로 남게된 청주행 버스...
과연 저 버스는 3000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련지...

빨간색, 초록색, 청색 등등...
굉장히 다양한 색의 시내버스가 한데 모여있는 강화터미널.
비록 시내버스 전용터미널이 되긴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강화도의 연결고리라는건 언제까지고 변함이 없을 것이다.
첫댓글 참 아쉬운 이야기이지만 강화군이 인천시로 편입되면서도 인천방향 시내버스가 갖춰진것은 몇년 되지 않습니다. 인천시로 편입되고 나서도 시외버스로만 운행하던 인천방향으로 700번 710번이 생기면서 처음 "시내"면허의 인천 본지역 차가 강화로 들어오기 시작했구요.. 그나마 경기도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960번이 강화에 최초로 들어왔지요.. 이제서라도 거리 얼마 안되는 인근지역, 약간은 거리가 있는 인천이나 서울방면으로의 시내버스체계가 구축되었다는건 정말 요금과 할인혜택면에서는 다행이라 생각 되네요.
인천시내조차도 들어온지 몇년 되지 않았었군요. -.-;;
서울행 버스마저 일반시내로 전환됨으로서 이제 완전히 시내위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이용자 입장에선 참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
사실 포천도 신터미널을
주변 도시를 잇는 광역환승장으로 변칙 이용하면
터미널이 붐빌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의정부, 광능내, 현리, 철원. 거리상으로는 분명 시내버스 운행이 가능할 것 같은데...
아마도 그렇게 되면 포천에도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 뻔한데...
선진이 못들어오게 하니...
땅덩어리는 서울보다 큰데...
인구라고는 100분에 1밖에 안되니...
ㅎㅎㅎ
포천도 시내인구만 따지면 강화읍내보다 많지만 정작 유동인구가 적어서 신터미널 만들어놓고도 놀리고 있죠.;;
뭐 그쪽도 연계만 잘 시키면 가능할 것 같긴 합니다만 강화도와는 사정이 너무 달라서... 잘 모르겠네요 ㅎㅎ
예전에 수원에서 강화까지 강화운수 직행이 다녔였죠..안양,공항,김포등을 경유했는데. 차량정체구간이 많아서 소요시간이 거의4시간에 이르러 안양까지 단축시켜 운행했죠,, 수원-금촌노선도 강화운수에서 운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강화-안양이 수원까지 갔던 노선이었군요.;;
그냥 서울쪽을 고속도로로 돌리고 강화-김포-안양-수원으로 돌렸으면 어땠을까 감히 추측해봅니다.
수원-금촌이 있었단것도 굉장히 흥미롭네요~
강화-안산 직행도 있었고 인항여객이 잠깐 다녔습니다.얼마 안가서 손님이 없어서 폐선 되었습니다
안산도 있었군요. 경로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강화운수 시외 노선 중 강화-안양 3번은 시내버스로 전환되면서 강화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1번은 88번과 통합되어 88번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3번 기점지가 김포대까지로 잘려있던데요.
게다가 언젠가부터 1번이 안보인다 싶었는데 결국 통합이 되었었군요.
3번은 소신여객 3번과 번호가 겹친다는 이유로 380번으로 변경되었고 김포대학으로 단축 되었습니다. 강화-안산 직행은 인항여객 이후에도 선진버스에서도 운행 하였고 경로에 대해 간략하게 아는거라곤 강화에서 김포까지 국도이용후 외곽순환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를 통해 운행 했었으나 자세한 경로는 모르겠네요. 과거 영동고속도로에서 무지개도색을 한 안산행 선진버스 로얄시티를 종종 목격 했었죠.
380번이 단축되어서 오히려 어중간해졌다고 생각하는건 저뿐인가요.;; 아예 고속도로경유로 돌리거나 두 구간으로 나눠서 운행하는게 더 나았을거라고 봅니다. 강화-안산이 고속도로를 타는 노선이긴 했군요. 그래봤자 김포까지 가야하긴 하지만요 ㅋㅋ
소신여객 3번 외에도 안양 삼영 3번도 겹친 듯 합니다.
김포에서 안양 직행을 만들기도 힘든게 이미 강화,김포에서 출발해 외곽순환을 경유해서 광명역과안양까지 가던 33번이라는 노선을 한 번 만들었다가 거대하게 망한 적이 한 번 있었구요. 김포에는 거의 웬만한 동네는 집앞에서 영등포 노선이 있어서 경부선 인근 도시로 갈 때 버스는 별로 타지 않는 것 같네요. 380번도 주로 김포에서 김포공항까지, 남부순환도로에서 시흥대로까지 많이 타는 것 같아요.
김포-안양 직행이 이미 망한 전례가 있었군요. -_-;;
생각해보니 영등포에서 환승 한번만 하면 정말 쉽게 갈 수 있으니 굳이 만든다고 큰 수익을 보장하기도 어렵겠네요. 380번도 노선은 길지만 정작 서울 이북과 서울 이남을 직접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강화운수가 33번이란 노선을 만들었는데 대충 노선이 김포에서도 풍무리, 박촌, 임학경유로 해서 계양IC로 해서 광명을 갔던걸로 기억 하네요. 하지만 얼마 못가 망하고 3003번이란 노선으로 개편하여 강화, 김포구간은 확 짤라버리고 부천테크노파크, 부평, 부천남부역, 소사동, 시흥대야동, 광명역으로 개편하여 운행 했지만 여전히 쪽박차다 KD로 넘겼으나 역시 KD도 쪽박차고 폐선한 비운의 노선 입니다. 위 사례를 보았을때 김포-안양은 구간수요 장사지 도시와 도시간의 장사가 아니란게 분명하게 나온 사례라 봐도 되겠네요. 그리고 항상 맥시멈님의 터미널 기행기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KD까지 버린 카드였으면 수요가 얼마나 처참했을지 안봐도 뻔하군요. ㅎㅎ
메번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원에 강화운수가 사라지게된 원인에는 공항리무진버스도 상당히 큰 역할을 했습니다. 조금 비싸긴해도 비교할수없는 시간절약과 차량수준등이 수원에서 공항에 가기위해 주로 이용하던 강화운수버스를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하긴 공항갈때 빠르고 편하게 이어주는 공항리무진이 이곳저곳 다 들려가는 버스보다 훨씬 낫죠.;; 강화도에서 수원까지 바로 가는 수요도 얼마 없구요..